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vs ‘인권보호’…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두 갈래 시선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4 09: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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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분야별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문제 풀어야

지난 2월18일 한남동 모 건설현장 앞에서 한국노총 소속 건설산업노조의 시위가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시위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날은 좀 달랐다. 시위 목적이 임금체불 해소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단속’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농·어업 분야에서는 완도군 및 인제군 등이 법무부를 상대로 계절 근로자 추가 배정 및 작업범위 확대를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지방의 농·어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취업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18년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불법체류자를 포함할 경우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30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포천시, 서울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 충북 음성군 등의 경우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5월1일 새벽 서울 남구로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 시사저널 이종현
5월1일 새벽 서울 남구로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 시사저널 이종현

1980년대 후반 시작된 외국인 노동자 유입

1987년 민주화투쟁과 1988년부터 시작된 주택 200만 호 건설, 그리고 1985년 이후 진행된 3저 호황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화투쟁의 결과 산업현장의 임금은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3저 호황의 지속은 도시 중산층의 소비 확대와 더불어 서비스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버팀목이던 저임금 여성 노동자의 이탈이 본격화됐다. 또한 분당 등 5대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건설투자로 인해 건설부문의 임금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급여 수준 및 작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부문의 남성 노동자 이탈이 본격화됐다. 1990년대 초반 ‘3D’라는 표현이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섬유·신발 등 노동집약업종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20~30%에 이르러 휴·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노동력 부족 상황에 직면한 정부는 1991년 외국인 연수생 형태로 외국인 노동자의 합법 채용을 가능하게 하는 ‘해외투자업체 연수제도’를, 1993년에는 이를 확대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를 도입했으나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은 임금을 좇아 연수생들이 대규모로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 취업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2003년의 경우 당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 인력은 36만300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79.1%인 28만7000명이 불법체류자 신분인 상황이 되면서 노동시장의 왜곡현상이 극에 이르렀다. 

결국 2003년 8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비전문 외국 인력의 합법적 고용을 일정 규모로 허용하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됐다. 재중 동포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적동포 취업제도 역시 2007년부터 방문취업제도로 변경됐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는 입국한 날로부터 최장 5년 범위 내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10년까지 가능하게 됐다. 과거 문제가 되던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체결, 임금체불보증보험 의무가 사업주에게 부과됐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4대 보험 가입, 노동조합 결성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초기 국내의 부족한 노동력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작됐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내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노동조건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역차별, 외국인 노동자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에는 ‘외국인 노동자 추방’과 관련한 청원이 쉬지 않고 올라오는 등 점차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2015년 건설노조가 시행한 외국인 유입에 따른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6%가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임금하락(67.6%), 노동강도 증가(54.6%) 등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2014년 한국은행이 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대체하는 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체계적인 수급 방안 마련해야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인한 영향은 매우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반복적인 3D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생산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외국인 노동자 비중 및 국내 근무 경험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숙련도 역시 향상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생산현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월 300만원 이상의 많은 임금을 받는 비중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불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추방을,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주장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스위스 극작가 막스 프리슈의 희곡 《시아모 이탈리아니》에는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는 표현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노동력 수급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 통합 및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의 대폭적인 감소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고령화로 인한 요양 등 새로운 분야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인력공급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2018년 말 일본 의회가 극심한 논란 속에서도 단순노동자에게까지 영주권을 부여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민국가’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 내국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비중 축소를 추진할 경우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체의 해외이전 및 폐업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고용시장의 축소로 연결되고, 더 나아가서는 제조업 기반의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문제를 다루는 데서 탈피해 좀 더 세분화한 접근이 필요하다. 건설업의 경우 공공부문 사업장을 대상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제한 등을 시행함으로써 임금 경쟁에서 불리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외국인을 활용하는 3D업종의 경우 근로여건 개선과 더불어 한계업체에 대한 축소를 병행해야 한다. 반면 향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화된 분야의 고급인력 및 간병·간호 등 노인요양과 관련한 인력의 경우 체계적인 수급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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