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家 3·4세 편법 승계 의혹 배경에 누가 있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1 08: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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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와 거래로 방계 회사 인베니아 고속 성장
구자준 전 LIG손보 회장 손녀 지분 취득에도 의문

LG그룹 방계 기업으로 LIG 계열사인 인베니아가 눈총을 받고 있다. 인베니아는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를 위해 2001년 LG그룹이 전략적으로 설립·육성한 회사다. LG디스플레이(LGD)가 현재 이 회사의 지분 12.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전자도 5.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3년 LIG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구 전 회장은 구인회 전 LG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구철회 전 LIG그룹 초대회장의 4남이다. 최근 구 전 회장의 두 아들인 구동범 사장(8.5%)과 구동진 부사장(8.5%)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3세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구자준 전 회장(6.07%)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6.3%에 이른다. 

구자준 전 LIG화재 회장(왼쪽)의 회사가 형제 기업인 LG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매년 고속성장하고 있어 뒷말이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뉴스뱅크이미지
구자준 전 LIG화재 회장(왼쪽)의 회사가 형제 기업인 LG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매년 고속성장하고 있어 뒷말이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뉴스뱅크이미지

3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 40% 웃돌아

LG그룹의 형제 기업이니만큼 인베니아는 그동안 LG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2018년을 제외한 최근 3년간 연매출 평균 성장률이 40%를 웃돌 정도였다. 지난해 매출은 1724억원, 영업이익은 72억원을 기록했다. 이 매출 중 56.4%인 973억원을 LG디스플레이 및 LG전자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눈에 띄는 사실은 이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가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2011년까지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율은 90%대를 웃돌았다. 사실상 LG 계열사들이 이 회사의 매출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해마다 감소하면서 2017년 내부거래율은 44.6%까지 감소했다. 일감 몰아주기 기업에 대한 공정위와 국세청의 협공에 납작 몸을 숙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들어서면서 이 회사의 내부거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7년(1822억원) 대비 매출은 5.4% 감소했지만, 내부거래액(812억원)은 19.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부거래율은 44.6%에서 56.4%로 1년 만에 11.8%나 증가했다. 인베니아의 최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를 통한 매출이 551억원에서 655억원으로 1년 만에 18.9%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 측은 “사업적 필요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기업이 독점해 왔던 디스플레이 장비 기술을 최근 인베니아가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늘어난 것이지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도 나온다. “LG그룹의 편법적인 형제 기업 밀어주기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인베니아는 그동안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를 등에 업고 성장해 왔다. 회사가 일정 궤도에 오르자 인베니아는 다시 계열사이자 오너 3·4세가 운영하는 개인회사 디디고와 인베니아브이에 일감을 지원했다. 그 시세차익이 고스란히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실제로 MRO(전략구매관리) 업체인 디디고는 2011년 설립된 지 6년 만에 매출 825억원, 영업이익 19억원대의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 디디고는 이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에만 5억원을 배당했다. 배당률은 31%다. 디디고의 지분 50%씩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구동범·동진 형제는 이 배당금을 기반으로 모회사인 인베니아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2018년 이 회사의 내부거래가 398억원에서 241억원으로 감소하면서 매출 역시 825억원에서 64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내부거래율은 여전히 40%에 육박하고 있다. 


LGD 측 “사업적 필요에 따른 거래”

디스플레이 패널공정용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인베니아브이의 상황은 더하다. 이 회사의 오너 3세인 구동진 부사장과 오너 4세로 구동범 사장의 딸인 연지씨가 각각 3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매출은 198억원, 영업이익은 4억원을 기록했다. 인베니아브이는 그해 영업이익인 4억원 모두를 주주에게 배당했다. 배당 성향은 250%에 달한다. 덕분에 2003년생으로 미성년자인 연지씨는 2017년 한 해에만 2억원 가까운 배당을 타갔고, 이 돈을 종잣돈으로 인베니아의 대주주에도 올랐다. 

문제는 오너 일가들이 이들 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오너 3·4세가 지분을 취득한 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다시 배당금으로 핵심 회사의 지분을 매입해 영향력을 키우는 전형적인 패턴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베니아브이의 경우 구동범 사장의 미성년 자녀인 연지씨가 3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6년 1억6800만원에서 2017년 183억원으로 1만848%나 증가했다. 4세 승계를 위해 연지씨에게 미리 회사 지분을 취득하게 한 후,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가 커지자 다시 배당금으로 모회사인 인베이아 지분을 늘렸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3세나 4세들이 지분을 취득할 당시 오너 일가가 회사 경영 상황을 미리 알았는지가 관건”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배임 이슈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베니아 주주들이 3월22일 주주총회에서 배당 문제를 놓고 사측과 공방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오너 일가는 인베니아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고속 성장한 디디고와 인베니아브이를 통해 거액의 배당을 타갔다. 정작 모회사이자 상장사인 인베니아는 2017년 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턱없이 낮은 배당을 했기 때문이다. 주당 배당금은 100원(배당성향 7%)으로 디디고나 인베니아브이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그나마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배당이 전혀 없었다. 이들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너 일가와의 차등 배당과 함께 자기주식 소각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현재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인베니아나 구자준 전 회장 일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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