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매물 “나 몰라라”…수익부터 챙기는 부동산 중개앱
  •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gi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10 11: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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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부동산·직방·다방 등 자정 노력 유명무실…규제 사각지대여서 처벌 근거 마련 시급

#판교에 일자리를 얻은 직장인 A씨는 용인 수지에 투룸 월세를 얻기로 했다.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인 ‘네이버 부동산’을 뒤지는 과정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아파트를 발견했다. A씨는 바로 전화를 했지만 중개업자로부터 “2주 전에 나간 매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매물들도 이미 거래된 물건이었다. A씨는 “중개업자는 자연스럽게 다른 물건으로 유도했다”며 “해당 앱에서 운영하는 허위매물신고센터에도 신고해 봤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그 물건은 계속 노출돼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매물 게재 건수, 광고 수익과 직결

#신혼집을 알아보던 B씨 역시 부동산 중개 앱인 ‘다방’을 통해 영등포구 소재 2억원대 빌라를 발견했다. 역세권에 위치한 이 빌라는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에어컨·세탁기 등이 풀옵션으로 갖춰진 신축 건물이었다. B씨는 전세자금 대출까지 가능하다는 말에 바로 부동산을 방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융자가 껴 있어 10%만 대출이 가능한 물건이었다. B씨는 “보통 전세자금 대출은 70~80%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하는데 막상 전화해 보면 10~30% 정도 나오는 물건이 대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

네이버 부동산·직방·다방 등 부동산 중개서비스 앱은 집을 구하는 사람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휴대폰으로 매물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급속도로 성장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이용자는 월평균 300만 명에 달한다. 하루에 중개 앱에서 움직이는 물건만 1000만 건이 넘는다. 

문제는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A씨와 B씨처럼 허위매물로 헛걸음하는 사례도 같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실시한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실태조사(2018년 8~11월)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 앱 4곳(네이버 부동산·직방·다방·한방)에 등록된 서울 지역의 매물 200건 중 91건(45.5%)이 허위매물 또는 과장매물로 확인됐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부동산 중개 앱 3곳(네이버 부동산·직방·다방)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 이상(34.1%)은 허위매물을 경험했다.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수익 확보를 이유로 허위매물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개업자가 중개 물건을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광고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상품 가격은 최소 10만원대에서 최대 9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다방의 기본 광고 상품(서울 강남·관악)의 경우 19만8000원으로 10개 물건을 올릴 수 있다. 더 많이 올리고 싶으면 광고 상품을 또 구매하면 된다. 매물 광고 게재 건수가 늘어날수록 광고비는 증가하게 된다. 업체들이 매물들을 강력하게 점검하기 부담스러운 구조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체들은 허위매물을 없애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직방의 경우 ‘안심중개사’ 인증은 가입 초기 허위매물을 올리지 않겠다는 서명만 하면 얻을 수 있고, ‘안심중개사 추천매물’ 역시 기본적으로 10개 상품을 결제하면 2개씩 설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광고비를 더 주면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100% 실제 매물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이다. 

특히 모바일 기반인 직방과 다방은 온라인 기반 부동산 중개 서비스 업체들과 달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가입돼 있지 않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 부동산114, 부동산써브 등 20개사는 KISO 산하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와 허위매물 관련 규약을 맺고 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노출하려면 KISO에 허위매물 사전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허위매물이 적발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노출이 정지된다. 

하지만 KISO에 가입돼 있지 않은 직방과 다방은 이런 제재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허점을 악용한 중개업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SO에서 제재를 받더라도 중개업자는 직방과 다방에 똑같은 매물을 올릴 수 있다. 앱을 옮겨가면서 매물을 계속 노출시키는 식이다. 한 중개업자는 “앱 개발업체들은 허위매물 규제를 받으면 예전보다 게재 물건이 줄고 수익성이 줄 수 있기 때문에 KISO 가입을 꺼리는 것 같다”며 “이런 탓에 악덕업자들이 유입되면서 정상적인 중개업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허위매물이 근절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국토교통부 소관인 공인중개사법에 허위매물 규제 내용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매물을 내놓은 업체의 명칭 등은 기재하도록 하지만 정작 고객들에게 중요한 매물의 위치나 중요 정보 등에 대한 규정조차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매물의 중요 정보를 명시하도록 하고, 허위매물 관리 및 처벌 방안 등을 담은 ‘부동산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 앱 사업자에 대한 규제 기준 마련 등은 국토부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개정안에서 거의 언급되지도 않았다.


거래된 매물이 계속 노출되기도

전문가들은 온라인보다 모바일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앱에서 수년간 허위매물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업체들의 자정 노력이 진심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 허위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자나 앱 업체에 대해 보다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중개 앱 시스템은 중개 매물이 계약되더라도 계속 노출된다. A·B·C 세 부동산에 올라온 똑같은 매물이 A부동산에서 거래돼도 B·C부동산에는 계속 떠 있는 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거래된 물건들이 바로 삭제되지 않다 보니 허위매물 논란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거래가 되면 바로 자동 삭제될 수 있는 기술적인 조치를 마련하거나, 그게 되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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