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거나 자전거 타는 이에게 기본소득 지급하자”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2 11: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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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대안으로 ‘녹색 기본소득’ 제안한 강상구씨

“참여소득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때였다.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의 한 종류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무조건 주는 건데, 참여소득은 조건을 달자는 거잖아. 에이, 그럼 그건 기본소득이 아니지.’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 동네 청소? 전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 나와서 청소를 한다? 클린 코리아 되겠네’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 그리고 이름은 이렇게 붙였다. 녹색 기본소득!”

작가와 강연자로도 알려진 진보정당 활동가 강상구씨가 ‘녹색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책 《걷기만 하면 돼》를 펴냈다. 강씨가 제안하는 녹색 기본소득이란 ‘걷기,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개념이다. 

“대한민국에 부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 열풍은 모두 일상생활 ‘밖’의 일이다. 일하는 시간이 아닌 여가 시간에, 평소 생활하는 공간을 벗어나서 이뤄지는 활동은 체제를 건드리지 않는다. ‘힐링’을 위한 걷기는 체제에 적응하는 걷기이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타는 자전거는 잠시 현실을 잊기 위한 도구다. 그러나 이제는 일상 속으로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들여와 안착시켜야 한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가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다는 것은 체제를 건드린다는 의미다. 걷고 자전거를 타겠다는 것은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지 못하겠다는 선언이다. 자본의 속도에 인간을 맞추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도시와 삶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수준 높은 저항이다.”

《걷기만 하면 돼》 강상구 지음│루아크 펴냄│192쪽│1만3500원
《걷기만 하면 돼》 강상구 지음│루아크 펴냄│192쪽│1만3500원 ⓒ 루아크 출판사

“도시와 삶의 구조 바꾸는 저항에 인센티브를”

전 세계는 현재 환경문제, 곧 기후변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후변화 자체의 심각성만큼이나 문제는 ‘속도’다. 그러나 한국 정부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이 바로 ‘기후행동’인데, 기후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타개책의 하나로 강씨는 점점 악화되는 환경문제와 기본소득을 연계시킨다. 환경문제 해결 없이는 기본소득 제도가 실현된다 해도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석연료 중독사회에서 벗어나 생태사회로 나아가는 것만이 기본소득 제도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뿐더러 진정한 복지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알래스카와 이란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석유를 판 돈으로 기본소득을 준다는 사실이다. 석유는 사용하면 할수록 대기를 오염시키고 기후변화를 촉진한다. 기본소득이 석유와 연결돼 있다는 것은 기본소득을 받으면 받을수록 대기오염과 기후변화가 심해진다는 얘기다. 기본소득이 사회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에 필요한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를 막고 생태사회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했는데, 모든 기본소득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어떤 기본소득이냐에 따라 생태사회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녹색 기본소득이 조건 없이 지급하자는 기본소득 철학에 반하는 것이며, 시민의 참여를 측정하는 데도 엄청난 행정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등 여러 반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강씨는 걷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에 속하기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급받을 자격이 있다는 기본소득 철학에 크게 반하는 것이 아니며, 또 스마트폰을 이용한 측정 시스템이 이미 정부와 민간에서 개발돼 시행된 적이 있기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행정력이 크게 소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밖의 여러 반론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례를 들며 반박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탄소세 도입해 녹색 기본소득 재원으로 쓸 수도

“녹색 기본소득이 자동차 중독 문화를 바꾸고, 기후변화를 막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에 붙은 세금을 좀 더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핀란드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곳에서는 나라별로 매기는 품목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경유와 휘발유를 포함해 석탄, 천연가스, 전기 사용 등에 ‘탄소세’를 매기고 있다. 한국도 탄소세가 필요하다.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모두의 공동 소유인 공기나 물에 끼치는 피해를 감안해 탄소세를 매기되 이를 녹색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면 어떨까?”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거쳐 정의당 교육연수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씨는 몇 년에 한 번씩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마다 책을 쓰는 작가로 변신한다. 그는 모든 이가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참여가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복잡한 이야기를 올바른 시각에서 쉽게, 기왕이면 재미있게 바꿔 많은 사람에게 참여 동기를 제공하는 것도 자신의 역할 중 하나라고 믿는다. 강씨는 녹색 기본소득이 거둘 희망적인 미래를 이렇게 설명한다.  

“녹색 기본소득은 양극화를 줄이고 빈곤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고 생태사회를 성큼 우리 앞에 다가오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녹색 기본소득으로 아이들이 뛰노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내게 가장 설레는 점이다. 한국 아동·청소년들은 7~9세 어린이의 경우 하루 평균 36분, 10~12세의 경우 35분, 13~15세는 34분, 마지막으로 16~18세는 43분 정도 바깥 활동을 한다니 말이다. 녹색 기본소득은 이런 아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할 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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