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글부글 “‘수사권 조정’ 아닌 ‘수사권 조국’이다”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16:00
  • 호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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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총장 ‘패스트트랙 반기’에 검찰 내부 응원글 쇄도
“계속 할 말은 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그간 ‘절제된 언행’을 해 왔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검찰 내부도 꿈틀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검찰 패싱’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검찰은 과거와 달리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문 총장이 최근 수장으로서 깃발을 들자 그동안 잠재돼 있던 검찰 내부의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300여 일간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거치는 과정에서 검찰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문 총장은 4월30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해외출장에서 조기 귀국했다. 그는 보완책 제시 등 청와대와 정부의 설득이 진행되던 5월16일 105분간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문 총장은 특히 자신의 양복 상의를 쥐고 흔들며 “뭐가 흔들리느냐. 옷(검찰)이 흔들리지만 흔드는 건 손(권력)”이라고 현재의 여권을 포함한 ‘정치권력’을 향해 날을 세웠다. 

ⓒ 시사저널 박정훈
ⓒ 시사저널 박정훈

검찰, 조직적 움직임 가능성 

여론은 여전히 검찰을 향해 비판적이지만, 검찰 내부는 문 총장의 반기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대검찰청이 5월16일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 속기록을 게재하자, 이에 공감과 지지를 표하는 댓글이 50개 가까이 달린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댓글 대부분은 “총장 말씀에 공감하고 감사하다”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 후배들이 열심히 하겠다” “이제는 저희들에게 맡겨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검사는 “용기 있는 총장님의 말씀에 깊이 감사드린다. 검찰은 개혁돼야 하지만 팔다리를 잘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독립을 이루게 해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검사는 “다양한 연령, 다른 인생관과 정치적 성향을 가진 많은 검사들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구차하게 내 밥그릇 건드리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 스스로를 돌아보라며 개혁의 대상은 가만히 있으라는 취지의 말들이 있지만, 개혁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많은 문제점을 그냥 묵과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면서 “총장님 말씀을 새기고 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도 국회가 바른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속 할 말은 하겠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철저하게 배제된 채 법안 논의가 이뤄져왔던 데 대한 불만이 상당한 상황”이라면서 “그런 만큼 문 총장의 최근 행보와 발언에 대해선 대다수 검사들이 지지하고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경 지검의 부장검사는 “지금 수사권 조정은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 ‘수사권 조국’ 아니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야망과 영도 아래 모든 게 결정된 것”이라며 “짧으면 2~3년 뒤에 ‘왜 이런 법안을 만드는 것을 못 막았느냐’고 검찰을 탓할 수도 있을 텐데, 그때 문 총장이 양복까지 벗어서 흔들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우리 탓 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의 간담회 이튿날인 5월17일, 부산지검에 근무하는 박아무개 검사는 ‘수사지휘를 통해 중대한 인권침해를 중단시킨 사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사건 종결권을 부여하는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해당 글은 경찰이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를 하다 수사선상에 올렸던 국내 현금인출책 A씨를 필리핀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위장 잠입하도록 시키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고, 해당 검사가 수사지휘 도중 이를 확인해 중단시켰다는 내용이다. 해당 글에도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 대한민국 현실에서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그나마 검사의 수사지휘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에서 그친 것 같다. 이의제기가 예상되지 않는 인지사건에서 수사지휘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 등 30여 개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물론 검찰 내부에는 문 총장의 행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검찰 스스로의 개혁에는 눈감은 채 ‘조직 논리’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과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 등이 나온다. 수도권 지검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문 총장이) 이렇게 얘기할 것이었다면 진작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어떤 이유에서건 그동안엔 말을 아끼고 있다가 임기가 거의 다 끝나가니 이제 와서 얘기하는 것은 면피를 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24일까지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촉각 곤두세워

일각에선 여론이 검찰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임에도 문 총장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를 염두에 둔 승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입장에서 볼 때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수사권 조정안이긴 하지만, 경찰의 ‘물량 공세’로 인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 검찰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여론을 반전시키거나 ‘강력한 내부 결집’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수밖에 없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왜 검찰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지 국민들에게 환기시키는 동시에 검찰 내부를 강하게 결속시켜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이 검찰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문 총장이 기자간담회 막바지에 “후배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어려운 시기로 넘겨주게 돼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처럼 문 총장이 신호탄을 쏘아올린 만큼 “현재의 법률안에 어떠한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검찰의 책무”라는 공감대 속에서 여권이 추진하려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의 저항도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상 수사권 조정안 논의를 마무리 짓는 것은 차기 검찰총장이라는 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검찰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차기 검찰총장 선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초동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가 차기 총장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다만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확산될 경우, 청와대 등 여권으로선 선택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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