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바이오주 악재에 개미들 한숨 커진다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05 13: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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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허가 취소·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빨간불…전문가들 “주가 내렸다고 섣불리 투자하면 곤란”

국내 대표 바이오주들이 잇단 악재에 휩싸였다. 신약 허가 취소, 분식회계 의혹, 2대 주주 이탈 등 악재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장밋빛 전망을 노리고 투자했던 개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무엇보다 바이오주는 개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크다. 악재 장기화로 인한 주가의 추가 하락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직격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악재에 휘말린 대표적인 바이오주가 코오롱생명과학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5월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인 ‘인보사케이주’(Invossa-K Inj.·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올해 3월29일 식약처가 해당 사실을 처음 파악한 후 나온 최종 조사 결과 발표였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 고발키로 결정했다.

5월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이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이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이오 대표주 줄줄이 내리막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증시가 빠르게 반응했다. 인보사는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네 번째 자식’이라 부를 정도로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인 신약이다. 이 품목의 허가 취소가 발표되면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코오롱생명과학은 5월28일 하루에만 9.73%나 주가가 하락했다. 인보사가 사업의 핵심인 코오롱티슈진은 16.04%나 급락했다. 투심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권매매 거래를 정지시켰을 정도였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이미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지난 3월말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3월29일 7만5200원이었던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5월27일 2만8250원으로 62.3%나 하락했다. 8500억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은 32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3만4450원에서 9540원으로 72.4%나 감소했다. 한 투자자가 3월말 코오롱티슈진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700만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주 투자의 악몽은 코오롱생명과학 등으로 끝나지 않았다. 보톡스 관련주인 메디톡스가 자사 제품 시판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제조번호를 임의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생산공정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5월16일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다. 이후 메디톡스 주가는 7거래일 동안 15% 떨어지면서 5월22일 장 중 43만16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4월말 메디톡스 주가가 61만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대 주주의 대량 블록딜 매각 악재를 정면으로 맞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 2대 주주이자 JP모건 계열 사모펀드인 원에쿼티파트너스는 5월20일 보유 중인 지분 650만 주(4.5%)를 매각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다음 날 9.65% 하락했다. 중장기 투자 의사를 밝혔던 원에쿼티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450만 주(3%) 블록딜에 이어, 이번에도 주식 매각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의 대표적인 바이오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거인멸 혐의를 집중 수사한 이후부터 주가가 힘없이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권에서 부당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겹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올해 1월 40만원대에서 5월말 28만원대까지 떨어졌다.

5월25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25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이오 종목 대부분 개인 순매수 규모 커 우려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주들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바이오주 투자에 나선 소액주주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인보사 사태가 터진 이후인 4월1일부터 5월28일까지 코오롱생명과학을 223억원어치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는 4월 한 달 동안에만 누적으로 259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4월 4만원대에서 5월 2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코오롱티슈진 역시 개인투자자들이 4월에만 218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주가는 5월 들어 더 크게 하락한 상태다.

메디톡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상황은 비슷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4월초부터 생산공정 조작 논란이 불거진 5월16일까지 메디톡스 주식을 2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5월17일에도 저가 매수를 하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79억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날 이후 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5월에만 450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주가는 블록딜이 불거진 21일 9.65%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악재가 나온 종목에 투자할 때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 주가가 싸졌다고 판단하고 주식을 새롭게 편입하거나 평단가를 낮추려는 이른바 ‘물타기’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악재가 해소되면 주가가 올라 수익을 볼 수는 있지만 악재가 언제 해소될지 개인투자자로서는 판단하기 어렵고, 기관이나 외국인의 매도세에 주가가 더 내릴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악재를 잘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며 “주가를 떨어뜨린 재료가 기업의 본질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소음의 일종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분할 매수도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악재라면 섣불리 투자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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