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꽃집 웃고 리조트·콘도 울고…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4.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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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바꾼 한국인 소비생활 패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3월26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흐려져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3월26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흐려져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미세먼지가 한국인의 생활 패턴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이 수치로 드러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하나카드의 2018년 업종별 매출액 데이터를 분석해 4월17일 발간한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행태 변화’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 패턴은 미세먼지 농도 자체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대형마트의 매출액 분석 결과에서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어느 정도인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신 미세먼지 관련 뉴스 건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실제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기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를 통해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 가장 호황을 누리는 곳은 세탁소였다. 미세먼지 뉴스가 많은 날에는 매출이 40%나 증가했다. 세탁소에서 결제하는 건당 이용금액도 18%나 늘어났다. 미세먼지 뉴스가 많은 날 꽃집의 매출도 19% 증가했다.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공기정화 식물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미세먼지 뉴스가 많아지면 목욕탕에도 이용객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 가장 크게 매출 손해를 보는 업종은 리조트와 콘도였다. 미세먼지 뉴스가 많은 날은 적은 날보다 매출액이 36%나 감소했다. 놀이공원(-35%), 차량 정비(-29%), 렌터카(-18%), 호텔(-10%), 고속도로 통행(-10%) 같은 나들이 관련 업종도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병원의 경우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이 많아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비인후과(8%), 소아과`치과(각 3%) 등 호흡기 및 구강 질환 관련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이 사람들의 소비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고, 업종별 차이가 뚜렷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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