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평가하는 역대 대통령
  • 김지영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6 09: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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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⑫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⑬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⑭이종찬 전 국회의원 ⑮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⑯ 박관용 전 국회의장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쟁취를 위한 가두투쟁에 나섰을 당시의 박 전 국회의장(왼쪽 두 번째). ⓒ 시사저널 포토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쟁취를 위한 가두투쟁에 나섰을 당시의 박 전 국회의장(왼쪽 두 번째). ⓒ 시사저널 포토

시사저널은 4월16일 ‘정치사의 산증인’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에게 ‘역대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오랜 야당 생활을 거쳐 문민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총재권한 대행 등 6선의 관록을 쌓았던 박 전 의장이다. 그는 ‘주군’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했다. 대통령들과의 일화도 고명처럼 얹혀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 제일 행동이 없었던 사람이다. 목표를 설정하지도 못했다. 치적을 남기지도 못했다. 적당히 조용하게 넘어간 사람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과거의 부정부패, 폐습을 고쳐봐야겠다고 해서 ‘신(新)한국’을 들고나왔다. 성과도 있었다. 소기의 목적을 다 달성하진 못했지만 열정을 가지고 했다. 목표를 설정해 가지고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특히 남북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정권 때는 전혀 관여를 안 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굉장히 순박한 사람이었다. ‘노무현의 참모들’이 누구였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장 때 청와대 공관에서 단둘이 밥을 먹기도 했다. 권양숙 여사가 “의장님, 조용할 때 골프 한번 칩시다”라고 할 정도로 친했다. 노무현 초선 의원 때 발언이 대단했다. 후원자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너무 이상에 치우친 나머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혼자서 공상을 많이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외로웠다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 가까이서 자주 만나곤 했는데, 기업을 경영해 봤기 때문인지 이것저것 열심히 했다. 하지만 주력부대가 없었던 것 같다. 친이계가 있었지만 친목 성격이 강했다. 혁명적 동지 관계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혼자가 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외고집이긴 해도 사람은 순수하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났어야 했다. 웬만한 남자들하곤 얘기를 안 하려고 했다. 미혼이어서 오해받을까 싶어서 그런가 생각했다. 남자하고 단둘이선 밥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국회 본회의장에선 바로 내 옆자리였는데, 남자하고 단둘이 식사하는 것을 피했다. 남자 동료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여럿이 함께 하려고 했다.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많이 만나서 얘기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안 만났다. 자연스럽게 더 폐쇄적인 사람이 됐다. 최순실이 여자이고 잘해 주니까 쏙 빠진 것 같다. 주변에 여러 사람이 있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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