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해의식’ 갖게 되는 게 더 큰 고통”
  • 구민주·조해수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6 08: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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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 인터뷰 “가습기살균제 사건 ABC도 파악 안 된 상태”

4월8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최예용 부위원장은 기자에게 사무실 벽 하나를 가득 차지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연표를 가리키며 한참을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8년 전인 2011년 처음 세상에 공개됐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그보다 훨씬 전인 1994년부터 이어져 왔으며, 그 피해자들은 전국 수백만 명에 가까울 거라고 그는 강조했다. 최 부위원장은 특조위 활동이 종료되는 2020년 안에 최대한 피해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최근 특조위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경제적 손실 규모도 꽤 크게 잡혔던데.

“그동안엔 살균제로 인한 아주 직접적인 질환에 대한 지원만 해 줬고 그게 피해 가구당 평균 15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살균제로 인한 합병증 등 모든 질환과 관련한 비용을 이번에 포함시켜봤더니 피해 한 가구당 5억원 정도가 추산됐다. 5억원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이가 죽고 다치고 가정이 파탄 나버린 피해를 돈으로 어떻게 전부 환산할 수 있겠나.”

어린 자녀들이 피해를 본 경우 그 부모가 죄책감이 상당히 클 것 같다.

“이 사건의 특징 중 하나가 피해자들이 ‘가해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거다. 내가 사서 내 손으로 살균제를 사용해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죄의식이다. 그동안 진상규명도 제대로 안 되고 피해 대책도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나 때문이다’라는 생각이 더 강해져온 것 같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돼 이들의 고통도 덜고, 또 일반 국민들도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주겠구나 하는 믿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거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하던데.

“거의 모든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내가 이 제품을 썼고 이만큼 아팠으며 이 두 가지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정부가 일부 대신 증명해 주고 있지만, 정부는 의학적으로 아주 명확한 것만 인정해 주고 있다. 그래서 지난 8년 동안 피해 신고한 10명 중 1명만 피해가 인정돼 왔다. 나머지는 ‘모르겠다’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인데 이는 살균제 판매 기업들엔 면죄부가 되는 격이다.”

그동안 왜 제대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못한 건가.

“가습기살균제는 한 번에 터진 사건이 아니라 안방에서 천천히 수십 년간 벌어진 거다. 그러니 이 사건의 중요성과 크기를 누구도 체감하지 못해 온 거다. 피해자 규모도 정확히 모르는, 사건의 ABC도 파악이 안 된 상태다. 기껏해야 앉은 자리에서 피해신고 전화만 받고 그중에서도 10명 중 1명만 피해자로 인정해 주니까.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나 소극적이고, 이는 곧바로 직접 원인 제공자인 기업에 대한 태도로 이어져온 거다.”

해외에서도 가습기살균제를 쓰나. 그들은 이런 참사가 없었나.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외국은 가습기 자체를 많이 안 쓴다. 외국에서도 이 살균제 제품을 쓰긴 쓰는데, 우리처럼 농약과 다름없는 화학물질을 넣은 제품은 반드시 판매 전 안전 테스트를 거치게끔 일찍이 제도화돼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제도가 없었는데, 기업이라면 당연히 알아서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수년간 단 한 기업도 안전성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았다. 국가 관리도 전혀 없었다.”

지금도 이러한 화학물질이 완전히 테스트돼 시중에 나온다고 확신할 수 없지 않나.

“그렇다. 지금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 혹시 이와 같은 유사한 문제들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거다. 분무형 탈취제나 화장품 등 우리 생활 속에서 쓰는 화학제품들이 아주 많은데 이들이 제대로 안전 테스트를 받고 있지 않다. 오늘날 천식이나 비염이 매우 일상화돼 있는데 과거엔 잘 없던 질환이었다. 이러한 제품 사용 증가와 함께 이런 질환들이 늘어나는 건 아닌가 의심해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관계당국의 협조는 잘 이뤄지고 있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우리가 요청하는 절반 이상의 자료들에 대해 여전히 여러 이유를 대며 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고민인데, 특별법상 특조위가 대통령에게 중간보고를 하고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그때 어떤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아 조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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