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 보석 상태 맞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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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 건물 드나들며 대한노인회 이사회 주관 등 활발 행보
부영 측 “보석 조건 위반한 적 없다…법적 자문 받았다”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보석으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던 이중근(78) 부영그룹 회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외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석 조건 완화로 한 차례 비판이 나왔던 터라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43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구속 도중 이 회장은 강직성 척추염과 고혈압 등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7월 보석을 허가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았지만 보석 상태는 유지됐다.

그런데 1심에서 보석이 유지되면서 조건은 오히려 완화됐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보석을 허가할 당시 재판부는 '공판기일에 출석하거나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출입하는 것 외에는 외출을 일체 금지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1심 판결이 내려진 직후 보석 조건은 이 회장의 요청으로 달라졌다. ‘병원 출입 외 외출 금지’ 문구가 빠지고 ‘3일 이상 여행이나 출국 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갔다. '피고인은 한남동 자택에 주거하여야 한다' '관계자 접촉 금지한다' 는 등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한노인회 관계자 “이 회장, 건강상 문제 없어 보였다”

보석 조건이 변경된 이후 이 회장은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시사저널은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대한노인회 이사회’를 주최하는 사진을 입수했다. 부영은 태평빌딩을 2016년 삼성으로부터 매입해 임대사업용으로 쓰고 있다. 이 빌딩은 부영 본사와 마주보고 있다. 이 회장의 혐의 20개 중 대부분이 부영과 관련 있는데도 본사 근처 회사 건물에서 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외에도 올해 1월 노인회 이사회 참석, 2월 노인회 정기총회 연설 등도 진행했다. 이 회장은 구속 전부터 대한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에는 부영이 소유·운영하는 무주덕유산리조트도 찾았다. 이날 열린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워크숍’에서 개회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사진 속엔 이 회장이 살짝 구부정한 자세로 연단에 서 있는 모습이 나온다. 당초 이 회장은 법원에 보석을 호소하며 그 이유로 척추염을 들었다.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익명의 노인회 관계자는 "이 회장은 표창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면서 "예전 모습과 비교해 건강상 문제는 전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1.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2018년 제4차 대한노인회 이사회'를 주최하는 모습 ⓒ 대한노인회 홈페이지2.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12월13일 전북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워크숍’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모습 ⓒ 제보자 제공3. 이중근 회장이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워크숍’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 제보자 제공4. 1월21일 부영태평빌딩에서 이중근 회장이 대한노인회 이사회에 참석한 모습 ⓒ 대한노인회 홈페이지5. 2월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중근 회장이 대한노인회 정기총회 인사말을 하는 모습 ⓒ 대한노인회 홈페이지
①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2018년 제4차 대한노인회 이사회'를 주최하고 있다. ②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12월13일 전북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워크숍’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③ 이중근 회장이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워크숍’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④ 1월21일 부영태평빌딩에서 이중근 회장이 대한노인회 이사회에 참석했다. ⑤ 2월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중근 회장이 대한노인회 정기총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제보자 제공 / 대한노인회 홈페이지

이 회장의 외부 활동을 두고 병보석 상태에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영 임대아파트 전국회의 '부영연대'의 이영철 대표(전 김해시 의원)는 이 회장의 외부 활동에 대해 "부영이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만큼 건물에 재판 관련 자료가 많다고 들었다"며 "(법원의 보석 허가는) 증거인멸을 하라고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법조계 “보석 조건 위반이면 구속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한 연구관은 “보석으로 풀려났을 때 활동 범위가 자유롭게 허락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석 조건에 대한 실효성 제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 기업형사 전담 변호사는 “회사에 갔다고 해서 증거인멸을 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보석 조건 위반이면 바로 구속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102조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조건 위반 정도에 따라 법원이 직권으로 보석을 취소할 수도 있다.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1월31일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부영 임차인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1월31일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부영 임차인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부영 측은 “보석조건을 위반한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4월9일 “보석조건이 바뀌면서 외출하는 데 제약이 없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며 “이 회장이 태평빌딩과 무주리조트, 세종문화회관 등을 방문하는 건 적법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경된 보석조건엔 주거지를 병원으로 제한한다는 말이 없고, ‘자택에 주거해야 한다’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이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자체가 이례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고 전에 보석을 허가했다 해도 징역형으로 결정되면 다시 법정구속을 시킨다”며 “보석 유지는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의 동선을 파악하지 못한 검찰에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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