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뇌물 혐의 구속기소…성폭행 입증 못해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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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7000만원대 뇌물·성접대 받은 혐의
검찰 “박근혜 정부 청와대 수사외압 없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억7000만원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6월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6월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연관된 성폭행 의혹과 2013년과 2014년 검·경 수사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두고는 처벌할 근거나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핵심 의혹을 규명하는 데 사실상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6월4일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성접대를 제공한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강간치상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윤씨에게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1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여성 이아무개씨와 맺은 성관계가 드러날까봐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시킨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여기에 포함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12년 4월 윤씨의 부탁으로 다른 피의자의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줘 수뢰후부정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또다른 사업가 최아무개씨에게서 395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윤씨는 이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2006년 겨울께부터 이듬해 11월13일 사이 세 차례 성폭행해 정동장애와 불면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2007년 11월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이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이뤄진 김 전 차관과 이씨의 성관계는 폭행·협박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행 아닌 성접대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윤씨가 피해 이씨를 심리적으로 억눌러 성폭행, 정신적 상해를 가하고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결론냈지만, 김 전 차관은 이러한 정황을 모르고 이씨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봐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직접 폭행·협박하거나 공범의 폭행·협박 사실을 알고서도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피해 여성 이씨가 김 전 차관에게 폭행·협박 당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검찰에 "윤씨가 평소 김 전 차관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며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폭행과 협박으로 성관계에 응하는 처지를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12월 사이 김 전 차관이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13차례 성접대 등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수수로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이 밖에 윤씨는 2011~2012년 부동산 개발사업비 명목으로 옛 내연녀 권아무개씨에게서 빌린 21억6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부인을 시켜 자신과 권씨를 간통죄로 '셀프 고소'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권씨도 무고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윤씨는 2008~2015년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준다며 부동산개발업체 D레저에서 회삿돈 14억873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윤씨가 사기를 치거나 뜯어내려 한 액수는 44억여 원에 달한다.

검찰은 2013년 김 전 차관을 수사하던 경찰 지휘라인을 좌천시키는 등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변호사(당시 민정비서관)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첩보수집·수사 업무를 한 경찰관들은 청와대 등 외부에서 질책이나 부당한 지시 또는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당초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에서 "그런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 경찰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치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당시 인사 담당자들이 부당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관련 자료를 검토해 봤지만, 수사외압과 부당한 인사조치라고 볼 만한 사정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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