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올해의 선수’ 후보에도 없다고?”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8 09:00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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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 부진과 팀 성적으로 최종 후보 6인 진입 실패

2018~19 시즌은 손흥민(27·토트넘)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며 유럽 축구의 중심에 우뚝 섰다. 현 유럽 최고의 선수들로 평가받는 팀 동료 해리 케인,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하며 토트넘을 57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었다. 앨런 시어러, 리오 퍼디난드, 티에리 앙리 등 ‘레전드’로 불리는 축구인들이 월드클래스라는 평가를 보내는 데 망설이지 않을 정도다. 

손흥민의 활약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차범근 이후 실로 오랜만에 아시아 선수가 팀원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드는 성과에 기대지 않고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경우 명감독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손에 꼽을 정도의 팀 플레이어였고, 상대 감독이 경계하는 전술적 중요도가 큰 선수였다. 하지만 득점, 도움 등 성과나 선수 개인으로서 받는 대중적 평가가 탁월하진 않았다. 

그 한계를 넘어선 손흥민이었기에 또 다른 기대로 향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개인상인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 최종 후보 명단에서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월드클래스 활약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지만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 PA 연합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 PA 연합

손흥민 “개인상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PFA는 4월20일 올해의 선수 후보로 뽑힌 6명을 발표했다. 버질 판 다이크, 사디오 마네(이상 리버풀), 세르히오 아구에로, 라힘 스털링, 베르나르두 실바(이상 맨체스터 시티), 에덴 아자르(첼시)가 이름을 올렸다. 당초 판 다이크, 아구에로, 아자르와 함께 최근 꾸준히 후보군으로 언급됐던 손흥민의 이름은 없었다. 

4월21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경기를 마치고 이 소식을 들은 손흥민은 “소속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개인상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영국 현지에서도 후보 선정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흘러나온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한 매튜 업슨은 BBC의 《풋볼포커스》에 출연해 “손흥민이 6명의 후보 안에 들지 못한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나라면 분명 손흥민을 선택했을 것이다. 정말 출중한 실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올해로 45년째를 맞는 PFA 올해의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받는 가장 명예로운 개인상이다. 후보 선정에 공격 포인트와 같은 정량적 기준은 없다. 다만 허점이 있다.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이 2월부터 시작되고 4월에 수상자를 발표한다. 5월에 전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시즌 막판 활약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은 올 시즌 초반 고전했다. 월드컵 참가로 인한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상태로 다시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아시안게임을 소화했다. 체력과 컨디션 저하로 10월까지 부진에 빠졌다. 시즌 첫 골이 10월31일 웨스트햄과의 리그컵에서 나왔고, 리그 첫 골은 11월24일 첼시를 상대로 기록했다. 물론 그 뒤의 페이스는 유럽 전체를 둘러봐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3개월가량 침묵했음에도 현재 20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시즌 초반의 부진이 후보 선정을 위한 정성적 평가에 치명타가 됐다. 최근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3골을 넣으며 찬사를 받았다. 조세 무리뉴 전 감독이 “역습 장면에서 손흥민보다 잘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호평을 보낼 정도였다. 토트넘의 간판 공격수 케인의 부상 공백도 완벽히 메웠다. 그런데 PFA의 평가는 4월초에 이미 끝났다.


꾸준한 활약으로 ‘아시아 선수’ 편견 극복해야

토트넘이 우승 경쟁에서 일찌감치 이탈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재 토트넘은 선두 리버풀에 승점 18점이 뒤진 3위다. 올해의 선수가 우승팀 혹은 준우승팀에서 나온다는 불문율은 없지만, 역대 결과를 보면 팀 성적이 바탕에 깔린다. 실제로 올 시즌 6명의 후보 중 5명이 현재 우승을 놓고 승점 1점 차로 시소 경쟁 중인 리버풀(2명)과 맨체스터 시티(3명)에서 나왔다. 

그걸 넘어서기 위해선 아주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여야 한다. 아자르는 소속팀 첼시가 현재 토트넘보다 뒤처진 4위지만 리그 공격 포인트 1위(16골 13도움, 손흥민 12골 6도움)다. 지난 시즌 모하메드 살라는 소속팀 리버풀이 4위에 그쳤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가장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 수상했다. 손흥민은 후반기 임팩트는 가장 컸지만 시즌 전체적인 꾸준함이 아쉬웠다.

PFA 올해의 선수는 과거 자국 출신 선수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적용돼 논란이 인 바 있다. 2010~11 시즌과 2012~13 시즌에 토트넘 소속의 가레스 베일은 자국(영연방 웨일스) 선수에 대한 가산점이 더해졌다. 소속팀 토트넘이 5위에 그쳤는데, 웨인 루니 이후 모처럼 등장한 자국 출신 특급 선수에게 트로피가 향한 것. 특히 2010~11 시즌에는 리그 7골에 그쳤음에도 수상해 파장이 컸다. 

아시아 선수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도 존재한다. PFA 올해의 선수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남미와 아프리카 선수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우루과이 출신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베일에게 밀리자 비판이 일었다. 결국 수아레스는 다음 시즌에야 수상했다. 아프리카도 디디에 드록바, 야야 투레 등이 수상에 실패하다 2015~16 시즌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이끈 리야드 마레즈가 벽을 넘었다. 

올 시즌 후반기 수준의 활약을 시즌 내내 이어가는 것이 손흥민에게 필요하다. 토트넘 입단 후 지난 4년 동안 시즌 중 긴 슬럼프에 빠진 적이 많았는데 그 부분을 극복해야 한다. 다음 시즌 손흥민은 월드컵, 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 없는 휴식기를 보낸다. 누적된 피로를 해소하고, 컨디션을 개막에 맞춰 끌어올릴 수 있다. 

이적 변수도 존재한다. 올 시즌 맹활약으로 바이에른 뮌헨, 첼시 등이 손흥민 영입을 원한다는 루머가 나왔다. 이적료는 4년 전 토트넘으로 올 때의 4배인 1억 유로(약 1280억원)로 추정된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으로 손흥민의 가치가 더 폭등했다. 토트넘의 선수 영입 정책에 불만이 있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다른 빅 클럽으로 갈 경우 자신의 전술의 핵인 손흥민을 함께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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