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패스트트랙의 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결전의 날이었던 4월25일. 국회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밤샘농성과 몸싸움이 이어지고 쇠지렛대(일명 빠루)까지 등장하며 부상자가 속출한 것. 국회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 4월22일
# 한국당 뺀 여야4당 원내대표 패스트트랙 ‘다짐’
시작은 4월22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처리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발표하면서다. 이들은 “원내대표들이 책임지고 4월25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이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4월23일
# 1표 차로 패스트트랙 추인한 바른미래당, 내홍 격화
4월23일 여야 4당은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지정안을 추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만장일치로, 민주평화당도 별다른 문제없이 합의했으나, 문제는 바른미래당이었다. 바른미래당은 재적의원 23명 중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가까스로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유승민․이준석 의원 등 반대파들은 “당론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이언주 의원은 탈당했다.
# 한국당 철야농성 돌입
한국당은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예고한대로 칼을 빼들었다. 한국당은 4월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의원 전원이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공조한 패스트트랙은 ‘쿠데타’이며 ‘좌파 장기집권 플랜’”이라며 반발했다.
■ 4월24일
# 동물국회 촉발한 오신환의 ‘소신’
국회가 돌이킬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 건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소신’ 발언에서 비롯됐다.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오신환 의원이 4월24일 오전 패스트트랙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다. 패스트트랙 통과를 위해서는 사개특위(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에서 11명 이상 찬성표를 던져야하기 때문에 오 의원이 반대하면 통과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 의장실 몰려가 ‘성추행’ 씌운 한국당
바른미래당에서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위원 교체) 가능성이 솔솔 제기되자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오 의원의 사임을 승인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에 가까운 실랑이가 오갔고, 문 의장의 성추행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 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배를 만지고 뺨을 어루만졌다면서, 한국당은 문 의장을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문 의장 측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문 의장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 4월25일
# “오신환 사보임 막아라”…바른미래당도 점거농성 동참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결정하자,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국회 의사과 점거에 동참했다. 때문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서면 제출 대신 팩스를 선택했다. 문 의장은 병원에서 오 의원 대신 채이배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사보임계를 허가했다.
# 한국당 타깃 된 채이배 의원
한국당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로 향했다. 채 의원이 특위에 출석하는 걸 방해하기 위해 점거에 나선 것. 6시간여 동안 자신의 사무실에 갇혀 있던 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 “회의 열리지 못하게 막아라”…본격 육탄전 시작
4월25일 해가 저물 무렵, 여야 몸싸움은 막을 올렸다. 전날부터 패스트트랙 의결이 예상되는 회의장 세 곳을 사실상 점거하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안 제출을 위해 국회 의안과를 찾은 민주당 의원들과 격한 충돌을 벌였다.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의 싸움은 한 시간 반 동안 세 차례 반복됐다. 그사이 문 의장은 33년 만에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해 사태 진압에 나섰다.
# 빠루에 망치, ‘동물국회’ 갱신
오후 10시께 국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양당 의원과 보좌진, 국회 경호과 직원들까지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뒤섞여 몸싸움을 벌였다. 서로 밀치고, 멱살을 잡거나, 쇠지렛대로 문을 강제로 열려 하거나, 팩스를 부수는 등 폭력이 난무했다. 부상자가 속출해 급기야 구급차까지 출동했다.
■ 4월26일
# 긴급 사개특위 개의했으나 정족수 못 채워 정회
밤새 몸싸움이 소강상태에 이르자, 새벽 2시께 사개특위가 긴급 개의됐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위원들만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는 정회됐다.
# 민주당, 폭력 행사한 한국당 고발조치
이 같은 한국당의 물리력 행사에 대해 민주당은 결국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며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서 한국당의 불법․폭력 행위를 용납하지 않고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발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극악무도한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 오늘도 가열찬 의지를 보여주자”면서 또 다시 강경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