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음모론’에 숨은 수상한 의혹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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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풀리지 않는 사망원인… 박근혜 정부 국면전환용 카드로 이용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 당시 73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공식적으로는 ‘사망’으로 처리됐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지금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유 전 회장은 정부를 향한 여론의 비난 화살을 돌리는 카드로 활용됐다. 세월호가 침몰한 후 정부 컨트롤타워 기능은 상실했고, 해경은 늑장 대응에 늑장 출동으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던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성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것도 한번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2014년 7월23일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을 검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2014년 7월23일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을 검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인천지검은 ‘세월호 선사 특별수사팀’까지 꾸리고 청해진해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유 전 회장을 ‘세월호 실소유주’로 못 박았다. 검찰 수사는 유 전 회장뿐 아니라 그의 일가 비리로 확대됐다. 검찰은 토끼몰이식 수사를 벌이며 수사상황을 수시로 언론에 알렸다. 이때부터 언론 보도 방향도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나 구조작업 지연의 문제점 등을 찾기보다는 유병언 일가에 대한 보도에 치중했다. 정부를 향했던 언론의 화살은 한순간에 유병언 일가로 방향을 바꿨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 상공에 헬기를 띄우고, 압수수색 당일에는 수색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유 전 회장이 도주하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5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경찰은 특진까지 내걸면서 유 전 회장을 쫓는 데 주력했다. 유 전 회장의 도주가 장기화되자 이번에는 현상금을 역대 최고액인 5억원으로 올렸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나 탈옥수 신창원에게 걸린 5000만원보다 무려 10배가 많았다. 여기에다 군대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서고 행정안전부는 전국 24만 곳에서 임시 반상회까지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 “지금 유병언 검거를 위해서 검경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질책했다. 기무사령부는 유 전 회장을 체포한다는 명목으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불법 감청까지 자행했다. 

이렇듯 정부는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유 전 회장을 쫓았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6월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 삼거리의 한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가 머물던 별장에서 2.5km 떨어진 곳이다. 처음에는 유병언의 시신이라고 알아보지 못하고 40일 동안 무연고자로 처리했다. 시신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했고, 백골화가 80%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그러다 뒤늦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나서서 해당 변사체가 유병언이라고 확인했다. 그 근거로 ‘DNA 감정’과 ‘지문감식’ 결과를 제시했다. 국과수는 오른손 집게손가락에서 지문의 융선을 복원했고, 감식해 보니 유병언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대퇴부(넓적다리)에서 DNA를 검출해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육안과 엑스레이를 통해 시신의 왼손 검지 끝마디 뼈 결손과 약지의 일부 변형이 확인됐다. 치아 정보도 일치했다. 유 전 회장의 치과 주치의는 시신의 어금니와 송곳니의 보철치료 흔적을 살펴본 뒤 유 전 회장이 맞다고 확인해 줬다. 

 

의문에 싸인 18일간의 동선

여러 의혹이 있기는 하나 해당 변사체가 ‘유병언’이라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국과수는 사망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시신의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것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유 전 회장이 타살된 후 시신이 옮겨졌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유 전 회장의 사인에 대해 ‘자살’과 ‘저체온사’ ‘굶주림에 의한 사망’ 등이 제기됐다. 유 전 회장이 자살했을 확률은 아주 낮다. 그는 평소 자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내가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말도 자주 했다. 이런 그가 종교적 신념을 버리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 전 회장은 또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건강을 챙겼다. 태권도 7단으로 꾸준히 몸을 단련했고, 유기농 음식과 미네랄워터만 먹고 마셨다. 만약 그가 자살했다면 ‘독극물’을 이용했을 확률이 높은데, 시신에서 독극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저체온사 가능성도 제시됐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사망할 당시 순천의 날씨는 비가 오는 날도 있었지만 초여름 날씨에 버금갈 정도로 더웠다. 당시 새벽 기온이 10도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유 전 회장은 내복에 겨울점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굶주림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은 더욱 작다.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 중에 ‘육포 2봉지’는 아직 다 먹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배가 고파 죽을 정도였다면 육포를 그냥 통째로 놔뒀을 리가 만무하다. 

변사체가 발견된 현장에서는 의외의 물품이 나왔다. 비어 있는 소주병 두 개와 막걸리병 하나다. 유 전 회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그는 만성지병으로 당뇨와 고혈압, 피부병을 앓았다. 당뇨병을 앓는 환자에게 술은 극약이나 다름없다. 고혈압에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양주도 아니고 막걸리와 소주병이 나왔다. 국과수 발표에 따르면 변사체의 장기에서는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았다. 마을 슈퍼마켓 주인도 외지인 등 수상한 사람에게 막걸리를 판 기억이 없다고 했다. 

현장에 꼭 있어야 할 물품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고혈압과 당뇨 약, 안경, 지갑 등이다, 유 전 회장은 도피하는 과정에서 많은 현금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하는 데 돈은 필수다. 그런데 현장에는 지갑도 없었고,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 장 나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발견되지 않았다. 술병은 있는데 물병이 없는 것도 이상했다. 

이 밖에도 타살설을 뒷받침하는 의문점은 여러 가지다. 유 전 회장이 은신해 있던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모습을 감춘 후 시신으로 발견된 6월12일까지 18일간의 동선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유병언 일당 탐욕(배 수선, 과적)’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세월호 관련 지시를 했고, 김 전 민정수석이 지시사항을 적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메모의 의미를 해석하면 ‘유병언 전 회장 일당이 탐욕에 의해 배를 증축하고 과적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몰아가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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