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때 이른 공천 경쟁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2 10: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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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이론 중에는 ‘진정성 리더십’이 있습니다. 리더가 모범을 보여 부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침으로써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것입니다. 최근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자 ‘품성론’의 리더십 버전입니다. 우수한 실적을 내는 회사의 리더들이 뒤로는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가 드러나면서 주목됐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론이지만 위험성도 제기됩니다. 리더가 ‘내가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정성 대 허위라는 잣대로 세상을 가를 수 있습니다. “나는 옳고 너희는 그르다” “우리는 DNA가 다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위험성이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한 목적만으로 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난관을 뚫고 설득하고 또 설득하고 때로는 일정하게 양보해도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입니다. 

ⓒ 청와대 제공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진정성 리더십’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렸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일찍이 정치인의 자질을 핵심적으로 요약했습니다. 바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 인사들 중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진 이는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각종 주의, 주장이 터져 나오고 여기저기서 공정성과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반면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진 이는 선뜻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능수능란하게 협상하고 강온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정국을 주도하는 전략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공약은 과감히 수정하는 유연성도 엿보기 힘듭니다. 앞으로도 답답한 상황이 계속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는 결과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1년 뒤인 2020년 4월15일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지만 여의도 분위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물밑에서는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총선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경선에 대비하기 위한 당원 모집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각종 행사장에서 총선 출마를 노리는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게 낯설지 않습니다. 누가 어느 지역에서 이미 뛰기 시작했다, 3선 이상 의원들은 물갈이 공포에 지역구에서 아예 살고 있다 등 온갖 소문이 돕니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열심히 뛰는 만큼 국회에서도 입법 성과를 많이 내면 좋을 텐데 올 들어 국회의 대치는 더 가팔라졌고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봄, 야당의 반대와 여당의 무능에 지친 국민들은 산으로 가 진달래꽃을 보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입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이 패배하면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레임덕이 올 것입니다. 여권으로서는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야 하는 한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은 ‘선수’들을 모두 투입하는 모양새입니다. 총력 동원 체제를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 출마설이 상징하듯 이른바 ‘친문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흐름입니다. 이 과정에서 동종 교배의 위험성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공천에서 ‘내 사람’을 말하는 순간 내부에서부터 편이 갈립니다. 여권으로서는 ‘공정 공천’ 여부가 1차 승부처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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