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시티 실적에 체면 구긴 전필립 회장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6 09:00
  • 호수 15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차 개장했지만 예상 밖 실적 저조
3세들 지분 취득 배경도 주목

국내 카지노 매출 1위 기업인 파라다이스그룹 전필립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카지노 대부’로 불렸던 고(故) 전락원 창업주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5년 11월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에 취임했지만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적인 욕심은 남달랐다. ‘카지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리조트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공을 들였다. 최근 인천 영종도 한복판에 문을 연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이 노력의 결과물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축구장 46배 크기로 호텔과 리조트, 카지노, 컨벤션이 모두 위치해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 불린다. 일본 게임·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세가사미홀딩스와 손잡고 투자한 돈만 2조원에 육박한다. 

증권 전문가들은 “파라다이스시티를 통해 단체관광을 유인하면 카지노의 VIP 고객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비카지노 부분의 매출을 늘려 중장기적으로는 고객층 다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필립 회장 역시 파라다이스시티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장충동 대신 인천 영종도로 매일 출근할 정도였다. 전 회장은 이곳에 매일 5~6시간 머물며 공사 진척 상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월 파라다이스시티가 1차 개장했을 때는 칩거를 풀고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동북아 첫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에 대비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침체된 국내 관광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공들여온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예상 밖으로 실적이 저조해지면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공들여온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예상 밖으로 실적이 저조해지면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카지노 기업에서 종합리조트 기업으로 변신

파라다이스시티는 2018년 9월 테마파크와 리테일 시설 등을 추가로 개장했다. 하지만 전 회장의 항해는 순탄하지 않았다. 파라다이스시티 운영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의 실적이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파라다이스시티의 매출이 올해 9800억원, 영업이익은 37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시티의 리테일과 식당 등의 입점 시점이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지연됐고, 접객시설 수요도 기대치를 밑돌면서 연간 전망치가 크게 낮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파라다이스호텔 사우나에서 화재까지 발생했다. 매출 전망치는 당초의 절반 수준인 4525억원으로 낮아졌다. 

파라다이스그룹 측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복합리조트가 경쟁력을 갖춘 만큼 사업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실적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모회사인 (주)파라다이스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당장 주가가 영향을 받았다. 5월9일 종가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주)파라다이스의 주가는 장 중 2만2550원에서 1만7750원으로 20% 넘게 하락했다. 파라다이스시티 건립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던 전필립 회장 역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그룹 지주회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매출은 841억원으로 전년(2480억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영업손실 규모도 63억원에서 24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건설사업을 정리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한다. 그룹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건설부문을 정리하고 있다. 추가 수주는 현재 없고 잔여분만 공사를 하다 보니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건설부문은 한때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화수분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건설부문의 실적이 나빠졌다. 2016년 불거진 이른바 ‘계룡 파라디아 유령아파트’ 사태는 결정구가 됐다. 계룡 파라디아는 충남 계룡시 엄사지구에 건축한 공공임대아파트다. 피엘종합건설(현 계룡에스피씨)이 시행사였는데, 나중에 ‘깡통 회사’로 드러나면서 공사대금 1000억원을 날렸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까지 떠안아야 했다. 파라다이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시행사 빚을 대신 갚으면서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만 121억원에 달한다. 전 회장의 입장에서는 악재의 연속인 것이다.  


파라다이스 측 “올해부턴 내부 물량 없을것”

눈에 띄는 사실은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파라다이스글로벌의 내부거래율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7년 파라다이스글로벌의 내부거래율은 17%(매출 2480억원-내부거래 421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 매출이 841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내부거래 규모는 457억원(54.3%)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현재 전필립 회장(67.3%)과 3세인 우경·동혁·동인(20.1%) 삼남매가 대주주여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 3세들이 지주회사 지분을 취득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전필립 회장은 2005년 우경·동혁·동인 삼남매에게 파라다이스인천 지분 20%씩을 증여했다. 이후 파라다이스인천은 그룹의 지원하에 꾸준히 성장했다. 매출은 2000년 152억원에서 합병 직전인 2010년 872억원으로 증가했고, 2011년 지주회사에 흡수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3세들이 지주회사 지분을 넘겨받은 것이다. 합병 회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도 2010년까지 외형을 꾸준히 확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46억원에서 8992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합병 해인 2011년 갑자기 매출이 2963억원으로 하락했다. 피합병 회사인 파라다이스인천의 가치가 증가하면서 대주주인 삼남매가 지주회사 지분을 많이 취득했을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2011년도 매출이 줄어든 것은 외감법 시행령 변경으로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종속회사가 연결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파라다이스글로벌의 내부거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 역시 파라다이스시티 공사 물량 때문”이라며 “최근 공사가 완료된 만큼 올해부터는 내부 물량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