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노무현의 꿈을 이루고 있나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3 08: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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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동지’ 노무현이 못다 이룬 꿈에 얼마나 다가서고 있는지 냉철히 돌아볼 시간

2년 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정부 시즌2’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지켜보았던 사람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이상과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제2의 노무현 정부’라는 세간의 시선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러한 등식에는 상이한 여러 생각들이 뒤섞여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즌2’라는 말은 지지자들에게는 노무현 정부가 쌓은 공(功)의 계승에 대한 기대, 반대자들에게는 노무현 정부가 낳은 과(過)의 반복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것이었다. 모든 정권에는 공과가 함께 있는 법이고, 노무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것에 주목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면 문 대통령에게 노무현 정부는 무엇이었을까.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나라를 “민주주의와 인권과 복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차별의 비정상이 없는 나라”로 요약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그러한 꿈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왔다.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복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고와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그것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미처 다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려고 문 대통령은 분투해 왔다. 게다가 돌출적인 말 때문에 시빗거리가 되곤 했던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문 대통령은 절제된 언어들로 안정감을 주는 대통령이 되어 왔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몫이라면, 이러한 성과들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노무현 정부가 드러냈던 한계들을 어떻게 성찰적으로 극복해 나가느냐에 문재인 정부의 앞길도 달려 있는 것이었다.

19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2002년 5월4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2005년 10월30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盧 정부 5년’의 객관적 평가 작업은 유예돼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민심은 가슴이 뜨거운 대통령의 언행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라는 야당이 쳐놓은 벽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한 장애들을 넘어서서 자신이 꿈꾸었던 나라를 만들기에는 노 전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꿈은 좌절된 미완의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뼈아픈 좌절을 반복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도전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당시의 국정운영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함께 필요로 한다.

대통령이 된 직후 봉하마을에서 있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노무현 정부까지도 성찰하며 뛰어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은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재판에 머무를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낳았다. 그 변화의 요체는 노무현 정부가 이룬 성과는 계승하되, 드러낸 한계를 얼마나 직시하고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이느냐 하는 것이었다.

임기 말의 노무현 정부는 민심이반 속에서 무력한 지경에 처했고, 결국 17대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를 마쳤을 때 집권세력 내에서 “우리는 폐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권 5년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싸늘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서거한 이후 여론은 반전되었다. 인간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부의 보복성 수사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었고, 그 분위기 속에서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객관적 평가 작업은 유예되었다. 공은 말하지만 차마 고인의 과는 말하기가 주저되는 환경이 되었다. 그래서 계승해야 할 노 전 대통령의 공은 다들 말하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한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의 시간이 길었다. 

2007년 5월3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2007년 8월9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2008년 2월25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盧의 과제 ‘통합’ 제대로 실천했는지 의문

국정운영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추모의 정서 속에서 객관적 평가의 대상에서 벗어났다면,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등에 업고 전폭적 지지의 분위기 속에서 집권 초기를 보냈다. 하지만 성찰과 비판이 거세된 무조건적 지지 분위기는 국정운영에서 생겨난 문제점들을 적시에 개선해 나갈 기회를 막아버린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 노무현’의 뜨거웠던 삶과는 별개로 ‘대통령 노무현’의 성과와 한계를 균형 있게 평가하는 노력은 필요하며, 마찬가지로 그의 동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을 말할 때 떠오르는 키워드들은 앞서 말한 것보다 더 많다. 원칙과 상식, 탈권위주의, 시민주권 등등. 그 가운데서 우리 정치 현실과 관련해 이루고자 했던 큰 꿈은 통합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느닷없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해 논란거리가 되었던 일이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거부도 있었지만, 지지층 내부에서의 반발은 대단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설명을 내놓으며 자신의 진의를 전하려 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대연정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 되니까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꼭 선거제도를 고치고 싶습니다. (중략) 진정으로 제안하는 것은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입니다.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자, 이 제안입니다.”(2005년 7월2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발언)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지역주의 해소, 국민통합의 현실적 방안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이 통합의 과제를 얼마나 절박하게 생각했던가를 이해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말하곤 했다. “용광로에서 쇠를 녹이듯 과거의 잘못을 녹이고 탕평책을 펼쳐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언을 유세에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이 통합의 과제를 얼마나 의식하고 실천했는지는 의문이다. 흔히 통합을 말하면 적폐청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적폐 세력과 우리 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사회에서 적폐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면서도 통합의 노력을 기울이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나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어도 나라를 위해 손잡고 같이 가면 좋을 사람들은 너무도 많다. 

2008년 4월13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2009년 5월23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2017년 5월23일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文 대통령, 진영의 좁은 울타리 못 벗어나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동안의 국정운영에서 진영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집권 초 박근혜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힘입어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했던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자신들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착각해 모든 것을 우리끼리 해 나갈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 달리 말하면 오만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집권 초 자유한국당 이외의 다른 야당들이 먼저 협치를 원하는 신호를 발신했음에도 청와대는 별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우리끼리 충분할 수 있는데 굳이 야당들에 손을 내미는 일은 불필요하다는 것으로 읽혔다. 대선 이전에 구축되었던 탄핵연대의 기반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 스스로 비판세력을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손을 내미는 것은 힘이 있을 때 해야 의미가 있다. 이미 힘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그것이다. 이제야 고개를 돌려보니 그 많았던 지지층이 크게 줄어들고 만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취약한 고리였던 인사정책 또한 진영의 울타리에 갇혀 자신들끼리 국정을 운영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정치적 편 나누기는 선거 때는 유용하겠지만, 일단 집권하고 나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행해졌던 고위직 인사에서는 정치적 편의 논리를 넘어 인재를 중용하는 탕평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일하는 것이 나은 측면이 있겠지만, 이는 정권의 폭과 기반을 스스로 좁혀놓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도덕성 면에서 월등해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도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반복되었던 내로남불 시비는 오히려 현 정부의 인재풀도 다를 바 없다는 회의론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청와대의 인사가 난맥을 빚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적 둔감증이었다. 이 또한 가까운 사람들끼리 국정을 운영하면서 엄정함보다는 관대함이 우선하는 정치적 해이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정부’라는 힐난성 조어가 나돌아도 청와대는 이를 고민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사이에는 10년의 세월이 있었다. 10년 전의 뼈아팠던 교훈을 생각한다면 다시 역사의 후퇴가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는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다. 한국당이 국회에서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회의를 방해하는데도 그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다니 어찌 된 일일까. 그동안 한국당이 해 온 모습을 돌아보면 그 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의 반사이익을 한국당이 누린다고밖에 할 수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민심 이반 속에서 다음 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겨주었다. 노 전 대통령이 품었던 꿈을 이루기에는 당시 집권세력의 능력이 부족했다. 촛불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소멸 직전까지 갔던 정치세력이 부활해 나라의 앞길을 좌우할 힘을 갖게 되는 상황이 문재인 정부 아래서 다시 있게 된다면, 이는 집권세력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많은 사람들이 어째서 2년 만에 돌아서고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은 자신의 동지 노무현이 못다 이룬 미완의 꿈에 얼마나 다가서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시간이다. 같은 실패를 두 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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