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리는 아직도 혐오 사회 살고 있다
  • 김정헌 화가 前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4 18: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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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은 다 다르다. 우선 성별로 다르고 외양은 물론이고 성격과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다. 아니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은 학교로부터 사회에 나오면서 일하는 직장과 돈을 버는 방법들이 수없이 많은 갈래를 갖는다. 이러면서 다름은 차이를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차별이 생긴다.

평등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지구별 위에 수없이 만들어진 또 하나의 작은 우주들이다. 자연 만물이 다 그렇듯이 인간들도 운명적으로 독특한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공동체라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지구라는 공동체도 있을 수 있고 국가라는 공동체에 속하기도 한다. 작게는 마을 공동체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종교 공동체와 학교라는 배움의 공동체도 있다.

그런데 이런 우리 사회엔 왜 그렇게 혐오가 많이 발생하는가. 그 ‘다름’을 인정치 못하는 것은 인간들의 본성인가. 자기 자신도 독특하고 다르게 태어났는데도 왜 다른 인간들을 인정치 못하는가. 인정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들이 잘되는 꼴을 못 참고 그에 더해 남을 비하, 비방하고 ‘혐오’하기에 이른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경쟁체제 밑에서 이러한 혐오가 증폭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혐오의 감정을 ‘욕’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린 나이부터, 특히 남자 아이들부터 동네 놀이터에서,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감염된다. 자기와 다른 태도나 행동을 참지 못한다. 이는 어른들로부터 유전적으로 학습된 것들이다. 욕과 욕설이 일상화된 어른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들이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말하는 ‘서사적 인격’, 즉 ‘모든 인간은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는데 이는 고립된 한 인간의 삶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앞으로 나아갈 미래까지의 이야기의 한 부분’이다. 즉 모든 인간은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과거에서 다양한 빚, 유산, 적절한 기대와 의무를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이 말에 따르면 ‘욕’도 그 부모들에게서 물려받은 ‘빚’이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으로 만든 빚을 학습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은 4월19일 영등포 당사에서 중앙윤리위 전체회의를 열고 '세월호 막말' 논란을 빚은 정진석 의원(사진 왼쪽)과 차명진 전 의원의 징계절차를 개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4월19일 영등포 당사에서 중앙윤리위 전체회의를 열고 '세월호 막말' 논란을 빚은 정진석 의원(사진 왼쪽)과 차명진 전 의원의 징계절차를 개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욕은 일종의 자기방어이며 자기 착취에 속한다. 대부분의 욕은 자기가 위기를 느낄 때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내뱉는 언설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이 혐오의 언설이 자주 등장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이러한 정치권의 혐오 발언은 그중에서도 백미다. 마치 누가 더 야만의 ‘폭언’을 더 심하게 내뱉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다. 5·18 망언에 이어 자유한국당 소속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은 바로 4·16 5주년 추모식이 있던 그날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 “그만 우려먹으라, 징글징글하다”는 야만의 저주를 날렸다. 이들은 어떤 정치적 위기로 이러한 극단적 ‘혐오의 발언’을 내뱉는가.

국회의원 신분이면 그들이 항상 써먹는 ‘존경하는 국민’을 향한 발언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들은 국민들을 타자화하면서 끊임없이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이런 혐오 사회는 그야말로 위험 사회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 구성원들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정치인들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는 그대로 전체주의 사회나 국수주의로 가게 돼 있다. 나치의 유대인 혐오가 수백만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고 2차 세계대전을 유발했다는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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