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선동열-류현진-?…토종 에이스 계보 끊기나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4 09: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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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양현종, 시즌 초반 부진 심각
이들을 대체할 차세대 에이스도 아직은 없어

최근 수년간 국내 프로야구 판도를 좌지우지한 절대적 요소는 바로 그해 로테이션의 40%를 차지하는 두 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 성적이다. 작년 두산 베어스는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정규시즌에서 2위와 14경기라는 압도적인 승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두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합작 33승을 거둔 데 기인한다. 2017년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에는 20승 투수 헥터가 버티고 있었고, 2015년과 2016년 2연패를 했던 두산 베어스에서는 니퍼트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역할을 했다. 2014년 삼성 라이온즈의 3연패 또한 밴덴헐크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든 팀들은 에이스급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데 스카우팅팀의 주 전력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 최근 KBO리그 위상이 높아지면서 가면 갈수록 메이저리그 경험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됐던 유망주 출신 선수들까지 유입되고 있다. 이렇게 비중 있는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며 최근 극심한 타고투저에 시달리는 KBO리그에서 토종 에이스들은 존재감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런 와중에도 독야청청 팀 내 에이스 자리를 지켰던 두 명의 투수가 있었다. 바로 SK 와이번스의 김광현과 기아 타이거즈의 양현종이다. 

1988년생 동갑내기 두 선수는 고졸 신인으로 2007년 프로에 발을 디디고 빠르게 성장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김광현은 입단 2년 차인 2008년 16승과 방어율 2.39라는 성적을 내며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양현종은 2009년 12승을 거두고 3.15의 안정적 투구로 역시 에이스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로 이들은 다소 부침은 있었지만, 4월9일 현재 똑같이 통산 120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7년 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이 KBO리그를 떠난 이후 이들의 존재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기에 2019 시즌 개막전에 출격한 10개 팀 선발 투수 중 국내파는 이 두 선수밖에 없었으며 자연스러운 기용이었다.

SK 와이번스 김광현 3월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시범경기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SK 와이번스 김광현 3월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시범경기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광현 경기 초반 난조…양현종은 더 심각 

그런데 10년간 KBO리그를 호령했던 이들의 위상이 시즌 초반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우선 4월10일 현재 김광현은 4경기에 등판해 2승을 챙겼지만 방어율이 4.70으로 자신의 통산 방어율 3.40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50km의 구속도 살아 있고 주무기 슬라이더도 날카롭다. 그런데 23이닝 동안 피안타가 무려 33개에 달하고, 이 중 2개는 담장을 넘어갔다. 볼넷 허용은 6개에 그쳤지만 문제는 ‘커맨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컨트롤’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다. 반면 ‘커맨드’는 볼도 투수가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 즉 더 폭넓은 의미를 가진다. 

통산 9이닝당 3.7개 볼넷을 허용하는 김광현은 뛰어난 커맨드보다는 위력적인 구위로 타자를 누르는 유형의 투수다. 그런데 올 시즌은 유독 경기 초반 몸이 덜 풀린 상황에서 실투가 많이 나오며 난타를 당하고 있다. 이는 기록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1회부터 3회까지 피안타율이 무려 0.420이고, 볼넷 4개를 허용했다. 4회부터 6회까지는 피안타율 0.220에 볼넷 2개 허용으로 초반과 확연히 구분된다. 한마디로 상대팀은 초반 커맨드가 흔들리는 김광현을 집중 공략하며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기아 타이거즈 양현종 3월29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kt 위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1회 말 기아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아 타이거즈 양현종 3월29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kt 위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1회 말 기아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더 심각하다. 올 시즌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패했고 방어율 9.00에 14이닝 동안 무려 26안타나 허용했다. 일단 구속 하락이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온다. 작년 144km에 달했던 평균 구속이 141km를 살짝 상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슬라이더에 대한 의존도가 큰 김광현에 비해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커맨드가 더 안정적이란 평가를 들었던 그지만, 필요할 때 150km까지 끌어올리는 빠른 볼의 위력도 에이스로 인정받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였다. 특별한 부상 징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구속은 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충분한 요소가 되고 있다. 경기 초중반,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떨어진 구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는 가면 갈수록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막전 LG 트윈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을 했지만, 그다음 상대 최하위팀 KT 위즈전에서 6이닝 6실점하고 가장 최근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2이닝 7실점하며 초반에 무너져버렸다.

 

문승원·최원태·김원중, 중견급 선발 주목

이들의 소속팀은 애써 이들의 부진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즌 초반 유난히 추운 날씨로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고 있고 몸에 이상이 없으며 프로 13년 차 베테랑들로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눈길은 불안하기만 하다. 올 시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즌 개막을 평년보다 일찍 시작한 이유는 내년 도쿄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 프리미엄12가 11월에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 대회에 국가대표팀 선발 마운드를 이끌 쌍두마차인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장 이들을 대체할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 3년 전부터 향후 대표팀을 이끌 만한 재목들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완의 대기들이다. 특히 선발 요원으로 한정하면 더욱 그렇다. SK 와이번스의 문승원, 키움 히어로즈의 최원태, 롯데 자이언츠의 김원중 같은 중견급 선발 투수들이 근래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지만 김광현·양현종의 존재감을 대체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KT 위즈의 김민,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 기아 타이거즈의 김기훈 등 20살 전후의 젊은 선발 요원들은 훌륭한 신체조건과 위력적인 구위의 소유자들이지만 경험이 일천하고 아직 다듬어야 할 거친 부분들이 꽤 많은 상황이다. 

결국 이 두 좌완의 초반 부진은 큰 대회를 앞둔 올 시즌의 타이밍상 적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최동원·선동열·류현진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에이스 계보가 이대로 끊기는 게 아닌가 불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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