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광한 남양주시장, 장학재단 ‘채용 압력’ 의혹
  • 경기 남양주 = 서상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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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특혜 채용 후, 의혹 밝혀지면 큰 타격될 듯
"조 시장 측근, 신임 사무국장이라며 이력서 제출"
당시 사무국장 "간부 찾아와서 (퇴사)하라고 했다"

지난해 취임한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이 묵시적인 압력을 통해 자신의 측근을 장학재단 사무국장에 채용시키려다 이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채용은 미수(未遂)에 그쳤지만, 현직 시장이 자신의 권력을 내세워 인사 권한이 없는 장학재단에까지 취업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만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정치권의 각종 특혜 채용과 맞물려 이번 '채용 압력'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조 시장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묵지적인 압력을 내세우며 자신의 측근을 장학재단 사무국장에 채용시키려다 이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남양주시 제공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묵지적인 압력을 내세우며 자신의 측근을 장학재단 사무국장에 채용시키려다 이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남양주시 제공

5월3일 남양주장학재단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조 시장의 측근인 A(서울 신내동)씨는 지난해 720일 남양주장학재단(시청2별관) 사무실에 직접 들러 '후임 사무국장'이라며 이력서를 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장학재단 이사는 "갑자기 A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조 시장이 보내서 왔다며 여직원에게 이력서를 놓고 갔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모 국립대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2017년 1231일자로 퇴직했다.

A씨는 이력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조광한 시장과는 연관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A씨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누군가를 통해서 사무국장 자리가 비었다고 연락을 받아 이력서를 체출한 것"이라며 "(조광한)시장과는 개인 친분이 있을 뿐이지 채용과는 직접 연관이 없다"고 했다. '누구를 통했냐'고 묻자 "그냥 소스(아는 사람 소개)가 있어서 이력서를 냈고, 채용도 안됐는데 이게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누구'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A씨의 주장과 다르게 장학재단은 당시 채용계획이 없었고, 사무국장 역시 이 상황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쉬쉬'했던 채용 압력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학재단 사무국장이었던 유 아무개씨가 올해 초 퇴사하는 과정에서, 자의가 아닌 외부 압력에 의한 '사퇴 종용'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남양주시 간부 이 아무개(현 체육회 전무)씨가 유 사무국장을 찾아와 퇴사를 종용했다. 유 씨는 "(이씨가)찾아와서 정리해주면 어떻겠느냐고 한 것 맞다"며 "그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다들 후배들인데…"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사퇴를 종용한 것이)그 사람 생각이었겠느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조광한 시장의 지시인가'라고 묻자 "그걸 내 입으로 어떻게 얘기해"라면서 "그 일이 다시 거론되는 게 싫다"고 했다.

당사자인 이씨는 '사퇴 종용 발언'과 관련해 부인하지 않았다. 이 씨는 '사퇴를 종용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년전 일이라 기억이 안난다"면서 "현재 공무원이 아닌데 이런 통화 자체가 불쾌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조광한 시장의 지시로 사퇴 종용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명확한 답변을 꺼렸다.

이사들은 이에 대해 '채용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즉각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A)이 이력서를 들고 왔다는데 황당했다"며 "(A씨가 남양주에 살지 않아)이 곳 실정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사무국장으로 채용하냐며 이사들 대부분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국장이 사퇴 의사가 있을 때라면 모를까 잘 근무하고 있었는데"라며 "사실상 (채용)압력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학재단 정관에는 사무국장 채용은 현재 관내(남양주시) 거주자로 이사들의 추천을 받아 투표를 거치게 돼 있다. 기존 사무국장은 이 일이 있고 5개월만에 사표를 제출하고 퇴사했다.

'시장 측근 취업 무산'은 장학재단 예산 삭감 등으로 불똥이 튀었다. 먼저 남양주시가 예탁금 이자로 일부 장학금을 보조해오던 예산을 올해부터 전액 삭감키로 한 것. 남양주시는 자체출연금 50억원을 예탁해 매년 2억원 가량의 이자를 장학재단에 내놓았다. 남양주 장학재단은 지난해에만 시에서 나온 이자를 합쳐 대학생 131, 고등학생 128, 예체능우수자 60여명 등 320여 명에게 373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1997년 재단설립 후 장학재단으로 장학금을 수혜 받은 학생은 6000여 명에 달한다. 남양주시는 장학재단과 별개로 장학기금을 운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시는 또 2청사(금곡동)에 입주해 있던 장학재단 사무실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만료했다. 1997년 설립 당시부터 줄곧 이 곳에 입주해 있었지만 이번 갈등 이후 남양주시 측에서 계약만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지난 130일 청사관리직원이 공문을 보여주며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장학재단은 지난 52일 청사 인근 사무실로 이전했다.

조광한 시장도 올해 초 당연직이던 남양주장학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놨다. 장학재단 설립 이래 현직 시장이 중도에 이사장을 사임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장학재단 측은 "민선 시장 이후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시장은 조광한 시장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비서실을 통해 조 시장과 연락을 취했으나 '회의 중'이라며 통화가 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328'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채용 시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 강요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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