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잠재력이 클까 네이버의 아우라가 클까
  •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22 10: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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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쿠팡에 ‘이유 있는 투자’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앞세워 커머스 영역 도전장

“끝까지 버티는 자가 이긴다.” 영화 대사가 아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펼쳐지는 각축전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 대다수가 최근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마진을 포기한 초저가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비상식적인 영업전략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이 와도 영업을 끝가지 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온라인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끝내고 싶어도 끝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에서 온라인 부문이 소폭이지만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2016년 31.8%, 2017년 35%, 2018년 38%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현재 130조원대로 추정되는 온라인 시장은 2022년 190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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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 100조원대 펀드 움직임 주목

하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기준 쿠팡(-1조970억원), 11번가(-678억원), 티몬(-1255억원), 위메프(-390억원)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여전히 적자에서 헤매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만 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냈지만 시장의 관심은 ‘쿠팡’으로 쏠려 있다. 심지어 최근 4년간 쿠팡의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쿠팡의 성장 잠재력이 다른 업체를 압도하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쿠팡의 뒤에는 투자업계 ‘큰손’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버티고 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2015년 6월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지난해 11월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를 각각 투자받은 바 있다. 

한때 손 회장이 쿠팡을 ‘손절’할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투자가 이뤄지기 직전까지도 손 회장이 쿠팡을 손절할지 모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결단으로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이제 ‘1인 가구’ ‘배송’도 아닌 그냥 쿠팡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이 움직이는 펀드에서 쿠팡에 대한 대규모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경우 유통업계가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면서 “온라인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 등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조성한 비전펀드는 조성액이 1000억 달러(약 1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비전펀드를 통해 전 세계 IT, B2B, B2C, 헬스케어 기업을 보유해 거대 IT벨트를 조성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 주요 기업 시스템을 소프트뱅크의 경제권 아래 두겠다는 전략이다. 이 거대 전략 안에 쿠팡이 포함돼 있다. “계획된 적자”라는 쿠팡 측의 해명에 고개가 까딱거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쿠팡의 잠재력 자체가 다른 유통업체들에는 공포의 대상이 돼 버렸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쿠팡의 거래액은 이미 지난해 거래액(약 9조원)의 30% 이상인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두의 관심이 이제 쿠팡에 얼마의 투자가 이뤄질까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대 반(反)쿠팡’으로까지 표현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최근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커머스 영역을 대폭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쿠팡의 위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네이버의 참전은 다른 유통 대기업들의 온라인몰 강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쿠팡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저가와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네이버 쇼핑은 ‘편리함’이 주무기다. 26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페이는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에 일일이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김광현 네이버 서치앤클로바 리더가 4월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AI 콜로키움’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광현 네이버 서치앤클로바 리더가 4월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AI 콜로키움’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온라인 쇼핑 시장 새로운 변수 된 네이버

실제 오픈서베이의 ‘유통의 격변 속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곳’(Share of wallet) 조사에 따르면, 단일회사 기준 1회 이상(6개월 내) 물품을 산 비율은 네이버쇼핑이 53.9%로 가장 높았다. 쿠팡은 31.5%로 11번가(46.3%), 위메프(37.1%), 티몬(33.4%)보다 후순위에 있었다. 직장인 김아무개씨(28)는 “네이버는 가격비교가 잘돼 있어 거의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네이버 페이로 바로 결제한다”면서 “쇼핑몰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는 26만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이 기간 연매출 1억원을 넘는 스마트스토어 수는 30%, 연매출 5억원 이상은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의 1분기 매출(1조5109억원) 중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은 6693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네이버는 4월초 모바일 첫 화면을 개편하면서 쇼핑을 뉴스와 동등한 위치에 배치했다. 첫 화면을 검색화면으로 놓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뉴스, 왼쪽은 쇼핑이 나오도록 했다. 4월25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 전체 쇼핑 거래액은 스마트스토어 성장에 힘입어 올해 2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의 적수가 될 만한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면서 “압도적인 회원 수를 바탕으로 쇼핑 영역에서 이미 최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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