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통화 누설’ 외교관 파면으로 국회 다시 ‘전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5.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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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작심 발언’ 후, 외교부 30일 최고수위 징계 결정
‘정치 탄압’ 외친 한국당 반응 촉각…홍준표 “당이 강효상 보호해야”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주미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에게 파면 처분이 내려졌다. 앞서 K씨는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혐의로 징계위에 회부된 바 있다. K씨가 징계가 과하다며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 밝힌 가운데, 앞서 기밀유출 의혹제기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의 반응도 주목된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가운데) 등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외교상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5월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가운데) 등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외교상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5월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정상 통화' 유출에 '파면' 철퇴

외교부는 30일 오전 조세영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K씨를 파면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내부인사 3명과 외부인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K씨는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혐의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파면은 최고 수위의 중징계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감봉 처분을 받으면 연봉월액(기본연봉을 12로 나누어 매월 지급하는 금액)의 40%가 깎인다. 그러나 파면 처분을 받으면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퇴직연금은 2분의 1로 크게 감액된다.

외교부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예고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선 5월 29일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주재한 ‘을지태극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완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공직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부가 아닌 전체 부처를 대상으로 보완관리를 지시했지만, 사실상 외교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외교부의 각종 의전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외교부에 대한 질책성 발언은 최대한 자제해왔다.

야당의 한 3선 의원은 “문 대통령이 (강효상 의원의 기밀 누설 혐의를) 계기로 삼아 ‘집안 단속’과 ‘야당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채려는 것 같다”며 “야당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걸 예견했을 텐데 이번만큼은 뭔가 벼르고 발언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반발 촉각…홍준표 "당이 방패막이 해줘야"

문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 이후, K씨의 파면까지 결정되면서 한국당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강 의원에 대한 의혹제기를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는 ‘정치탄압’으로 규정내린 바 있다. 국희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확대 해석, 왜곡하고 있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 의혹과 관련해 외교부가 강효상 의원을 형사고발한 데 대해 "검찰이 부른다고 해도 강 의원을 (검찰에) 내어줄 수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정치보복을 위해 청와대 캐비닛을 열어 많은 기밀을 공개했다"며 "이 정권이 기밀 누설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30일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나 원내대표를 옹호하며 정부의 조처에 날을 세웠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강효상 의원의 대미 굴욕 외교를 폭로한 사건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난하는 것을 보니 아프긴 아픈 모양”이라며 “그러나 그건 부적절한 처사다. 대통령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강효상 의원을 당 차원에서 보호 하겠다는 선언은 아주 적절한 처사이고 고마운 일”이라며 “그래야 대여 전사가 나온다. 당이 방패막이를 해주지 않고 방치 한다면 누가 대여 전선에 나서겠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K씨 측은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 소청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소청 심사 청구는 행정 소송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만약 소청 심사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지 못하면 행정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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