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든 문무일…예고된 항명에 울림 없는 메아리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3 14: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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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권 조정 반대’는 예정된 수순” 평가 속 ‘檢亂’ 동력 잃어

검찰은 역시 검찰스러웠다. 검찰개혁안이 입법 절차에 돌입하자 역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대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멨다. 문 총장은 해외출장 중임에도 입장문을 발표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검찰개혁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항명한 것이다. 검찰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집단반발을 통해 검찰개혁안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그러나 지금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2005년과 사뭇 다르다. 국민들 대다수가 검찰개혁을 지지하면서 검찰 내에서도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으론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 아래의 흐름이 다른 모양새다. 오히려 문 총장의 반발이 어쩔 수 없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문 총장이 검찰과 자신의 위상을 위해 사실상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5월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문무일 검찰총장이 출근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5월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문무일 검찰총장이 출근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임기 두 달여 남기고 사퇴 운운에 실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함께 4월29일 자유한국당의 육탄방어를 뚫고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안의 핵심이다. 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패스트트랙 지정 이틀 후인 5월1일, 문무일 총장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문 총장은 5월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해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문 총장은 당시 오만·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의 대검찰청 방문 일정으로 해외출장 중이었다. 입장 발표 후에는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하기도 했다. 외교적 결례까지 감수하며 초강수를 둔 것이다. 문 총장은 5월4일 귀국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사권 조정안을 막기 위해 사퇴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그러나 문 총장의 최근 행보에는 여러 가지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현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검찰개혁을 천명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첫 검찰총장인 문 총장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의 한 관계자는 “문 총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가 문 총장을 검찰 내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지 않겠는가”라면서 “문 총장은 지금까지 추진된 검찰개혁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도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해 반발하려고 했다면 그때 했어야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2018년 6월21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6월21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조직 보위 위해선 총장도 잡아먹어”

문 총장이 내비친 ‘사퇴 카드’ 역시 진정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24일까지다.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6월초에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6월말에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문 총장의 임기는 끝난 것과 다르지 않다. 대검 관계자는 “(문 총장이) 임기를 고작 2개월여 남겨 놓고 사퇴 운운하는 것은 실소까지 나오게 한다”면서 “문 총장이 최근에 보인 강수 행보는, 오히려 임기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곧 차기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시작되는 마당에 문 총장이 아무리 튀는 행동을 해도 (문재인 정부가)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은 70년간 검경이 대립해 온 주제다. 늘 승자는 검찰이었다. 검찰은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그런데 촛불 민심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개혁이 현실화되고 있다. 검찰로 따지면, 제42대 검찰총장인 문무일 총장 시절에 검찰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조직보위 문화는 다른 기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검찰 개혁론자들은 “조직의 이익에 위배될 경우 검찰총장에게도 칼을 겨눌 수 있는 것이 검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2018년 5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갖고 있는 유일한 논리는 조직보위 논리 하나밖에 없다. 이 사람들은 조직 보호를 위해서라면 총장도 잡아먹는 조직이다”면서 “자신들이 선호하는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굴종하면서 조직을 보호하고 권력을 유지하고 나쁜 권력과 거래하면서 힘을 키워 나간다. 그게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온 수십 년간의 역사였다. 그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총장 입장에서는 검찰총장으로서 검찰 권한을 지키려고 했다는 최소한의 액션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총장의 반발이 결국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은 여론은 물론이고, 검찰 내에서도 검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7월 국회에서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김준규 당시 총장은 임기를 40여 일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뒤를 따라 검사장급 간부들도 줄줄이 사표를 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130여 명이 7시간에 걸친 연석회의를 열기도 했고, 검찰 내부 전산망(이프로스)에는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는 항의 글이 쇄도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김후균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부장검사) 등 일부 검사들이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안에 마지못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여론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월26일 전국 성인 남녀 504명을 상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할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57.3%로 집계됐다.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30.9%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약 6명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코리아리서치의 5월5~6일 여론조사에서도 57%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했다.  

경찰 최대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의 류근창 회장은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검찰에 기소독점 및 자율권·수사권·수사지휘권 등 수많은 권한을 맡겼는데, 검찰은 스스로 성을 만들어 국민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 수성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견제와 균형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더욱 경찰통제를 유지하려 하고 있는데, 경찰통제는 국민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결정해야 할 일이다. 검찰이 무슨 권한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구조에 대해 따지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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