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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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학회, 사실상 검찰 손 들어줘...
대검 차장검사가 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공식 반대 성명을 냈다. 형소법학회는 “국가의 근간인 형사사법제도를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실상 검찰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형소법학회의 당연직 부회장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형소법학회 측은 “결코 어느 일방을 편들기 위함이 아니요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가 수립되기를 바라는 학자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형소법학회는 지난 5월10일 “수사권조정 논의에 대한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계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소법학회는 가장 먼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 지적했다. 형소법학회는 “ 정당하지 않은 절차를 통하여 마련된 입법은 가사 그것이 내용적으로 수긍할만한 것이라 하더라도 절차적 정의를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에 반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면서 “아무런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는 두 분야의 특정 법안을 함께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가져가는 것은 국가의 근간인 형사사법제도를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형소법학회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형소법학회는 “공소제기 여부에 관한 결정은 기소뿐만 아니라 불기소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현행 형사소송법은 준사법기관인 검사로 하여금 하도록 하고 있다. 기소뿐만 아니라 불기소 역시 사법적 결정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양자는 논리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법관과 유사한 자격과 신분보장이 되는 검사가 준사법기관으로서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탄핵주의 형사소송구조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이라면서 “경찰에게 불송치결정이라는 일종의 불기소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절차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나아가 검사의 개입 없는 경찰의 불송치결정은 독자적 수사종결권으로서 통제받지 않은 권력으로 남용될 위험이 크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수사권 조정의 목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고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이상민 위원장이 4월29일 문체위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사법개혁특위 이상민 위원장이 4월29일 문체위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 마련 시급"
형소법학회는 검찰에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을 주문했다. 형소법학회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단순히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보된 직접수사권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여지가 많은 사건들에 대한 것으로서, 여기에 검찰의 수사권이 집중됨으로써 수사의 비례성이 약화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훼손될 위험이 있다”면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의 제한이나 범위 설정에 관한 논의는 반드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형소법학회는 수사권 남용 방안에 대한 통제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형소법학회는 “현재의 수사권조정 논의는 하나의 기관에 집중되었던 권한이 또 다른 기관으로 이전되는 것일 뿐, 각각의 기관이 더욱 공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거나, 견제장치가 더욱 강화되었거나, 이를 통해 기본권이 더욱 보장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면서 “자칫 검사의 공소권 행사는 더욱 부실해지고, 준사법적 통제기능은 더욱 약화되는 한편, 다른 기관에게 이전된 수사권한은 통제장치 없이 남용될 염려가 더욱 커졌다.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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