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주민들, 전남도에 “부군수 바꿔라” 한 이유
  • 이경재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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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서 골프장 건설 반대·부군수 교체 집회
“군정 좌지우지했던 전 군수와 연대 책임져야”
함평아델리아C.C 조성사업, 군-주민 간 갈등 ‘불똥’

골프장 건설 반대를 주장하는 전남 함평군 주민이 6월 3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골프장 사업 전면 폐기와 궐위된 군수의 권한을 대행할 부군수 교체를 요구했다. 

주민 50여명은 이날 도청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농민들의 생존권을 앗아가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한다”며 골프장 건설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함평군 주민들이 3일 도청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농민들의 생존권을 앗아가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한다”며 골프장 건설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
함평군 주민들이 3일 도청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농민들의 생존권을 앗아가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한다”며 골프장 건설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

이날 주민들은 전남도에 부군수 교체도 요구했다. 이들은 부군수가 교체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윤행 전 군수와 함께 군정 전횡에 따른 연대책임을 들었다. 

주민들은 “이 전 군수의 최측근이었던 부군수 등 함평군청 공직자들이 그대로 군청에 남아 있다”며 “군정 개혁을 위해서는 이 전 군수와 함께 행정을 좌지우지했던 부군수는 당연히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군수를 그대로 두면 전 군수의 잘못된 행정이 연속될 것이 불을 보듯 하다는 것이다. 

또 “행정에서 중립을 지키고 함평을 위해 일해 줄 부군수를 간절히 원한다”며 “나 군수는 지난 1년 동안 불합리한 행정에 연대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이윤행 전 함평군수에 대해 당선무효형(선거법 위반)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나윤수 부군수가 군수권한대행을 맡는다. 부군수는 군수 궐위 시 인사와 예산, 공사, 계약 등 지방행정 중요 업무의 결재권자다. 

주민들은 그동안 함평군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왔는데 도청 앞으로 집회 장소를 옮겼다. 부군수 인사권을 가진 전남도의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사업 폐기와 부군수 교체요구가 받아들여 질 때까지 도청 앞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골프장건설 논란 내막…“설계변경·공청회 의무없어” vs “주민 의견수렴 절차 무시“

함평군 대동면 월송리, 금곡리, 백호리, 상호리 등 4개 마을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며 군청 앞에서 한달째 반대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시사저널 이경재
함평군 대동면 월송리, 금곡리, 백호리, 상호리 등 4개 마을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며 군청 앞에서 한달째 반대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시사저널 이경재

함평군에 따르면 대성건설은 600억원 가량을 들여 함평군 대동면 금곡리 산 66-2번지 일대 166만3000㎡ 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인근 대동면 월송리, 금곡리, 백호리, 상호리 등 4개 마을 주민들은 지하수 오염과 친환경유기농 농사의 타격, 일방적 사업추진 등을 이유로 한달째 반대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함평군이 당초 사업에 없던 절대농지를 설계변경을 통해 사업계획에 포함시키고, 주변 농지에 환경 피해가 큰 사업을 추진함에도 공청회 등 주민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함평군은 “현재 추진 중인 ‘함평 아델리아C.C 조성사업’ 은 신규 사업이 아닌 사업시행기간 만료에 따른 당초사업 범위 내 인·허가 재추진 사항이다”며 “설계변경은 물론 주민공청회에 대한 함평군의 법적 의무자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함평군은 지난 2004년 ㈜에이치케이레져와 협약을 체결한 뒤 2007년 사전환경성검토 초안에 대해 마을별 주민설명회를 1차례 실시했다. 

이어 2008년에도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참여공청회를 2차례 하는 등 법에서 정한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이행한 뒤 같은 해 11월 군 계획시설사업(골프장) 실시계획인가를 완료했다.

그러나 최초 사업시행자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사실상 해당 사업은 백지화돼 2014년 12월말 해당 실시계획인가는 사업시행기간 만료로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2016년에는 ㈜CP코리아가 사업 확정 후 1년 내 100억원 투자 의사를 밝힌 후 전남도교육청과 함께 교육용 골프실습장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6번의 심사 끝에 의견을 불수용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그러다 올 2월 사업부지 소유주인 ㈜베르힐컨트리클럽은 군에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이에 월송리 주민 등은 군이 절대농지 포함 등 설계 변경을 임의로 실시하고, 주민공청회 등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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