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은 남녀 사이, 부부간에만 있는 게 아니다
  • 한가경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장·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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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경의 운세 일기예보] 좋은 궁합과 나쁜 궁합

남녀 사이, 부부간에만 궁합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음식에는 음식궁합이 있다. 돼지고기에는 새우젓이 잘 맞는다. 홍어와 맥주는 어쩐지 잘 맞는 궁합이 아닌 듯하다. 사업팀 팀원 간에는 궁합이 잘 맞는 경우와 잘 안 맞는 경우가 있다. 운동선수와 코치, 경기보조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친구라도 서로 마음이 잘 통해 늘 붙어 다니는 사이가 있는가 하면, 툭하면 야수처럼 싸우고 눈살 찌푸리고 으르렁대는 친구 관계도 있다. 성격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 부부가 잘 사는 경우도 있고 못 사는 경우도 있다.

속궁합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그냥 궁합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쓰기도 하고 성격이 잘 맞느냐 안 맞느냐를 말하기도 하지만, 부부관계 즉 한 이불 덮고 사는 부부의 성(性)적 어울림을 의미하기도 한다.

성격 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는 성품 못지않게 성(性)관계, 즉 섹스의 불일치가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하면 부모 자식 간에도 부자(父子) 궁합이 있다. 부모와 자식이 얼굴만 붕어빵처럼 쏙 빼닮았다고 서로 성격이 잘 맞는 것도 아니다.

성격이 중요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왠지 서로 좋은 경우가 있고, 왠지 무의식적으로 자꾸 부딪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워낙 다양한 모습, 갖가지 변수가 많으니 이를테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고나 할까. 과연 좋은 궁합, 나쁜 궁합이란 게 있긴 있는 것일까.

ⓒ 시사저널
ⓒ 시사저널

40대 회사원 L씨는 초등학생인 아들과 사이가 안 좋아 고심하고 있다. 갓 태어난 둘째 아들 이름을 지으러 필자를 찾아왔다가 부부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작명한 신생아 이름을 받아든 부부는 첫 아들 사주를 좀 살펴봐달라고 주문했다. 남편이 사주 감정의 기초가 되는 아들 생년월일을 메모하고 있을 때였다. 둘째 출산 직후인데도 힘겨운 몸을 이끌고 함께 방문한 아내가 두 귀를 쫑긋 세우며 필자와 상담에 나섰다.

“오늘 아침에도 부자(父子)가 또 싸웠네요. 둘은 눈만 마주치면 사기그릇 깨어지는 소리를 냅니다. 제가 아들을 야단치며 뜯어말려도 분하다고 씩씩거리고 한 치 양보도 없습니다. 둘이 똑같아요. 매일 다투는 것을 보면 무슨 전생에 철천지 ‘웬수’끼리 만난 것 같습니다. 서로 간에 ‘상충살(相沖煞)’이라도 들었나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아빠와 아들 사이를 깨지게 만드는 독하고 모진 흉살인 상충살이 든 것은 아니었다.  육십갑자로 표현되는 태어난 날의 천간(天干)을 일간(日干), 그리고 태어난 날의 지지(地支)를 일지(日支)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태어난 달의 천간을 월간(月干), 태어난 달의 지지를 월지(月支)라고 한다. 일차적으로 일간과 일간, 일지와 일지, 월지와 월지 등이 사주에서 서로 충(沖)하면 통상 나쁜 궁합이라고들 한다.

이때는 성격이 심하게 안 맞거나 속궁합이 나빠 속앓이 하는 경우가 많다. L씨와 큰 아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할 만큼 쏙 빼닮은 사주였다. 태어난 일주(日柱)가 사주해석의 기준점이다.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오행 중 같은 오행으로 태어나면 성품 면에서 비슷하다. 

L씨와 아들은 일주의 천간, 즉 일간이 서로 동일한 목 오행이었다. 목의 날에 태어난 사람은 성격이 곧고 인정이 많으며 자비롭다. 자상하고 순박하며 낙천적이면서도 자존심과 명예욕이 유달리 강하다. 이처럼 일간이 목이거나, 사주 전체에 목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적은 면이 단점이다. 고집이 세고 남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마음이 적다. 집요한 성정에 아집이 강하며 질투심도 많아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공교롭게도 L씨와 큰 아들은 같은 목 오행 일간일 뿐만 아니라 둘 다 60갑자 중 을축(乙丑) 일주라는 점까지 같았다. 을축 일주는 원래 정직하고 근면 성실하며 유순하다. 그러나 다소 내성적이며 소심해 주위와 타협하기를 싫어하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일단은 두 사람의 성격이 문제였다. 똑같은 단점을 가진 두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로 태어나 한 집에 거처하니 마찰과 갈등이 많을 수밖에.

그러나 타고난 일주가 같다고 무조건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일주가 같은 친구끼리 평생 진한 우정을 누리거나 ‘소울메이트(soulmate)’로 알콩달콩 찰떡궁합으로 잘 지내는 부부를 본다. 그럴 때 필자는 이들이 전생의 좋은 인연으로 좋은 부부애와 우정을 함께 나누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닮은 영혼이라서 소통과 공감이 잘 이뤄지는 것 같다. 부부이면서 친구, 또는 영혼의 동반자인 것 같다.

그러나  L씨 부자는 닮은 사주인데도 잘 싸운다. 그것은 첫째,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로 똑같이 을축일주. 남과 비타협적인 성격이라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둘 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것이다. 누구를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 위주로만 생활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둘째 이유는 서로 사주가 닮은꼴이라는 점이었다. 너무 닮아 서로 역학적으로 나눠줄 오행이 없었다. L씨 부자는 보기 드문 붕어빵 사주. 태어난 일주뿐만이 아니라 띠도 용(辰)띠, 태어난 시도 오(午)시로 같다. 태어난 달은 달랐지만 계절이 같은 봄이었다. 봄이라 오행 중 목 기운이 똑같이 강했다. 서로 닮았는데 왜 다툴까. 동류의식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왜 적군처럼 으르렁댈까. 

자신에게 부족한 오행을 배우자나 상대방이 많이 갖고 있는 경우 대체로 좋은 궁합이 된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오행을 배우자나 상대방이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경우 나쁜 궁합이 된다. 서로 나눠주거나 보충해줄 오행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예컨대 남녀 사이에 한 사람은 여름에 태어나 화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고 수 기운은 부족하다. 반면, 한 사람은 겨울에 태어나 수 기운은 강한데 화 기운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경우 둘은 왠지 모르게 서로 이끌린다. 왠지 모르게 같이 있으면 편안해진다. 안 보면 왠지 보고 싶다. 시간이 흘러도 만남과 연애가 안정적으로 잘 진전돼 쉽게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에 이런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사주가 비슷한 경우엔 처음엔 둘이 죽고 못 살 것처럼 급속도로 뜨거운 사이로 진전됐다가 갑자기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식어버리기 일쑤다. 남녀 관계나 부부 사이만이 아니라 친구나 부자 모녀(母女) 형제자매 사이도 마찬가지다. 고부(姑婦)간에도 좋은 궁합, 나쁜 궁합이 있다.

부족한 것, 넘치는 것이 서로 달라야 조화를 이룬다. 이는 자연의 법칙의 일종이다. 엄마가 태어난 날이 불이다. 그런데 딸도 생일의 오행이 불이라면 서로 잘 싸운다. 이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엄마 사주의 일간이 호수(임, 壬)인데 딸 사주의 일주가 태양(병, 丙)인 경우 불과 물, 즉 상극인데도 잘 지낸다. 이는 ‘강휘상영(江暉相映)’이라고 한다. 서로 상극이긴 해도 태양과 호수는 떨어져 있다. 천간의 조합상 해와 빗물처럼 싸우는 사이가 아니다. 태양과 호수는 서로 바라보며 도와주는 입장,  서로의 모습을 비쳐주고 흠모하며 포용해주는 보완 관계이다.

한 사람이 펄펄 끓는 불같은 성격이라 어떤 일의 추진에 지나치게 성급한 데 상대방이 이에 함께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 된다. 하지만 태양 일주(日柱)인 한 사람이 급히 서두를 때 호수 일주인 다른 한 사람이 이와 달리 느긋하게 대해주면 속도를 조절해주면서 오히려 지혜로운 조합이 될 수 있다.

L씨 부자는 이 같은 보완 관계가 아니다. 거꾸로 한 개의 파이를 놓고 티격태격 싸우는 사이라고 할까. L씨는 목 기운이 강하고 토 기운이 부족한 사주. 아들도 그 대목이 마찬가지다. L씨 부부 사이는 괜찮다. 또한 L씨 부인과 아들 즉, 모자 사이도 좋은 편이다.

부인 사주 명조를 보자. 그는 토 오행 일주였고, 사주 전체적으로 토 오행이 많은 반면, 목 오행은 부족한 사주다. 그러니까 부자와는 정반대. 둘에게는 부족하기만한 토 기운이 왕성한 L씨 부인 한 사람을 놓고 남편과 아들이 서로 차지하려 질투하고 힘을 겨루는 측면도 숨길 수 없는 가정이었다. L씨 얼굴에 태산 같은 걱정이 우러났다. 아들과 평생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 팔자라면 얼마나 큰 불행이냐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반문했다.

“왜 없겠습니까. 당분간 아빠가 아들에게 애써 무관심 해보십시오. 아들이 스스로 자문을 구하거나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는 간섭을 최소화하고 일부러 모른 척하며 지내보세요.”

“아빠로서 아들을 애써 외면하고 산다는 게 어디 쉬울까요.”

“아들이 성장하며 언젠가는 아빠라는 존재를 꼭 필요로 하게 됩니다. 아들이 먼저 손을 내밀게 될 것이니까요. 아들이 아빠와 비슷한 사주인만큼 소울메이트이기도 합니다. 그런 동류의식과 본능적인 친근감을 결국엔 느낄 것입니다. 그때 아빠가 든든한 우군, 혹은 말없는 동지 역할을 해주시면 됩니다.”

필자가 상담해본 경험에 따르면 내성적인 사람끼리 만난 부부가 주로 잘 틀어지고 다투기도 잘 다툰다. 궁합이 좋게 만났건 나쁘게 만났건 각자 타고난 외골수 성격을 극복하지 못하면 서로를 외롭게 만들게 된다. 서로 자신 속에 갇혀 지내는 성품이므로 집안 분위기마저 썰렁하다. 각각 자존심만 내세우니 부부간의 의논이 잘 안 맞고 부부싸움도 한 번 시작되면 냉전을 오래 끌어 온 가족이 다 힘들다. 이는 상대방을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소한 일로도 한 번 삐치면 몇 달 동안 말도 않고 ‘각방생활’하며 지낸다고 호소한다. 그런가하면 사주 궁합 상으로는 틀림없이 이혼할 부부인데도 별 탈 없이 잘 살아가는 잉꼬부부도 있다. 이는 부부 중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참고 양보해주고 희생하며 배려해주는 마음이 가득한 케이스였다.

좋은 궁합, 나쁜 궁합은 분명히 있다. 어쩌면 남과 남이 만나 서로 잘 맞는다는 것이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다만 사주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으면 나쁜 궁합을 좋은 궁합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옛말처럼 매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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