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담비’ 전주서 발견…“까치 사냥 모습 포착”
  • 전북 전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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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포식자, 나무 타고 까치 둥지 덮쳐…전문가 “도심 출현은 매우 이례적”

전북 전주의 한 야산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진 담비가 사냥하는 모습이 밭일하던 시민에 의해 포착됐다. 환경단체는 담비의 도심 출현을 국내 생태계 특성상 매우 이례적 일로 받아 들인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일 전주 상림동의 한 마을 야산에서 담비가 사냥하는 모습이 잡힌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시민 임낙연씨(38)가 지난달 27일 부모님 농장을 방문했다가 휴대전화로 찍은 것이다. 

1분 30초 가량의 동영상에는 사냥에 나선 담비 두 마리가 등장한다. 이중 한 마리는 미루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까치둥지를 덮치는 모습이 담겼다. 담비가 둥지를 순식간에 습격하자 어미로 추정되는 까치가 둥지 위를 맴돌며 저항했다.

사냥에 성공한 담비는 까치의 새끼 혹은 알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입에 물고 나무를 재빨리 내려왔다. 어미 까치는 둥지를 빙글 뱅글 맴돌며, 자신의 새끼가 담비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담비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이다. 한반도에는 담비와 검은 단비 등이 서식하고 검은담비는 주로 북한 지역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담비는 2~6마리가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고라니, 멧돼지 등을 사냥한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박사는 "겨울 보릿고개를 넘긴 새들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시기가 되자 담비가 사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전주와 완주 김제에 걸친 모악산 일대에 담비가 서식한다는 문헌자료는 있었지만 전주에서 담비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처장은 “담비가 도심 인근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담비 서식실태 공동조사를 통해 보호대책을 마련하자”고 전주시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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