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대선 출마, ‘안할레오’ 아닌 ‘못할레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3 16: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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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이념·지역·세대 기반 아직 충분히 축적 안 돼

정치인이라면 모름지기 대통령을 꿈꾸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 자리에 일절 관심 없고,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는 이상한 일이 최근 있었다. 보통은 차기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해야 주목을 받지만, 이 사람은 안 하겠다고 해서 더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바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 기사가 되는 현실이다. 유 이사장의 인기몰이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 이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각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오열하던 유 이사장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이 인기를 끄는 대중성은 탁월한 언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논리정연하게 자기 주장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방송사의 각종 토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사예능에까지 출연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정도다. 정치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경제·문화 등 분야까지 폭넓은 지식의 향연으로 일반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이쯤 되면 대통령선거 출마는 안 봐도 비디오 아닐까.

5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이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이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도층 지지율도 높지 않아

그런데 그렇지 않다. 유시민 이사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유력한 주자가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렇지만 당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차기 대선 당선에 확신이 없다면 출마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상으로 보더라도 현재 경쟁력으론 출사표를 던지기 쉽지 않다. 말하자면 안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못 나가는 상황이기도 한 것이다.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념 기반, 지역 기반, 세대 기반이 뚜렷해야 한다. 유 이사장은 대선 출마에 손사래를 쳤지만 현실적인 결과 또한 압도적이지 않다.

첫째로 대선 도전에 중요한 이념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4월22~2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어봤다. 일종의 선호도 조사다. 유 이사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3번째다. 준수한 성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다자대결에서 겨우 10%를 넘는 수준이다. 황 대표가 22.2%였고, 이 총리가 19.1%로 나타났다. 전·현직 총리의 ‘총총효과’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지 않은 시점이라 차기 대선주자가 부각되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이른 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유 이사장의 경쟁력이 세간의 관심만큼 높은 편이 아니다. 대통령선거에서의 당선은 중도층에서 우세를 보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 이사장의 중도층 지지율은 10.5%였다(그림1). 황 대표와 이 총리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다. 아직 3년여 가까이 남아 있는 대선이므로 당장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우위에 있지 않다.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실제 지표는 다른 양상이다.

두 번째로 유 이사장은 지역 기반이 불분명하다. 고향은 경북 경주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고 영남이 정치적 기반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출마 지역 또한 경기도였다.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지만 김문수 후보에게 4%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정치에 발을 담근 이후 뚜렷하게 자신을 지지해 주는 핵심 지역 기반은 없었다. 역대 대권에 오른 후보들은 자기 지역 기반이 분명했다. 김영삼은 영남, 김대중은 호남, 노무현은 호남, 이명박은 영남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결국 자신의 고유한 지역 기반이 없다면 유권자 수가 절반 정도인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승부처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수도권 지지율을 분석해 본 결과, 유 이사장은 10.8%로 전체 지지율보다 높지 않았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인물이라면 수도권 선호도는 매우 높아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물론 출마 의사를 강하게 표시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수도권에서 황교안 대표는 19.8%, 이 총리는 19.5%로 용호상박이다. 두 사람의 지지율 합이 거의 40%에 이른다(그림2).

40대·화이트칼라층에서 이 총리에 열세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게 중요한 기반은 이념과 지역 외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세대 기반이다. 보수 성향의 후보는 50대와 60세 이상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더 많이 얻는다. 연령이 높을수록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이 범진보진영의 대선후보로 나서는 경우 40대 지지율은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세대 기반은 더 이상 30대가 아니라 40대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진보와 보수 성향을 나누는 기준을 50대 중반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진보 성향의 대선후보에게 40대 기반은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 이사장의 40대 지지율은 16.6%로 나타났다. 전체 선호도(11%)보다 5.6%포인트 더 높다. 황 대표의 40대 지지율 15.1%와 비교하면 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화이트칼라층이다. 사무직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이 다른 직업에 비해 대체로 더 강한 편이다. 화이트칼라층에서 유 이사장은 13.3%였다. 이 총리의 23.1%와 비교하면 역부족이다(그림3).

얼마 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한 토크쇼에서 유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대통령 임기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청와대 내 인물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대선후보로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다. 심지어 일종의 ‘아웃복싱’ 정치다. 대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을 범진보진영 후보 쪽에 묶어두는 고도의 정치공학으로도 비친다. 지금 지표만 놓고 보면 유 이사장은 이념·지역·세대 기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출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은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25% 이하로 내려가 사실상 국정 운영이 마비되는 상태, 여야 후보 양자 가상대결에서 유 이사장이 여당 후보로 유일하게 보수진영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설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치명적으로 타격받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다. 그런 상황이 되면 유 이사장에게 결단의 순간이 올 것이다. 이념·지역·세대 지표를 볼 때 지금은 출마 안 하는 것보다 못 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출마 ‘못할레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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