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의 IOC 선수위원 프로젝트
  • 기영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0 14: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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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피겨 여왕’ 김연아도 오르지 못한 자리에 도전…도쿄올림픽 출전권에 인생 건다

박인비의 ‘IOC 선수위원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출마, 한국 선수로는 태권도의 문대성(전 위원), 탁구의 유승민(현 위원)에 이어 세 번째 IOC 선수위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박인비의 IOC 선수위원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 116년 만에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이른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과 LPGA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박세리는 물론 LPGA의 전설적 스타들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그리고 캐리 웹(호주) 등도 달성하지 못한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또한 IOC 선수위원에 출마하려면 자국 올림픽위원회(NOC) 및 NOC 선수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IOC는 선수위원에 출마하려는 선수에게 주로 전화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외국어 구사능력은 필수인데 박인비는 그런 점에서도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

유승민 위원이 2016 리우올림픽 때 정부의 별다른 도움 없이 당선된 이유는 본인이 올림픽 기간에 선수촌 구석구석을 돌며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지만, 프랑스에서 선수 생활을 해서 언어소통에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랭킹만은 관리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 때문이다. IOC 선수위원이 되려면 해당 또는 직전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박인비가 2024년 파리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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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여성 골퍼들이 잠재적 경쟁자 

그런데 IOC 선수위원을 노리는 경쟁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박인비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골프 동료 선수들이 많다. 올 시즌 미국 LPGA투어에서 가장 잘나가는 고진영도 IOC 선수위원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또한 박성현은 지난 2월 블룸베리리조트&호텔과의 메인타이틀 스폰서 계약 기자회견에서 “리우올림픽(박인비의 금메달)을 보면서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소연도 올림픽을 노린다. 유소연의 ‘올림픽 바라기’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유소연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들고도 국내 순위에서 밀려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유소연은 지난 2월 자신의 미국 LPGA투어 2019 첫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에 출전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2019년 6월29일 현재 세계랭킹에서 6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올림픽 골프에는 한 국가에서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특정 국가가 4명까지 출전권을 받으려면 엔트리 마감 직전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의 경우 대회 직전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한국 선수가 7명 들어 있었고, 이들 중 상위 랭커인 박인비·양희영·김세영·전인지 선수가 출전권을 받았다. 현재 추세로 보면 올해 6월, 한국 선수들이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최소 7~8명은 충분히 들어갈 것으로 본다. 따라서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들어야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안정권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사격의 신’ 진종오 출마 여부가 관건

동료 골퍼들 외에 타 종목 선수들도 IOC 선수위원을 노리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사격계에서 ‘사격의 신’으로 불리는 진종오가 대표적이다. 진종오는 2016 리우올림픽 때 유승민·장미란과 함께 출마하려 했으나, 유승민에게 IOC 선수위원 후보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당시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려 했던 역도의 장미란은 2012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이젠 출마 자격을 상실했다. 강력한 후보였던 여자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도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

하지만 진종오는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 이미 2016 리우올림픽에서 사격 50m공기권총 금메달을 따내 사격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하는 등 올림픽에서만 6개의 메달(금메달 4개, 은메달 2개)을 땄고, 외국어 구사능력도 갖추고 있다. 진종오가 내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자격을 갖춘다면, 박인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직을 맡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IOC 선수위원이란   

IOC 선수위원은 모두 15명이다. 하계종목 8명, 동계종목 4명 등 12명은 선출직이고, 나머지 3명은 IOC 위원장이 종교, 성별 및 스포츠 간의 균형을 고려해 임명한다. 임기는 8년이다. 한 나라에 2명의 선수위원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한국은 2016 리우올림픽 때 유승민 위원이 출마해 최종후보 23명 가운데 2위(1위는 독일의 펜싱 선수 브리타 하이데만)로 당선됐다. 따라서 유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파리올림픽 때 다른 선수들은 새로운 IOC 선수위원에 출마할 수 있다.

IOC 선수위원은 스포츠계 최고의 명예직으로 IOC 위원과 동일하게 올림픽 개최지 결정 등 주요 사안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IOC 선수위원이 타국에 입국할 때 비자가 없어도 허용되고, 그가 묵는 호텔에는 해당 선수위원의 국기(유승민 위원의 경우 태극기)가 계양된다.

IOC 선수위원은 하계·동계 올림픽 기간 중, 참가 선수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되며 폐회일에 발표된다. 해당 올림픽, 혹은 직전 올림픽에 참가했던 경력이 있어야 후보에 출마할 수 있다. 메달 획득 등 성적은 상관이 없지만 좋은 성적을 올린 잘 알려진 선수가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임기가 8년이므로 매 올림픽 때마다 4명(하계) 또는 2명(동계)의 새로운 위원이 선출된다. 해당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한 선수당 4표’를 행사할 수 있고, 하계올림픽은 4위까지 4명, 동계올림픽은 2위까지 2명의 후보에게 IOC 선수위원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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