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할리 마약스캔들, 광주시교육청에 ‘불똥’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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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수십억 투입 광주외국인학교 ‘치외법권 지대’
시교육청 “권한 제한적”…학교운영 지도·감독 손놔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씨의 마약스캔들 불똥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광주외국인학교에 튀었다. 이는 곧바로 관할청인 교육당국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하씨가 8일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틀만에 풀려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외국인학교의 운영을 둘러싼 ‘치외법권’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광주외국인학교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광주시교육청의 ‘지도·감독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지자체 혈세 수십억 주고도 ‘할리 개인소유’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 마약스캔들 불똥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광주외국인학교에 튀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 마약스캔들 불똥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광주외국인학교에 튀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 북구 오룡동 첨단지구에 위치한 광주외국인학교는 2000년 8월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각종 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정식 인가 전까지 1996년부터 4년간 북구 양산동 옛 근로청소년복지회관에서 미인가 시설로 운영됐다. 외국인 투자자·과학자 등 유치를 위해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역 산업계 등의 의견에 따라 연구기관이 들어선 첨단지구로 옮겼다.

지난 2011년 11월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신축 준공된 광주외국인학교는 86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당시 지식경제부와 광주시가 건축비로 43억 원을 줬고, 학교 측은 43억 원을 부담했다. 시는 절반을 부담한 하씨에게 학교 소유권을 넘겼다. 당시 시청 일각에선 “학교 재산권을 개인에게 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뒤늦게 2009년 대통령령인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고쳐 외국인학교 설립자로 개인만 할 수 있게 했던 것에 학교법인도 추가했다. 하지만, 광주외국인학교 소유자는 여전히 하씨다. 학교 인가 당시 ‘각종 학교’였지만 실제로는 사설학원처럼 개인소유 교육시설인 셈이다. 

ⓒ시사저널 정성환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외국인학교는 교육당국의 감시·감독으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원이 350명이지만 현재 재학생은 41명에 불과하다. 내국인학생은 14명이고 외국인은 27명이다. 재학생인 현원 대비 내국인학생 비율이 34%를 차지한다. 정원 대비 재학생수가 10분의1 수준에 그쳤지만 이는 권고 수준일 뿐 강제력은 거의 없다. 이에 당초 설립취지는 점차 사라지고 ‘무늬만 외국인학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귀족학교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학비가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과 맞먹는 연간 1000만원을 웃돈다. 이처럼 고액의 학비를 걷지만 엄격한 감독이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전국의 모든 초·중·고에 적용 되는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제대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학교에 설치해야 하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만들 의무도 없다. 학교 비리를 감시할 교육청 감사도 없다.

‘가족경영’도 문제다. 설립자인 하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고, 부인은 행정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일부 자녀도 이 학교를 거쳤다. 그렇지만 이를 법적으로 제재하거나 행정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 수배자 채용, 교사 마약사건 구속 등 수년째 각종 추문에 휘말렸고, 급기야 학교 소유자가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학교는 버젓이 하씨 지배하에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국내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비리 의혹이 제기돼도 학교 쪽이 조사를 거부하면 속수무책이다. 광주외국인학교는 수년전,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자 경남국제외국인학교 등과 함께 조사를 거부했다. 이들은 정부가 학교 운영부분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버텼다. 정부와 지자체가 세금으로 지원한 학교가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교육청도 불똥···규정 좁게 해석 ‘감독권한 제한’ 자초

광주시교육청 청사 전경 ⓒ광주교육청
광주시교육청 청사 전경 ⓒ광주교육청

광주시교육청에도 불똥이 튀었다. 시교육청은 관리감독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숱한 추문이 끊이지 않는 데는 교육당국의 무관심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다. 1년 새 이사장부터 교사까지 마약범죄가 이어졌지만 시교육청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 7월 광주지검 강력부는 대량의 대마를 국내에 반입한 혐의로 30대 미국인 교사를 구속했다. 이 교사는 미국에서 국제우편으로 대마 1.2㎏, 2500여 명이 흡연할 수 있는 양을 국내로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았다. 지난 2007년에는 아동 추행 혐의로 국제 수배된 용의자가 교사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파문이 일었지만 이후 달라진 것은 없다.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현행 법규로는 조사할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규정 상 주로 입학 관리나 시설 관리, 정보공개 등에 관리감독이 그칠 수밖에 없고, 보조금 지원대상도 아닌데다 이사장의 일탈로 인가를 취소할 뚜렷한 규정도 없어 즉각적 조치를 취할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사 못받아”···장학·징계 등 국내법 적용 배제 

외국인학교는 자율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교육 과정은 물론이고 교원 채용과 등록금 책정 등이 모두 학교 재량에 맡겨져 있다. 장학지도·징계 등에서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권한이 제한적이다’고 관련 규정을 좁게 해석하면서 ‘감독권한 제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이 정기 감사가 아니라 1년에 한 차례 실태 지도점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나마 점검 내용도 ‘반쪽’에 그치고 있다. 돈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 운영’에 대한 감사 등 적극적인 감독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시교육청 교육국 장학사 3명이 지도점검에 나섰으나 입학관리, 시설인가, 정보공개 등만 살펴보고 돌아서야만 했다. 시교육청은 5년 전에도 교육부 지시로 ‘입학 관련 내용’ 등만 중점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행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에서는 초·중등교육법을 준용해 관할청은 시설, 설비, 수업, 학사 등에 관해 교육 관계 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 학칙을 위반한 경우 학교 설립자, 경영자, 교장에게 시정, 변경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시교육청이 자체 기준을 마련한다면 얼마든지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조항이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관리감독 권한에 제약이 있다며 사실상 학교의 처분만 바라보고 ‘뒷짐’을 지고 있었던 셈이다. ‘의지박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부랴부랴 학교 현장 지도점검 방침을 내놨다. 다음 주에 학교설립팀과 중등교육과, 교육자치과 소속 직원 3명을 외국인학교에 보내 학교운영 전반에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조사가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꼴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외국인학교는 사립학교이면서도 특례조항이 많고 치외법권적 특혜를 누리고 있어 교육청이 제대로 된 지도·감독을 할 수 없다”며 “이제라도 국내학교와 똑같이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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