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 “두산전 17연패, 내 손으로 끝내고 싶었다”
  •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1 10: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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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부상 후유증 극복한 차우찬, ‘LG 투수왕국’ 재건에 마침표 찍다

차우찬이 중심을 잡고 있는 LG 선발 마운드는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원투스리 펀치를 두고 야구 전문가들은 LG가 ‘투수왕국’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올 시즌 차우찬의 상승세가 더욱 눈에 띄는 건 그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술 후 힘든 재활 과정을 거친 끝에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그는 통증 없이 던지는 야구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최근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팔꿈치 수술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인 것 같다.

“수술받고 나서 정말 홀가분했다. 이제 편하게,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니 앓던 이를 뽑은 기분이 들었다. 수술하고 나서 몸 상태가 좋았다. 팔도 움직임이 편해졌고 후유증도 전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통증이 없다는 사실이다. 개막 앞두고 투구 수 조절하면서 시즌을 맞이했을 때 느낌이 아주 좋았다.”

팔꿈치 부위의 통증을 느낀 건 언제부터인가. 

“2017년 전반기가 끝날 무렵이었다. 그때부터 팔 상태가 좋지 않아 인대 손상을 의심했을 정도다. 작년 중반 무렵 병원에서 X레이와 CT 촬영을 통해 팔꿈치의 뼈가 웃자랐다는 걸 발견해 냈다.”

그때 바로 수술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했나 싶다. 만약 비시즌 때나 스프링캠프 시작하기 전에 팔꿈치 상태를 제대로 알았다면 수술을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었다. 내가 빠지면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긴다. 아파서 쓰러지지 않는 이상 시즌 중반에 수술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선택이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시즌 마치고 수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혹시 거액의 몸값을 받고 FA 신분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던 부분이 수술을 망설이게 했던 건가(차우찬은 2017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95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삼성에 있다가 비슷한 시기에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됐더라도 시즌 마치고 수술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참고 던질 만했다.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면 2018 시즌 마지막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아픈 통증을 참고 시즌을 마쳤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공을 던질 수 있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심하게 아팠다면 야구를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불편함을 느꼈지만 투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대신 기복이 너무 심했다. 그로 인해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감독님, 코칭 스태프, 선수들한테 굉장히 미안했다. 시즌 마칠 때까지 그런 마음으로 야구를 했다.”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와 싸워야 하는데 자신의 팔꿈치 상태를 신경 쓰며 야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그랬다. 투수는 포수의 리드와 타자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등판 전 몸을 풀면서부터 ‘아, 오늘 몸 상태가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는 내 몸 상태와 계속 싸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지난해 성적이 12승 10패 평균자책점 6.09였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건 아쉽지만 두 자리 승수를 챙긴 게 대단해 보인다. 지난 시즌 마지막 등판이 10월6일 두산전이었다. 그런데 그 경기에서 9회까지 134구를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다. 이미 수술이 예정된 선수가 마지막 등판에서 134구를 던진다는 것도 놀라웠고, 완투승을 올린 걸 마냥 축하해 주기도 어려웠다.  

“지난해 우리 팀이 두산한테 15연패를 당한 상황이었다(2017 시즌 포함하면 17연패). 마지막 경기라 어떻게 해서든 그 연패를 끊어내고 싶었다. 경기 앞두고 투수들한테 ‘이 경기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부분도 있었다. 원래 그 경기는 내 순서가 아니었다. 타일러 윌슨 또는 헨리 소사가 등판해야 하는데 두 선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내가 나선 것이다. 3대1로 앞선 상황에서 104구의 공을 던진 후 8회를 마무리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세이브 상황이라면 정찬헌이 나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코치님께서 ‘괜찮겠느냐’고 물으셨을 때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9회초, 2사 만루 상황이 펼쳐졌다. 투구 수는 이미 127개를 찍었다. 대타로 나선 (김)재호 형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결국 134구째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면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세이브 기회를 빼앗긴 찬헌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당시 LG는 시즌 8위였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것도 아닌데 수술을 앞둔 선수에게 완투를 맡긴 류중일 감독의 판단에 비난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9회까지 마운드에 오른 건 내 선택이었다. 마지막 경기를 책임지고 싶어 했던 내 마음을 감독님이 이해해 주셨다고 생각했다. 물론 9회에 그렇게 많은 공을 던질 줄 몰랐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물론 감독님도 정찬헌 카드를 놓고 고민하셨겠지만 나의 시즌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지켜보셨을 것이다. 감독님이 나로 인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그 경기가 역전을 당했다면?

“어휴, 상상하기도 싫다. 2사 만루에서 재호 형의 안타 하나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만 했고, 잡을 자신이 있었다. 역전당했더라면 두산전 전패에다 나는 물론 감독님도 더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차우찬 선수한테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134구의 투구를 두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낸 이들이 많았던 것이고. 

“자신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선수다. 내가 힘들면 못 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지난해 두산전 외에 다른 경기에서도 투구 수가 많은 상태에서 내가 ‘스톱’하면 되는 문제였다. 감독이, 또는 코치가 시킨다고 무리해서 공을 던지는 투수는 흔치 않다. 류중일 감독님이랑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부터 한 시즌을 제외하고 계속 같이 생활했다. 매우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선수들의 몸을 아끼는 분이다. 1승 더 챙기려고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감독이 아니다. 관중석이나 TV로 야구를 보는 것과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분에는 차이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LG 투수진을 보면 빈틈을 찾기 어렵다. 그중 2명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다른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윌슨과 켈리는 무척 성실한 선수들이다. 팀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국내 선수들도 그들과 남다른 친밀감을 형성한다. 윌슨은 한국 생활이 2년 차지만 켈리는 올해가 처음 경험하는 KBO리그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의문부호를 나타냈는데 시즌 들어가면서 제 모습을 보이더라. 외국인 선수들 외에 정우영·고우석·이우찬 등 새로운 얼굴들이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나랑 같은 이름의 우찬이는 많이 칭찬해 주고 싶은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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