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황교안①] ‘총리전성시대’ 李-黃 대권 경쟁력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2 15:00
  • 호수 15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전문가 8인의 이낙연 총리-황교안 한국당 대표 SWOT 분석

총리 전성시대다. 여야의 대권 경쟁에서 전·현직 총리가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22년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지금 구도가 지속된다면 총리 출신이 맞대결하는 이른바 ‘총총 대선’이 펼쳐질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 뉴시스·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 뉴시스·연합뉴스

여권에서는 이낙연 총리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최근 강원 산불 대책을 메모한 이 총리의 ‘깨알 수첩’이 화제를 모은 것도 총리 취임 때와는 달라진 그의 위상을 보여준다. 기자에서 시작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총리로 이어진 관록의 정치 경력이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상승 작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독주하고 있다. 2·27 전당대회에서 무난하게 당 대표로 선출됐고, 첫 시험대였던 4·3 재보선에서도 선전을 했다. 검사에서 시작해 법무부 장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이어진 오랜 관료 경력이 가져온 안정적 이미지에 제1 야당 대표로서의 강인함이 더해지면서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 ‘총리 대 총리’ 대결 구도에서 과연 이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시사저널은 정치 분야 전문가 8인이 내놓은 SWOT 분석을 통해 여야 유력 대권후보로 부상한 이 총리와 황 대표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 이낙연, 정치 경륜 ‘강’ 호남 출신 ‘약’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낙연 총리는 ‘신사’로 불린다. 언행이 깔끔하고 단정하다. 좀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일처리는 독하고 매섭다. 의정활동을 함께 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이를 ‘자전거 리더십’이라고 했다. 페달을 힘껏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 스타일이라는 거다.

요즘 이 총리는 어느 때보다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 강원 고성 산불, 조류 인플루엔자(AI) 발병, 경기침체 등 국정 위기 상황에서 ‘특급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권의 대선주자 중 지지율도 안정적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총리의 강점(Strength)은 우선 풍부한 정치 경륜이 꼽힌다. 대학 졸업 후 언론사에 몸담다 2000년 16대 총선 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4선 의원을 내리 지낸 후 2014년 7월부터 전남지사로서 도정을 이끌다 2007년 5월 문재인 정부 초대총리로 발탁됐다.

정치인으로서 풍부한 경험은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게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심을 읽는 데 도가 텄다”고 했다. 정무적 감각도 마찬가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기자간담회를 보면 정무적 판단이 빠르고 안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소통과 배려를 통한 ‘포용형 리더십’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친근하고 서민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면서 포용형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직 총리로서 강력한 우군을 둔 것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강력한 우군이 문 대통령의 꿈을 누군가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Opportunity) 요인이기도 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현 시점에서 보면 여권이 여러 면에서 여건이 좋은데, 노무현 대통령 당선 배경에 DJ의 후광이 있었듯 현재 권력인 대통령이 ‘폭망’하지만 않으면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권 내 경쟁 주자들이 낙마 위기에 있거나 지지율 하락 상태인 점은 향후 분산돼 있는 진보진영의 지지율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당내 주류인 친문 인사들이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대안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총리 퇴임 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내년 총선이 중요하다. 민주당 승리를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면 대권 가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아직까지 여권 내 지지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게 약점(Weakness)으로 거론된다. 이 총리는 계파 정치와 거리가 멀다. 민주당 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문’ 그룹에 속해 있지도 않다. 계파패권주의에서 자유롭다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조직의 힘이 갖는 실리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아질 경우 ‘총리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약점은 ‘대통령 후광’이라는 강점과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정권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이 총리에게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무너지면 함께 무너지는 ‘대통령 동일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약점으로 거론된다. 호남 지지세가 강한 민주당 내에서도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영남 후보 대권론이 잠재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영남 대 호남 대결이 되면 또다시 영남 후보 대권론이 되살아날 수 있다. 적폐지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총리에게 위협(Threat) 요인은 이러한 약점이 현실 정치에서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친문 유력 후보가 전면에 등장할 경우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택수 대표는 “당내에서 계파 색채가 옅다보니 대선 경선에 친문 후보가 나오게 되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영남 후보 대권론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현재 보수진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표가 서울 출신으로 비영남권 인사라는 점에서 황 대표와 맞상대할 경우 지역주의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전에 비해 진보 대 보수 대결구도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현 정권의 국정운영 성패가 이 총리의 기회와 위협을 판가름하는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외부 위협 요인으로는 보수진영이 한데 뭉치는 보수 대통합을 꼽을 수 있다. 

 

■ 황교안, 정치 신인 ‘강’ 확장력 ‘약’

황교안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의 기세를 몰아 당 대표로 선출된 날, 보수진영의 한 유력 인사는 ‘어총비(어차피 총선은 비대위)’라는 말로 황 대표의 순탄치 않을 앞날을 예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대표 체제가 흔들리면서 다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황교안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 시점에서 ‘어총비’의 기세는 미약해 보인다. 대여 강세 행보를 이어가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고, 4·3 재보선도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여전히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황 대표의 SWOT 분석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얽히고설킨 관계가 때로는 강점이 되고 때로는 약점이 된다. 어떤 측면에서는 기회가 또 다른 측면에서는 위협 요인이 된다. ‘박근혜 브랜드’가 주는 강점은 취하면서 이와 다른 ‘황교안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황 대표의 강점 중 하나는 아직까지 보수진영에 이렇다 할 대체 인물이 없다는 거다. 친박계의 ‘절대카드’를 넘어 보수진영의 ‘통합카드’로 올라설 기세다. 정치 신인으로서의 신선함과 관료 출신으로서의 신중함이 무기다. 김형준 교수는 “안정적 이미지에 신상 효과가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노력형 리더십’도 강점으로 거론됐다. 

내년 총선은 황 대표의 대권행이 고속도로냐 가시밭길이냐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낙점받을 기회다. 우선 공천 작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공천을 잘못하면 폭삭 망하고 주도했던 사람이 피박을 쓰기 마련이다. 의원 개개인의 명줄이 걸려 있는 복잡한 공천 과정을 잡음 없이 돌파하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면 대권 가도가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현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수록 기회의 문이 더 열린다. 황 대표는 연일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동정론’을 등에 업을 수도 있다. 배종찬 소장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박근혜 동정론이 나올 텐데 현 정부에 대한 피로감이 쌓일수록 반사이익을 더 얻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황 대표의 강점 중 하나이자 기회 요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장 큰 약점이자 위협 요인이기도 하다. ‘기승전 박근혜’는 황 대표에게 새겨진 주홍글씨일 수 있다. 김형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인데, 분리하려 하면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오히려 응징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확정성의 한계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지금은 극우보수의 지지로 지탱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대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원내 경험이 없는 원외 인사라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택수 대표는 “원외의 한계는 분명히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역대 대통령 중 국회의원을 하지 않은 경우가 없는데 그런 전례를 깰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본격화할 수 있는 ‘당 대표 흔들기’는 황 대표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어총비’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유력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흔들기가 계속될 때 당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표로서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과 대선주자로서의 현미경 검증을 요구받을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박 줄타기를 잘해야 하는데 삐끗하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별사면과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신변을 둘러싼 변수가 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이 사면으로 나올 경우 보수진영이 갈팡지팡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정치력이 본선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낙연·황교안 대권 경쟁력’ 특집 연관기사

[이낙연·황교안②] 정치전문가 8인의 대권 경쟁력 분석

[이낙연·황교안③] ‘총리 콤플렉스’ 극복할까

[이낙연·황교안④] 李는 ‘강원도 산불’, 黃은 ‘김학의’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