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과 국정원장의 4시간 회동 ‘일파만파’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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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양정철 회동에 야당 “총선 개입 의심” vs 여당 “사적 만남일 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5월27일 인터넷 매체인 ‘더팩트’의 보도로 알려진 후 두 사람의 회동 목적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 만남에 대해 지인들과의 사적인 약속 모임으로 정치 얘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야당들은 부적절한 회동이라며 대화 내용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더팩트의 보도에 따르면,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5월21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만나 4시간30분 가까이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과거부터 친분을 쌓아 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비공개 만찬 회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5월28일 오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당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비공개 만찬 회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5월28일 오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당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매체는 양 원장이 식사를 마치고 귀가할 때 식당 주인이 모범택시 비용을 대신 지불했는데, 식당 주인이 이에 대해 “양 원장이 아무 직책이 없는 줄 알고 돈을 내줬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택시비 대납 보도에 대해 양 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제 식사비는 제가 냈다. 현금 15만원을 식당 사장님께 미리 드렸고, 그중 5만원을 택시기사에게 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 원장은 “귀국 인사를 드렸는데, 저도 잘 아는 지인들과 저녁 자리가 있다며 서 원장이 함께 하자고 권유해 만나게 된 것”이라며 “지인들하고 같이, 일행들하고 만나는 식사 자리였다. 다른 일행이 있는데 긴밀하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방송은 두 사람의 만찬 모임에 동석한 인물이 한 중견 언론인이라고 확인해 보도했다. 이 언론인은 서 원장, 양 원장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 온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임의 경위에 대해 “양 원장은 미디어오늘에서 일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며 “서 원장이 ‘양 원장과 함께 만나도 좋겠나’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감한 정치적 얘기는 없었고, 오히려 남북관계나 정치 이슈에 대해 제가 듣기 불편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회동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비판하며 국정원이 내년 총선에 개입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교안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도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만남이) 만약 총선과 관련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양정철 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행여라도 국정원을 총선의 선대 기구 중 하나로 생각했다면 당장 그 생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경위 파악을 위한 국회 정보위 소집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번 비밀회동은 정치 개입 의혹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 과거 국정원의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라며 “즉시 국회 정보위원회를 개최해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촛불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두 당사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큰 의혹이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래전부터 교류해 온 지인 간의 사적인 만남’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기사는 사실에 기초되지 않아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서 원장이 간만에 귀국한 양 원장에게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난 것이 무슨 문제가 있나”라며 “당 대표나 사무총장도 아니고 민주연구원장을 ‘여당 전략 사령탑’이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화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입장을 밝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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