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리의 요즘 애들 요즘 생각] 공유경제 둘러싼 갈등과 논쟁
  • 이미리 문토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8 11:00
  • 호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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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중요한 본질적 고민은 간과…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상력은 어디에

‘공유 세대’의 탄생. 무엇이든 공유한다. ‘개발자 공유 서비스’는 최근 만난 신박한 ‘공유템’이다. 개발자 몸값이 너무 비싸 스타트업들은 감히 넘볼 수 없다. 하지만 공유하면 다르다. 개발자들은 퇴근 후 부업으로 새로운 개발을 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능력 있는 개발자들의 역량을 시간당으로 구매한다.

퇴근길 유휴 시간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다. 프리미엄 회 마켓 서비스를 표방하는 오늘회는 ‘공유배송’이라는 독특한 배송 시스템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퇴근길 오늘회 물류센터에 들러 배송상품을 챙겨 우리 동네 배송지로 직접 배송하고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배송자들은 퇴근길 유휴시간을 활용해 수익을 얻고, 오늘회는 신선상품을 빠르게 당일 배송하는 상생모델이다.

공유경제는 이제 우리 생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기존의 상식과 한계를 뛰어넘는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공유’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능을 나눠 수익을 창출하는 문토와 같은 소셜 살롱, 여행객들에게 거실의 소파를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카우치 서핑과 같은 공유 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공유경제가 활발히 작동할수록 기존 시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카우치 서핑과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기존 숙박 시장은 빠르게 재편 중이다. 우버와 같은 카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택시 업계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자 생존의 위협을 느낀 기존 택시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자 생존의 위협을 느낀 기존 택시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한 번 뺏기면 되찾기 요원한 혁신

정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한다. 기존 시장의 타격을 최소화하면서도 혁신성장의 핵심인 공유경제 활성화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초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 서비스의 내국인 숙박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3월에는 사회적대타협기구를 통해 평일 카풀을 제한된 시간에 한해 허용했다.

정부는 언제까지 새 시장을 통제할 수 있을까. 변화를 통제하면서도 새로운 성장과 혁신의 동력을 잃지 않는 묘수는 정말 존재할까. 기술은 나날이 빠르게 발전하고 유휴자원을 시장화하는 데 필요한 거래비용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말 그대로 매일 입는 옷까지 공유 플랫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자본과 기술은 빠르게 국경을 넘고, 혁신의 주도권은 한 번 뺏기면 되찾기 요원하다.

그래서 시장에 얼마나 개입하고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만큼이나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다. 디지털 경제가 새롭게 창출한 노동의 형태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권에 편입해 그 권리를 보장받게 할 것인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생하는 노동과 고용의 구조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기술이 고용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와 빈부격차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의 논쟁에 가려 정작 함께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가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기본소득 논의를 비롯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고용과 노동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활발한 제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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