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관세 인상 시점 조정으로 시간 벌었다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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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첫날 회의 종료…5월10일 추가 협상 벌이기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열린 미·중 협상단의 첫날 무역협상이 5월9일(현지 시각)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한채 마무리됐다. 협상은 이튿날인 5월10일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은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경부터 워싱턴에 소재한 USTR 청사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미·중 대표단은 이날 중 합의를 이루거나 협상을 중단하는 등의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중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미국은 이미 예고했던 대로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홈페이지에 관세 인상 조치 시행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의 5700개 카테고리가 해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휴대전화와 컴퓨터, 의류, 장난감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왼쪽)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USTR 청사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미중 무역협상을 마친 직후 인근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란히 걷고 있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왼쪽)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USTR 청사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미중 무역협상을 마친 직후 인근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란히 걷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인상된 관세의 적용 시기에 대해 일종의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협상 지속을 위한 시간 벌기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대변인이 10일 오전 0시 1분 이전에 미국을 향해 출발한 중국 화물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10%의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에 미국으로 출발하는 중국 화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상된 세율을 적용해 관세를 실제로 징수하기까지 시차가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에 출발하는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관세 인상 효과를 지연시킴으로써 중국과의 협상 시간을 벌겠다는 미국 측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항공편으로 출발하는 화물도 중국에서 미국까지 10여 시간이 걸리고 선박편은 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은 그만큼 늦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들어 AP통신은 “미국 행정부가 협상을 위해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양측에 합의를 위한 추가적 시간이 제공됐다”면서 합의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급해서 인상된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G2의 무역 전쟁이 휴전 상태에 돌입하느냐, 전면전으로 커지느냐 폭풍 전야에 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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