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 미디어’ 시대 광고 믹스 전략이 중요
  • 김병희 한국광고학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3 08: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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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설득당하지 않는’ 소비자 공략하려면…경험이나 관계성에 주목해야

광고 환경의 급변. 이전의 광고 개념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다. 광고의 개념과 범위를 새롭게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의 광고와 지금의 광고는 도대체 왜 달라졌을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공급자 위주로 진행되던 미디어 산업의 중심축이, 융합 미디어 환경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광고가 대세로 떠오르자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가 변했고, 소비자들은 플랫폼과 콘텐츠를 골라내는 선택의 폭을 급격히 늘려 나갔다.

디지털 융합 시대에 소비자들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광고는 소비자의 특정 행동과 퍼포먼스를 유도하는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광고를 직접 제작해 브랜드 메시지를 생산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 기업에서는 손수창작물(UCC)을 공모해 소비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광고 메시지로 활용한다. 소비 행태의 변화는 미디어 산업을 더 크게 변화시켰다. 능동적인 소비자의 선택과 소비를 강조하는 광고는 이전과는 다른 광고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광고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실감 미디어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고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실감 미디어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4대 매체와 디지털 미디어 아우르는 과도기

광고 기획과 광고 제작 과정에 있어서도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됐다. 과거에는 광고 한 편을 제작해 TV, 신문, 잡지, 라디오라는 4대 매체에 노출하면 주어진 광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광고를 잘 만들어도 광고 한 편으로 목표하는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미디어가 워낙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존의 4대 매체와 디지털 미디어를 아우르며 광고 기획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과도기다. 양쪽을 통합해 운영하는 광고회사도 있지만, 통합본부 체제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능하다.

기존의 광고회사에서는 위계에 따라 의사결정을 했다면, 앞으로는 젊은 감각을 지닌 주니어들의 역할이 막중해진다. 경쟁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도 이전에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관행적으로 대표 선수로 나섰다면, 지금은 광고 시안의 설명을 막내가 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의 감각을 선배들이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 제작 과정에서 앞으로는 디지털 세대의 발언권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전통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역할이 축소되는 반면, 유능한 1인 크리에이터의 권위가 존중받을 것이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AI 카피라이터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최적화(Creative Optimization) 프로그램이 각광받을 것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광고 스타일도 확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똑똑해졌고 더 자유롭고 더 능동적인 사람들, 한마디로 ‘잘 설득당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브랜드 이미지나 광고의 설득 메시지를 과거에 비해 중시하지 않는다. 대신에 자신과 브랜드의 경험이나 관계성을 중시한다. 이런 소비자들은 결국 ‘실감 미디어 광고’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이 집약된 실감 미디어(Realistic Media) 광고는 사실상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소비자들은 개인 중심, 이동 생활, 단절성에 알맞게 구현된 실감 미디어 기기를 스스로 조작함으로써 광고 모델로 참여할 수도 있다. 광고 속에서 직접 브랜드를 느끼고 체험하며 이전에 누려보지 못한 소비 가치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광고는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새로운 광고 패러다임은 메시지 송신자와 수신자의 경계를 구분하는 선을 지워버리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나 브랜드 저널리즘 형태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등장하면서 광고와 홍보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광고 캠페인 전체를 광고회사에 의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광고주의 관련 부서에서 사안별로 매체사나 제작사를 직접 접촉해 개별적으로 외주를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광고주의 전문성이 향상될수록 광고회사에서는 또 다른 전문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광고 창작은 종합광고회사만이 할 수 있다는 유구한 전통도 차츰 무너지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에는 실감 미디어가 미래형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 실감 미디어를 활용하는 광고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개인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상거래를 할 수 있고, 창의적인 콘텐츠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광고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소비자 가치 기반 광고 솔루션 각광받을 듯

결론적으로 광고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이고 앞으로의 광고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실감 미디어 시대가 가속화되면, ‘실감 나게 느낀다’는 주관적 경험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광고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이때 우리는 미디어를 단지 미디어 기기로만 인식하지 말고 미디어 개념을 보다 포괄적인 맥락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즉, 미디어 기기, 물리적 연결망(네트워크),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 용기(포장), 단위 콘텐츠라는 5가지 측면에서 미디어를 이해해야 한다. 실감 미디어는 이 5가지 측면을 거의 모두 구현할 수 있다.

실감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는 소비자의 경험적 가치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미래형 광고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인간의 몸도 점점 더 확장돼 왔다고 주장했는데, 실감 미디어는 현대인을 확장시킬 가장 현실적인 미디어로 손꼽힌다. 실감 미디어 시대에는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광고가 아닌 소비자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 솔루션이 각광받을 것이다. 따라서 서로 연결된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전달되는 광고(passed-on advertising)’를 만드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광고의 효과를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무조건 디지털 광고에만 집중한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텔레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영화의 시대는 끝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영화는 아직도 건재하다. 잉크 냄새가 좋아 스마트폰이 아닌 종이신문을 본다는 사람이 아직도 많고, 두고두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에 잡지를 본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디지털만으로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매체에는 나름의 광고 효과가 있는 법. 그래서 디지털 광고와 아날로그 광고의 미디어 믹스 전략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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