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주민자치위 회계 부정 사태는 보신행정 탓?
  • 윤현민 경기취재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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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표심 의식해 조례정비 뒷전…시, 외부감사 도입 뒷북행정

부천 주민자치위 회계부정 사태(시사저널 5월16일자 ‘불법과 탈세의 온상 오명’, 5월 22일자 ‘수천만원 비자금통장 들통’ 기사 참조 ) 후 관할 지자체와 의회의 ‘보신행정’이 논란이다. 이번 사태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지만 관련조례 뒤에 숨어 복지부동이다. 지난 20여년간 주민자치위원회 눈치까지 살피며 견제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방관 속에 지역사회가 부정과 비리의 오명으로 얼룩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관할 지자체는 허둥지둥 외부감사 도입을 검토하는 등 조례안 정비에 나섰다.

장덕천 부천시장이 지난 23일 시청 소통마당에서 열린 주민자치회 전환 시민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천시
장덕천 부천시장이 지난 23일 시청 소통마당에서 열린 주민자치회 전환 시민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천시

부천시, "주민자치위 지도점검 권한조차 없어"

28일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 등에 따르면, 심곡본동은 지난 2월 중순께 심곡본동주민자치위원회가 무단발행한 기부금영수증을 확보했다. 심곡주민자치위는 2017년 9월 건설업체 A사에 500만원을 후원받고 영수증을 내줬다. 또 같은 해 펄벅문화축제 후원금 방명록과 실제 정산내역이 일치하지 않는 점도 확인했다. 이에 심곡본동은 4월 24일 대책회의를 갖고 이튿날 장덕천 부천시장 등에게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시는 이들의 회계부정에 대한 사실규명에 미온적이다. 현행 조례상 개입할 근거가 없어 권한 밖이라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시 자치분권팀 관계자는 "각 동에서 열리는 축제는 주민들 스스로 구성하는 축제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돼 치러지는데다 주민자치위원들도 시장이 아닌 관할 동장이 위촉권한을 가진다"며 "관련조례에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지도점검 권한조차 없기때문에 현재로선 시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주민자치위원회와 축제추진위원회 주요 구성은 판박이다. 2017년 당시 두 기구의 위원장, 부위원장, 간사는 각각 같은 인물이 맡았다. 양 기구의 4개 분과위원장 자리도 4명이 각각 두 자리씩 꿰찼다. 이듬해엔 축제추진위 부위원장을 뺀 두 기구의 위원장과 간사가 동일인물이다. 두 위원회의 분과위원장 역시 전년도 구성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올해도 양 기구의 위원장, 부위원장, 간사는 동일인물 3명의 몫이 됐다.

 

지역정치권, 주민자치위 눈치보기 '급급'

또 관련조례 어디에도 주민자치위 견제장치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사무처리 지원, 동장의 위촉해제와 회의 발언권 등이 규정돼 있다. 부천시주민자치센터설치및운영조례안은 당초 2000년 3월 제정 후 8차 개정을 겪었다. 개정이유는 위원의 임기 및 위촉에 관한 내용이 주종을 이뤘다.

2015년엔 주민자치위원회 임기 제한을 푸는 내용의 개정안까지 나왔다. 당시 시의회는 위원장이 임기 1년 후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던 것을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및 고문 모두 임기는 1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는 것으로 고쳤다. 현행 조례는 위원장, 부위원장, 고문의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에선 정치인의 무능과 주민자치위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지역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이들의 심기를 거스를 조례 정비는 뒷전이란 지적이다. 전 심곡본동 주민자치위원 B씨는 "몇 사람들이 십 수년째 돌아가며 주민자치위원회를 독점하면서 실력행사를 하자 시청 공무원, 시의원 가릴 것 없이 이들 눈치만 보기 바쁘다"며 "이번 회계부정 사태도 결국 이 사람들의 수수방관이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크다"라고 했다.

부천시의회 내부에서도 이들의 권력화를 일부 인정하는 모습이다. 시의회 중진 의원 C씨는 "자치회라는 것들이 동네 가장 어른들과 기득권 세력이 모여 있는 자리인만큼 시의원들도 그 쪽 가면 을이 되는 입장이라 부딪치고 싶지 않다"며 "특히 관변단체 회장을 비롯해 나름 세력이 있는 분들만 참가하는 조직이다보니 자치회 건은 오랫동안 건드리지 않아 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심곡본동과 같은 사태는 내부 양심선언 없이는 도저히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주민자치회 전환에 따른 조례 제정안에 부정의 개연성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외부 회계감사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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