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자들 행복 바란다”는 프랑스 희생 군인 유가족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7 16:00
  • 호수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 여성 포함한 부르키나파소 인질 구출 작전으로 특수부대원 2명 희생
침통과 분노에 빠진 프랑스

생 망드리에 쉬르 메르(Saint-Mandrier-sur-Mer)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며칠 내내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날씨와는 반대로, 마을 전체는 깊은 침통함에 빠졌다. 이곳이 바로 5월10일 새벽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인질 구출 작전에서 순직한 두 명의 군인이 소속된 프랑스 특수부대 ‘코만도 위베르’가 주둔하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5800명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고장의 주민들은 가족과 같던 프랑스 최고 정예부대의 대원을 하루아침에 둘이나 잃게 됐다.  

영결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AP연합
영결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AP연합

“인질들이 우리들의 영웅인가” 비판

현지 시각 5월14일 오전 10시 마을 청사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같은 시간 파리 앵발리드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재하에 이번 작전에서 순직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33)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28)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전사들의 영혼이 머무는 들판’이라는 뜻의 ‘샹젤리제’에서 출발한 운구 행렬은 알렉상드르3세 다리를 지나 영결식장인 ‘앵발리드’로 이동했다. 앵발리드는 나폴레옹의 관이 안치된 곳이다. 

운구 행렬의 동선은 1840년 나폴레옹이 운구될 당시와 같은 동선이었다. 영결식엔 사르코지·올랑드 두 전직 대통령은 물론, 내각과 정계의 모든 인사들이 도열했으며, 이번에 구출된 한국인 인질에 대한 사의 차원에서 최종문 주프랑스 대사도 참석했다. 동료 군인들이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특수부대 요원인 점과 유족들의 신변을 감안해 일반인의 입장은 제한됐다. 영결식은 원거리에서 카메라로 생중계됐고, 그 덕에 운구 행렬에 운집한 시민들은 앵발리드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결식을 함께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 선거를 2주 앞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추모 물결은 정치권의 선거운동을 잠시 중단시켰다. 그렇다고 모든 논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행 금지구역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여론에서부터 인질을 마중 나간 마크롱 대통령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추모의 열기만큼 프랑스 국민들의 분노와 논란도 뜨겁게 남았다. 그리고 그 분노의 한편에는 한국인 인질에 대한 부분도 포함된다.

프랑스 외교부에서 권고한 ‘여행 위험지역’이라는 경고를 무시한 인질들의 동선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여론은 인질들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최정예 특수부대원을 두 명이나 잃었다는 점에서 이들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분노에 가까웠다. 이례적으로 외교부 장관이 나서 여행 수칙을 무시한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풀려난 인질을 맞이한 대통령의 행보에도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본인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보인 환대가 합당하냐는 비판이었다. 이러한 비판에 앞장선 것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총재였다. 그는 “인질들이 우리들의 영웅인가”라고 물으며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 강도 높게 공격했다.

희생된 군인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하나였지만, 형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군사외교 전문기자인 ‘오피니언’의 장 도미니크 마르세는 “방송을 통한 성대한 추모 행사보다 군대 차원의 조용한 추모가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군사전략 전문가인 피에르 세르번 기자 역시 “슬픈 일이지만,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절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전문가의 공통된 입장은 석방된 인질에 대한 과도한 환영행사나 순직 용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추모행사가 오히려 ‘대테러 정책’에 역행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수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도미니크 트렁컨 전 장군 역시 “특수부대 요원들에게 희생은 이미 전제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특수부대원들은 자신의 희생을 임무로 생각한다. 동정받기 원할 만큼 약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르키나파소 인질 구출 작전에서 희생된 프랑스 군인 두 명에 대한 영결식이 5월14일 파리 시내 군사문화시설 앵발리드에서 열렸다. 동료 요원들이 두 희생자의 관을 옮기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인질 구출 작전에서 희생된 프랑스 군인 두 명에 대한 영결식이 5월14일 파리 시내 군사문화시설 앵발리드에서 열렸다. 동료 요원들이 두 희생자의 관을 옮기고 있다. ⓒ AP연합

인질들 향한 비난, 애도 물결 속 누그러져

이번 구출 작전 과정에서 인질을 위해 맨몸을 던진 두 특수부대원들의 희생만큼 빛난 것은 의연한 유족들의 행동이었다.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순직한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아버지는 “알랭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또한 알랭 상사의 아내인 레아 베르통셀로 역시 프랑스 라디오 RTL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그는 그 일을 위해 그곳에 갔다”고 오히려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위험지역을 여행한 인질들의 행동에 분노하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선 “분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해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안타깝게도 어디에나 위험은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유가족들은 석방된 인질들의 행복을 빌어주기도 했다. 

이같이 의연한 유가족들의 모습에, 사건 후 프랑스 정부와 인질들에게 날을 세우던 여론도 조용한 애도의 물결 속으로 조금씩 돌아오려는 분위기다. 수많은 프랑스 국민들은 남은 가족들을 위해 10만 유로 이상의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계에선 애도의 기간이 끝난 후, 더욱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일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인질 구출 작전 수행을 최종 지시한 마크롱은 석방된 인질들을 맞이하는 데 있어 이미 상대 진영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인질들에 대한 직접적인 힐난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일부 정치권의 태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5월14일 희생 군인의 영결식은 수백 명의 프랑스 국민이 참석했음에도 시종일관 조용하고 묵직했다. 참석자 누구도 사건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전장에서 전우를 잃은 병사의 심경이 담긴 노래 《집에서 멀리서》를 하나 돼 불렀다. 그 자리에서만큼은 누구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려 들지도 않았다. 숭고한 희생정신이 제3자들의 공연한 잡음들로 흐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