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양호 회장을 울게 한 네 가지 이야기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13: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항공 부흥 이끈 ‘큰 손’에서 자식 잘 못 키운 ‘못난 아버지’ 되기까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월8일 별세하면서 그의 일대기가 주목 받고 있다. 조 회장의 다사다난했던 70년간 삶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네 가지 순간을 짚어봤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1. 대기업 총수 최초 경영권 박탈 ‘오명’

조 회장은 지난 3월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조 회장이 1999년 아버지 故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주주들에 의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 이로써 조 회장은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박탈당한 첫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 못난 ‘아버지’의 대명사…가족들의 잇단 ‘갑질’

경영권 박탈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까지 조 회장 일가의 ‘갑질’ 사태가 있었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여객기를 공항으로 되돌렸다. 이를 계기로 조 전 부사장은 항공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부사장직에서 사퇴했다.

4년 뒤,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이른바 ‘물컵 갑질’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대한항공 광고대행사 지원에게 욕설과 함께 물컵을 집어던졌다는 것. 같은 해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역시 운전기사 등 직원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행적이 폭로됐다. 

조 회장도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처럼 총수 일가의 잇단 비위 행위가 드러나자, 대한항공 직원들조차 ‘조양호 일가 퇴진’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2018년 5월25일 '조양호일가 퇴진과 갑질근절을 위한 대한항공 4차 가면 촛불집회'를 열었다. ⓒ 시사저널 박정훈
2018년 5월25일 '조양호일가 퇴진과 갑질근절을 위한 대한항공 4차 가면 촛불집회'를 열었다. ⓒ 시사저널 박정훈

3. 대한항공 살린 ‘조양호 매직’ 

그러나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전세계적 항공사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항공기 27대를 구매하거나 2011년 9·11 테러로 항공산업이 침체기를 맞았을 때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창립 당시 8대뿐이던 항공기가 166대로 증가했다.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3500배, 자산은 2480배 늘었다.

다만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한진해운을 살리진 못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 위기의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그룹 차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결국 2017년 파산했다. 

4. 최순실이 촉발한 조양호의 몰락?

ⓒ 시사저널
ⓒ 시사저널

당시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란 풍문이 돌기도 했다. 또 조 회장은 지난 2016년 당시 급작스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조 회장이 최순실이 주도한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내놓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당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씨와 만난 적이 없고,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건 임명권자의 뜻으로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