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실적 부풀리기…기초의회 무용론 다시 ‘솔솔’
  • 윤현민 경기취재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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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의회, 기존조례 재탕해 실적 부풀리기…지방의원 평가 앞두고 무더기 조례발의

지역사회에서 기초의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방의원 평가에 임박해 재탕 수준의 조례 제정이 판치면서다. 이들 스스로 자질논란을 양산해 지방자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에 정치권도 이를 걸러낼 마땅한 기준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부천시의회 전경 @윤현민 기자
부천시의회 전경 @윤현민 기자

조례안 발의 전년대비 2배↑…전반기 평가 눈치

7일 경기 부천시의회 의안관리시스템 등에 따르면 제8대 부천시의회에서 지난해 의원발의 조례안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지원 조례 등 모두 9건이다. 하지만 올 들어 19건으로 급증했다. 전반기 지방의원 평가에 맞춰 무더기로 쏟아낸 셈이다. 평가는 전반기 임기가 끝나는 이달 말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후반기 임기 평가는 다음 지방선거 100일 전 추가로 진행된다.

이마저 타 지자체의 기존 조례안을 빼다 박았다. 지난 2월25일 더불어민주당 박병권 의원 등 8명이 공동발의한 ‘부천시 4차 산업혁명 촉진 조례’는 지난해 안양시의회에서 제정된 ‘안양시 4차 산업혁명 촉진 조례’와 판박이다. 관련 위원회 구성 상한 규정이 다른 게 고작이다. 안양시는 20명 이내인 반면 부천시는 15명 이내로 돼 있다.

4월15일 같은 당 박찬희 의원 등 21명이 낸 ‘부천시 전자파 안심지대 지정·운영 조례’도 지난해 서울 강동구의회에서 발의된 동일명의 조례와 닮아 있다. 전체 8개 조항의 순서와 내용 구성 모두 판박이 수준이다. 특고압 송전선로의 지하 매설 권고 조항만 추가했을 뿐이다.

이럼에도 당내에서 '수준미달 의원'을 선별할 마땅한 평가기준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평가감사국 관계자는 “기초의원들이 임기 전후반기 평가를 코 앞에 두고 기존 조례 베끼기 수준의 실적 부풀리기용 입법을 남발해도 현재로선 이를 골라낼 명확한 평가기준과 여과장치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더 치밀하게 고민해 정확한 평가기준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여성의원 경험 부족 탓” vs “유아 수준 초딩집단 불과”

사정이 이렇자 지역 일각에선 기초의회 폐지 요구가 거세다. 시민활동가 K씨는 “시의원 하는 일이 의정비 수 천만원씩 꼬박 꼬박 챙기면서 남의 조례나 적당히 베껴 쓰고 지역구 행사에 얼굴이나 비치는 게 고작이라면 당장 없애는 게 낫다”며 “지방자치의 풀뿌리 역할을 하는 기초의회가 아니라 마치 유아 수준의 초딩집단 같아 세금 한 푼도 아깝다”라고 했다.

실제 올해 부천시의원 한 명당 들어가는 비용은 6043만원에 이른다.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여비, 공통경비, 업무추진비, 역량 개발비 등이 포함됐다. 전체 28명 의원 몫을 합하면 시 세출예산의 0.1%(16억9230만원) 규모다. 용인시의회(의원정수 29명)의 0.09%(19억5349만원)보다 조금 높다. 

반면 부천시의회 측은 초선·여성의원의 경험 부족 탓으로 돌렸다. 김동희 부천시의회 의장은 “전체 28명 중 초선이 20명으로 많다보니 지난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입법수행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을 것”이라며 “13명이나 되는 여성의원들도 각자 가정이 있고 여기저기 지역행사에 바쁘게 참가하다보니 잠깐의 시간 내기도 빠듯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전체 29명 중 초선의원 13명, 여성의원 15명인 용인시의회는 지난해 조례안 14건을 발의한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인 12건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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