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수·마스크 ‘미세먼지 완전 차단 효과’ 없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7 10: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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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근거 미약하고 실생활에서 효과 떨어져

미세먼지는 일상이 됐고, 미세먼지를 차단한다는 제품은 생필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차량용 공기청정기, 화장품에 이어 수소를 첨가한 물(수소수)까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없거나 미흡해 제값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축적 억제’ ‘알레르기 및 아토피 피부 개선 효과’ ‘암과 성인병 등에 효과’ 등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는 광고 문구는 마치 만병통치약을 연상시킨다. 이 제품은 수소 함유 음료, 일명 수소수다. 물에 수소를 첨가한 수소수는 일반 생수보다 비싼 가격인데도 연간 200억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수소를 발생시킨다는 수백만원짜리 수소수 정수기와 수소 발생기도 등장했다. 

일본이 2007년 세포실험과 동물(쥐)실험을 통해 수소가 활성산소종을 선택적으로 환원하므로 질병 치료를 위한 항산화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을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수소를 치료에 이용할 가치가 있다는 내용일 뿐인데, 이것을 상업화한 제품이 수소수다. 일부 업체는 수소수가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또 판매업체들은 이 물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아토피 등 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선전해 왔다. 최근에는 폐와 혈액 속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적이라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물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수소수는 일반적으로 물 99.9%에 극미량(0.00015%)의 수소를 첨가한 제품이다. 게다가 실제 수소 함유량도 제품에 표시된 것보다 최대 90%나 적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소가 0.7~2.2ppm 함유됐다는 수소수 제품의 실제 수소 함유량은 0.07~1.1ppm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나노 수소수까지 나왔다. 수소가 기화되지 않고 물에 많이 함유되도록 만들었다는 제품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수소수 관련 임상연구는 초기 단계”

그러나 수소수는 그냥 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수소수가 특정 질환을 치료하고 미세먼지도 제거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일단, 수소는 물에 녹지 않는다. 물 1리터에 수소가 1mg 있을까 말까다. 이것이 우리 몸 전신을 돌아다녀도 아무런 건강상 이득이 없다”면서 “물은 그냥 식품인데, 이것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거나 특정 질환을 치료한다고 광고하는 행위는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광고처럼 수소수가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까.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임상시험 논문은 25편이 있다. 이를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가 검토했다.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25편 있고, 그 가운데 10편이 항산화 효과에 대한 것이다. 이처럼 학계에는 수소와 건강에 대한 연구가 있다”면서 “문제는 그 결과들이 일관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분야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사람이 수소수를 마시고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연구 결과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수소수를 마시라고 권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도 “수소수가 아토피나 천식에 도움이 된다는 어떠한 학술적 근거도 없다”고 식약처에 자문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수소수 광고는 허위·과대광고가 되는 셈이다. 식약처는 최근 347개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소수 13개 제품, 24개 판매업체를 적발했다.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된 제품 대부분은 수소수가 유해 활성산소나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표시한 것들이었다. 또 다이어트 효과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오해하게 표기한 경우, 아토피 등 질병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것도 있었다. 식약처는 관련 영업자들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조치를 하고 관련 판매 사이트를 차단했다. 식약처는 이런 광고에 현혹돼 비싼 값에 수소수를 사는 일이 없도록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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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일반인이 흔히 사용하는 제품은 마스크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특수 필터를 부착한 마스크는 식약처 인증을 받아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또 정부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국민에게 권한다. 

이런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근거는 있을까. 장재연 아주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써서 미세먼지의 건강 피해가 줄었다는 연구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서 나온 초보적 실험을 담은 2~3편밖에 없다. 그나마 혈압이 약간 낮아졌다는 정도다. 마스크를 착용해 국민 건강에 대한 미세먼지 피해를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필요한데, 그런 연구 결과는 없다. 결국 근거도 없이 국민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하는 셈이다. 사실상 미세먼지 피해 예방을 위해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싱가포르도 선언적인 권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는 24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을 때(250㎍/㎥ 이상)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 그러나 그 나라에서 그렇게 심한 미세먼지 농도가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나쁨(35㎍/㎥ 이상)일 때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것과 비교된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N95 마스크를 착용하면 아마도 노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하교, 출퇴근, 쇼핑몰에 가는 짧은 시간,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 외에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은 미세먼지나 유해물질 발생에 따른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마스크가 실제 생활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 전문가위원회는 최근 마스크의 오염물질 차단율이 실험실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라도 실제 사용 조건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2016년부터 2년 동안, 1999년부터 2017년까지 미세먼지 차단율과 마스크 효과에 대한 연구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모두 215종의 마스크가 연구 대상인데, 이 가운데는 우리의 KF94 등급에 해당하는 N95(미국 기준) 마스크도 포함됐다. 그렇지만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대한 피해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는 없었다. 전문가위원회는 “일상에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이로운지를 평가하고자 했으나 이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N95 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른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있었지만, 심혈관 기능의 차이를 비교하는 제한된 연구였다. 이 같은 연구로는 실생활에서 마스크 효과성을 일반화할 수 없다”며 “실험실에서 미세먼지 마스크의 차단율이 95~99%에 이르더라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효과는 60%대로 감소하거나 심지어 0%로 전혀 반영되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지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지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마스크, 효과는 미흡하고 호흡만 방해”

실험실에서 나타나는 마스크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실생활에서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마스크가 얼굴 윤곽과 맞지 않아 틈새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이는 마스크 착용 권고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배경이다. 전문가위원회는 “마스크 사용 권고가 공기 중 유해 물질에 장시간 노출돼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스크 필터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인정되지만, 실제 생활에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의 효과는 미흡하다는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영국 직업의학연구소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9개를 구입해 그 효과를 실험했다. 마스크의 필터 자체는 미세먼지를 90% 이상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부실한 마스크도 70% 차단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 특정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다. 일반인이 실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의 미세먼지 유입률은 3~68%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쓰고 움직일 때는 그 유입률이 7~66%로 분석됐다. 9개 마스크 중 움직일 때도 유입률이 10% 이하로 측정된 마스크는 1개뿐이었다. 직업의학연구소는 “마스크는 충분한 보호 장치가 되지 못한다. 마스크가 얼굴에 잘 맞지 않기 때문에 틈새로 미세먼지가 유입된다”고 밝혔다.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다소 유입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조금이라도 미세먼지를 차단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마스크 사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의학적 정보가 많다. 마스크는 정상적인 호흡을 방해해 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차단율이 높은 마스크일수록 숨 쉬기가 힘들다. 숨 쉬기가 불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몸에 나쁘다는 얘기다. 건강한 사람은 다소 불편해도 견딜 수 있고 마스크를 벗으면 후유증도 없겠지만, 노약자나 임신부는 다르다. 미국흉부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호용 마스크가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 빈도를 높이고 폐포와 폐에서 환기를 감소시키고 심박출량 감소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재연 교수는 “그럼에도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크다 보니 마스크 사용의 위험도는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마스크의 필터 자체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마스크가 실생활에서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주지 못하고, 심지어 호흡을 방해해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는 마스크를 써도 호흡하기 좋으면 사용하라고 한다. 마스크 사용은 개인의 판단이지 정부가 권고할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세먼지가 많은 곳에 있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미세먼지가 적은 곳에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마스크만 쓰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용산에 있는 화장품 매장에 진열돼 있는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사진은 특정 사실과 무관함)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용산에 있는 화장품 매장에 진열돼 있는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사진은 특정 사실과 무관함) ⓒ 시사저널 박정훈

공기청정기·화장품 효과도 과장됐다

인식을 바꿔야 할 제품으로 차량용 공기청정기와 화장품도 있다. 차량용 공기청정기도 효과가 미흡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시판 중인 차량용 공기청정기 9개 제품의 단위 시간당 오염 공기 정화량인 공기청정화능력(CADR)을 비교한 결과, 4개 제품은 청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공기 청정화능력을 표시한 5개 중 3개 제품은 실제 능력이 표시치의 30.3〜65.8% 수준에 불과했다. 일부 음이온식 차량용 공기청정기에서는 오존이 발생해 밀폐된 차량 내부에서 사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오존은 기준치 이하라도 실내에 누적되는 경향이 있고, 밀폐된 차량 내부에서 장기간 노출 시 호흡기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는 화장품이 인기다. 그러나 상당수 제품은 미세먼지 차단이나 세정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중 미세먼지 차단·세정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판매하는 자외선차단제, 보습제, 세정제 등 53개 제품을 조사했다. 식약처는 화장품을 유통·판매하는 제조판매업체로부터 미세먼지 흡착 방지 또는 세정 정도 등 제품의 효능·효과를 입증하는 실증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했다. 그 결과, 27개 제품이 미세먼지 차단·세정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제품 효능·효과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꼼꼼히 확인하는 한편 특이한 효능·효과를 표방하는 등 허위·과대광고 제품으로 의심되는 경우엔 식약처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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