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장 들어서고 주민 30명이 암, “마을이 전멸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6 15:1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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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동네’ 된 전북 익산 장점마을…10년 넘게 1급 발암물질 껴안고 생활

“이 집은 폐암, 그 옆집은 피부암, 또 그 옆집은 부부가 암으로 같은 날 죽었어. 저 집은 유학 다녀온 서른다섯 아들이 위암 걸려 죽고, 2년 뒤 그 아비가 폐암으로 따라갔어. 매일 삽자루 들고 공원묘지 오르는 게 일이야 일.”

주민 80여 명이 모여 살던 전북 익산의 장점마을은 지역에서 가장 물 좋기로 소문난 ‘부촌(富村)’이었다. 마을 사방은 소나무가 무성한 산이었고 그 건너론 금강이 흘렀다. 강과 연결된 저수지는 주민들의 식수이자 농수(農水)였다. 농활 온 대학생과 외부 손님들로 마을은 늘 북적거렸다.

마을과 가까운 산 중턱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후 이 당연한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저수지는 시꺼메져 폐사한 물고기들이 둥둥 떴고, 정체 모를 악취는 연신 코를 찔렀다. 검은 매연이 마을 전체를 감싸 농사일을 하던 주민들이 실려 나가기도 했다. 출고된 농산물은 반품되기 일쑤였다. 언제부턴가 주민이 하나둘 암에 걸리기 시작하더니 그 수가 30명까지 치솟았다. 그중 17명이 이미 세상을 떠 빈집은 늘어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환경부 역학조사 중간 결과, 저수지와 인근 소나무 등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공장 하나 들어선 후 ‘죽음의 마을’이 돼 버렸다”며 10년 넘게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을 괴롭혀 온 인근 비료공장의 현재(5월6일) 모습. 주요 설비는 이미 사라졌고 바닥은 온통 화학물질로 질퍽거렸다. ⓒ 시사저널 고성준
전라북도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을 괴롭혀 온 인근 비료공장의 현재(5월6일) 모습. 주요 설비는 이미 사라졌고 바닥은 온통 화학물질로 질퍽거렸다. ⓒ 시사저널 고성준

“매일 담뱃잎 쪄댄 공장 굴뚝에서 연기 자욱”

2001년 공장은 국내 담배제조회사 KT&G로부터 담뱃잎 찌꺼기(연초박)를 받아, 농사에 필요한 ‘퇴비’를 만들기 위해 마을에 세워졌다. 실제 하루에 수십 톤의 연초박이 실려 와 공장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최소한의 고정장치도 없어 연초박 더미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대로 산으로 저수지로 쓸려 내려갔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공장은 가동 첫날부터 380도 고온에 밤낮없이 수십 톤의 연초박을 쪄댔다. 그 연기는 대형 굴뚝을 타고 마을에 짙게 깔렸다. 이 연기와 함께 생활한 주민들은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운 것과 다름없었다. 마을 암 환자 중 폐암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이 영향이 크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익산시에서 공장에 조치를 취한 건 2017년 들어서였다. 공장이 10년 넘게 퇴비로만 활용해야 할 연초박으로, 여러 유해물질을 섞은 유기질비료를 생산해 온 사실이 주민들의 계속된 의혹 제기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유해물질 중에는 청산가리 6000배에 달하는 맹독물질 ‘리신’이 포함된 ‘피마자박’도 있었다. 그해 결국 공장은 문을 닫았다. 불법으로 연기를 뿜어댄 지 17년 만이었다. 이미 각종 암으로 주민 10명 이상이 사망한 후였다.  

저수지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2010년 전라북도가 공장 측에 수여한 표창장 ⓒ 시사저널 고성준

전북도청, 공장에 ‘환경 우수’ 표창장 수여도

주민들은 공장이 폐쇄된 데 안도하면서도, 늦어도 너무 늦은 환경 당국과 지자체의 움직임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일찍이 고온에 연초박을 찌는 건 퇴비를 만들 땐 필요 없는 공정이라며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문제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이러한 지자체의 일관된 요지부동 자세에 대한 의혹도 자연스레 커졌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민원 몇 번 넣으면 겨우 한 번 지자체 공무원이 조사하러 마을에 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공장이 그날은 연기를 눈에 띄게 덜 내뿜더라. 그러고는 아무 문제 없다는 지자체 답변이 돌아온다. 그게 십여 년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 마을 주민은 “공무원들이 올 일 없는 한밤중엔 연기가 더 심하게 뿜어져 나왔다”며 “도저히 매연과 악취에 살 수가 없어 공장 가동을 멈추라고 항의했다가, 주민들만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2010년을 가장 ‘끔찍했던 해’로 기억한다. 주민들이 암으로 가장 많이 사망했을 뿐 아니라, 마을의 주장을 묵살하고 공장의 편의를 봐주는 지자체의 태도가 더욱 노골화된 시기라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공장 앞 저수지에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장이 들어선 이후부터 주민들은 공장 폐수로 인해 저수지가 검게 오염됐으며, 지하수에서도 악취가 난다고 꾸준히 항의해 왔다. 그러다 2010년 9월 저수지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자 주민들은 당국에 정식으로 항의했다.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이 마을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지만, 이내 ‘문제 없다’는 결과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전라북도는 해당 공장에 표창장을 수여했다. ‘평소 지역에서 환경분야에 남다른 관심과 헌신을 보여왔다’는 게 이유였다. 주민들은 “그 순간 마을을 도울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구나 느꼈다”고 전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눈으로만 봐도 물이 썩었고, 피부병 앓는 주민들이 셀 수 없었다”며 “당국에 ‘직접 그 물 떠가서 밥해 먹고 살아보라’고 억울해 소리도 질렀다”고 기억했다. 

환경부는 2018년 1월, 비로소 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 원인을 밝혀내고자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2017년 불법으로 유기질비료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 적발돼 공장이 문을 닫고, 국회 국정감사와 일부 언론 보도가 이어진 이후였다. 지난해 8월 환경부는 역학조사 중간보고에서 공장 내부는 물론, 마을 곳곳에서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 담뱃잎을 찌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분)라는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알렸다. 게다가 공장 건물 지하 4m 깊이에 불법 폐기물 수백 톤이 매립돼 있는 것도 발견됐다. 이에 익산시는 지난 3월부터 공장의 불법 폐기물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의 중간보고 이후, 주민들은 뒤늦게나마 암 발병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중간보고 이후 지난 9개월간 주민들의 기대는 다시 절망으로 바뀌었다. 역학조사 기간에 공장은 입찰이 진행됐고, 지난해 영남 지역 한 업체에 낙찰됐다. 역학조사 탓에 곧장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되자 업체는 공장 내부의 각종 설비들을 뜯어가기 시작했다. 

5월6일 시사저널이 방문한 공장의 상태는 사방이 텅텅 빈 채 방치된 ‘폐허’와 같았다. 새 업체가 콘크리트 땅 아래 설치된 전선까지 가져간 탓에, 마당 곳곳이 움푹 파여 있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4월 원인 모를 화재까지 발생해 공장 건물 일부가 검게 타 있기도 했다. 주민들이 호소해 온 악취는 여전했다. 건물 가까이만 가도 즉시 코를 막아야 할 만큼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바닥엔 화학물질들이 진흙처럼 뭉쳐 있어 질퍽거렸다. 공장을 예전처럼 재가동해서라도 피해 원인을 밝혀내길 원했던 주민들의 바람은 실현 불가능해졌다.

최근 주민들은 역학조사 중에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도록 방치한 환경부와 지자체를 이제 믿을 수 없다며, 이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10여 년간 공장에 연초박을 공급해 온 KT&G에 피해보상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조사 결과는 빠르면 5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전라북도 익산 장점마을 피해자들.2015년 위암 수술을 받은 김영환씨(위)와 10년 넘게 피부병을 앓고 있는 박연자씨(가명) ⓒ 시사저널 고성준
5월6일 장점마을 인근에 위치한 공원묘지. 암으로 사망한 주민 대부분이 이곳에 묻혔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사진)은 “삽 들고 이곳에 오는 게 일”이라고 토로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KT&G·익산시청 “입장 내기 어렵다” 반복

KT&G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 발표 전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체를 선정해 연초박을 공급해 온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선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익산시청 담당자 역시 “환경부 역학조사도 그렇고, 주민들이 최근 감사청구도 해 놓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뚜렷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답했다. 방치된 공장 부지를 시 차원에서 매입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확정된 건 없으며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가동을 멈춘 공장에선 더 이상 검은 연기도 폐수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10년 넘게 오염돼 온 마을과 병든 주민들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 ‘검은 물’에 대한 트라우마 탓에, 생수를 주기적으로 박스째 배달해 먹고 있다. 

경제적 고통도 현재진행형이다. 주민들의 치료비와 수술비에 대한 업체나 지자체의 지원은 그동안 전무했다. 4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위 절제 수술을 한 김영환씨(82)는 막대한 수술비를 부담한 데 이어, 지금까지 한 달에 5만원 이상 약값을 쓰고 있다. 수술 후에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67kg에서 50kg 초반으로 살이 빠졌다. 직접 하던 농사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지 오래다. 박연자씨(가명·80)는 병원에서 10년 넘게 앓은 피부염으로 이미 상한 피부가 예전처럼 회복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끊임없이 긁고 뜯어낸 박씨의 팔다리는 검고 딱딱해졌다. 그는 “마을에 피부병 없는 사람 찾기 힘들다. 병원 가도 연고만 주는데, 계속 간지러워 칼로 차라리 긁어내고 싶은 적도 있었다”며 “환경부 조사가 끝나고 피해보상까진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그 전에 누가 더 죽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017년, 환경부에 앞서 주민들과 함께 마을 기초조사를 진행했던 김세훈 전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장에서 오염물질이 나왔고 이로 인해 주민들이 집단 발병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법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면 또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그 싸움의 기간이 또 얼마나 지체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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