BTS에게 영감 준 ‘페르소나’ 모델링의 기술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1 11: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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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창업이나 경영 분야서도 중요한 이슈 떠올라
“정교하게 고객 분류해 핀셋 마케팅 해야”

방탄소년단(BTS)의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가 최근 화제다. 발매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빌보드 200’ 차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지난해 9월1일 처음 ‘빌보드 200’에 진입한 이후 최근까지 31주 연속 차트에 머물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역대 앨범 중에서도 최장기간 유지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은 4월12일 새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를 발매할 예정이다. 이 앨범은 정신심리학의 대가로 꼽히는 칼 구스타프 융(Jung Carl Gustav)의 페르소나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로, 프로이트와 쌍벽을 이루는 정신의학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머리 스테인(Murray Stein) 박사가 풀어 쓴 해설서 《융의 영혼의 지도》는 2015년 8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방탄 파워’를 입증한 바 있다. 

이지은(아이유)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총 4개의 단편 묶음 영화 《페르소나》도 4월5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다. 이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감독이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출현시키는 배우를 뜻한다. 연예계나 문화계에 바야흐로 ‘페르소나’ 열풍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람(person)이나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기도 한 페르소나(Persona)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덕목이나 의무에 맞춰 자신의 원래 모습 위에 덧씌운 사회적 인격’을 말한다. 

방탄소년단이 4월12일 발매 예정인 새 앨범이 페르소나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 로이터 연합
방탄소년단이 4월12일 발매 예정인 새 앨범이 페르소나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 로이터 연합

문화·예술계 ‘페르소나 열풍’ 예감

페르소나에 대한 관심은 문화·예술계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창업이나 경영 분야에서도 이 페르소나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마케팅에서 페르소나는 특정 사용자 그룹을 대표하는 가상인물을 의미한다. 페르소나가 필요한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마케팅 페르소나’이며 다른 하나는 ‘디자인 페르소나’다. 

마케팅 페르소나는 구매 선호도, 사회적 관계, 소비행태, 연령대 등 전형적인 고객 특성을 종합해 만들어낸다. 반면에 디자인 페르소나는 제품의 사용습관, 고객 니즈, 환경 등의 요인을 분석해 설계한다. 두 분야 모두 고객의 접점을 정교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필요성은 같다.

그렇다면 페르소나 모델링은 왜 창업이나 경영에 필요할까? 지금까지 사용됐던 잠재 고객의 애매한 이미지보다 구체적인 고객이 요구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즉, 확실하지 않은 고객 분류보다 확실한 고객 모형(Persona)을 만들어 핀셋 마케팅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만큼 고객층이 점점 얇아지고,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페르소나는 제품 특성에 따라 한 개 혹은 여러 개로 설계하는 경향이 있지만, 가급적이면 한두 개의 페르소나로 고객의 대표성을 특정하는 것이 보다 강력하다. 예컨대 ‘서울에 사는 청소년’ 혹은 ‘충청도에 사는 소녀’보다는 ‘강남에 사는 인문고 3학년 학생 중에 대학 진학이 확정된 여학생’으로 규정하는 것이 마케팅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훨씬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페르소나를 모델링했다면 다음과 같은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다. ‘강남에 사는 진선미’는 대학 진학의 두려움에서 해방돼 친구들과 꿈에 그리던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이제 성인이 됐다는 생각에 적당히 화장을 하고, 스커트와 블라우스도 차려입고, 고급 핸드백을 사서 남자친구와 함께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한다.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견 복돌이가 걱정되지만 이번에는 애견호텔에 맡기기로 했다. 이런 스토리는 론칭할 상품과 연관 지어 스토리텔링을 하면 된다.  

다음 사례를 보자. GE헬스케어의 엔지니어 A씨는 자신이 디자인한 MRI(자기공명영상) 기기를 작동해 보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 MRI 앞에서 울고 있는 어린 소녀를 봤다. 차갑고 소음이 요란한 무서운 관 속으로 어린 소녀를 밀어 넣으려는 의사에게 두려움을 느꼈으리라. A씨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새 제품을 개발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친근감 있는 해적선 풍의 디자인으로 MRI를 개발해 히트상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처음 개발하려고 구상한 MRI 기기는 일반 환자 모두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현장에서 어린 소녀를 보고 디자인을 바꿔 대박을 친 것이다.  


페르소나 이론 적용해 히트 상품 개발  

이처럼 페르소나는 본질적으로 사용자 중심 디자인(UCD)에서 출발한 만큼 정서적 교감을 입히기 위해 감정이입이 필요하다. 가상의 소비자 아바타인 ‘페르소나’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고객의 니즈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시간도 현저히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고객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다음 버전의 잠재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직원들의 일체감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생산성 역시 높아진다. 

다만 페르소나는 미래보다 현재를, 이상보다 현실에 기반해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결혼할 이성을 소개받으려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상형을 얘기한다. 최소한 나이, 학력, 직업, 성격 특성 등 기본적인 사항은 알고 연애해야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창업에서도 이상적 소비자 즉, 페르소나를 모델링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배우자를 찾는데 길거리에서 젊은 이성을 붙잡고 “나랑 같이 살래?” 그럴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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