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과 기독교①] 가깝지만 부담도 큰 험난한 고개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7 11:00
  • 호수 15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 대표는 목동 성일교회 전도사, 부인은 복음성가 가수
보수 성향 뚜렷한 한기총 등과의 밀착에 당 안팎 걱정도

6월6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있어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황 대표 체제로 치러진 4·27 재보선에서 소기의 성과(1승1패)를 거둔 데다, 당내 계파 갈등도 봉합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강력한 장외투쟁으로 패스트트랙 정국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보수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일까. 6월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2019년 5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대표는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오른 2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위는 이낙연 총리(20.8%)가 차지했다. 자유한국당 지지도 역시 황 대표 체제 이후 상승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5월12일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5월12일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독교, 황교안 떠받치는 핵심 세력 중 하나

그러나 정작 황 대표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표정은 느긋하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황 대표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등장했다.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다. 대선전이 시작된다면 (공격)카드는 넘쳐난다”고 자신했다. 정치인 황교안은 이제 입문 100일을 넘긴 신인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가도를 밟을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권한대행 등 요직을 지낸 경력을 부각시키며 ‘탄핵 프레임’ 등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황 대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주목된 키워드는 ‘기독교’다. 황 대표의 기독교 근본주의적 사고가 그의 정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를 떠받치는 핵심 세력 가운데 하나가 기독교 세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교안-기독교는 정치인 황 대표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한편으로는 그가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단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3월19일 당 대표 취임 후 첫 당내 기독교 모임인 자유한국당 조찬기도회에서 “제헌국회가 이승만 대통령의 기도로 시작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확한 사실은 1948년 제헌국회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이승만 박사가 임시회의에서 기도를 했던 것일 뿐, 이후 가진 공식 개회식에서는 기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12일 부처님오신날 공식 법요식에서 불교식 예법인 합장과 관불 의식을 거부했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불교계의 반발이 커지자 황 대표는 2주 정도 지난 5월28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불교계에 사과드린다”고 발언했다. 나중에 합장을 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대표되는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 단체들은 “정당 대표가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지만 종교 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고 강요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황 대표를 둘러싸고 종교 간 갈등이 그치지 않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5·18 행사장에서는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먹을 쥔 채 흔들며 불렀던 황 대표가 정작 불교계 행사에서 예법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정치인 황교안이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절에 가 합장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면 보수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해프닝은 황 대표가 포용적 사고력이 부족하다는 걸 뜻한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지난해 펴낸 《황교안의 ___답》에서 황 대표는 “큰누님이 교회에 가면 알사탕 두 개를 준다고 해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만리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당시 그가 출석한 교회가 성일교회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인 성일교회는 훗날 서울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했다.

 

조국 “黃에겐 교회법이 국보법·헌법보다 우선”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시험에 합격시켜주면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서원 기도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훗날 사시에 합격하자 황 대표는 낮에는 사법연수원에 다니고 밤에는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수도침례신학교에서 학업을 병행했다. 교단 신학교였던 수도침례신학교를 졸업한 황 대표는 현재 성일교회 전도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부인 최지영씨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 상담학 교수인 최씨는 복음성가(CCM) 음반인 ‘위대한 유산’을 내고 복음성가 가수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황 대표는 검찰에 있을 때도 기독교 모임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의 기독교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경기 여주 소재)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로도 활동했다. 부임하는 곳마다 기독교 모임을 만들었다는 내용도 기독교 신자들에게 환영받는 일이다.

정치라는 공간은 복잡하다. 지난해 12월16일 영통영락교회에서 열린 간증집회에서 황 대표는 “무엇인가 되겠다는 것은 ‘부족한 꿈’이다. 그것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는 황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할 것’보다 ‘될 것’에 방점을 찍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종교적 편향성 부분에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한다. 과거 국무총리 청문회 기간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서울대 교수)은 자신의 트위터에 “황교안에게 법규범의 우열순서는 교회법→국가보안법→헌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교회법이 국가보안법과 헌법보다 우선한다는 뜻이다.

황교안 대표는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후 여러 교회를 다니며, 공직에서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간증집회를 열었다.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 대표에 취임하자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들은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3월20일 보수 기독교 단체인 한기총의 회장 전광훈 목사는 사무실을 찾은 황 대표에게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돼 줬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얼마 전 전 목사가 황 대표로부터 장관직을 제안받았다고 발언한 것을 한 지상파 방송이 보도한 것도 황 대표의 종교 편향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성일교회. 작은 사진은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간 황교안 대표 프로필 ⓒ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성일교회. 작은 사진은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간 황교안 대표 프로필 ⓒ 시사저널 고성준

“사시 합격하면 신학 공부하겠다” 기도해

주요 강연과 언론 보도, 저서 등에 나온 황 대표의 종교적 성향은 ‘보수’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쓴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 개정판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황 대표는 “교회 유급직원을 근로자로 보는 대법원의 판결은 교회의 특성과 종교의 자유에 비추어 볼 때 부당한 판결이다. 교회의 주인은 세상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황 대표는 또 이 책에서 “교회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의 사례비는 임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과 ‘성직자도 국민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와 상충된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계가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낙태죄에 대해 황 대표는 다소 모호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3월20일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을 만난 자리에서는 “사정들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월11일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에는 “결정은 존중한다. 다만 그 (판결)내용 자체가 굉장히 다양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안다”며 다소 입장을 바꾼 듯한 발언을 했다. 

황교안 대표의 ‘영적 고향’ 목동 성일교회 가봤더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50년 동안 단 한 번도 주일 예배에 빠진 적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가 50년간 매주 출석해 온 교회는 바로 서울 양천구 목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성일교회다. 교회 홈페이지 교역자란과 매주 배부되는 교회 주보에 그는 ‘황교안 전도사’로 이름이 올라 있다. 황 대표를 비롯해 그의 가족들은 성일교회 개척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6월5일 시사저널과 통화한 성일교회 교역자는 “1960년대 황 전도사님의 어머니와 누나들의 도움으로 개척됐다”며 “지금도 전도사님 부부를 비롯해 친척 다수가 매주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성도들에 따르면 황 대표는 올해 초 본격적으로 당 대표 출마에 나서기 전까지 매주 직접 예배 후 성경공부 모임을 이끌었다. 성일교회 교역자에 따르면 황 대표는 전도사로서 예배시간에 직접 설교를 하고 종종 특송(특별찬송)을 부르기도 했다. 당 대표가 된 후로는 지방 일정이 많아진 탓에 매주 성일교회에 출석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2일 일요일, 기자가 교회를 방문했을 때도 황 대표는 늘 출석하던 11시 2부 예배에 나오지 않았다. 복도에서 만난 한 성도는 “황교안 전도사님께서 요샌 격주 혹은 그 이상에 한 번씩 오시는 것 같다. 아마 일정에 맞춰 다른 교회에서 사모님과 주일성수 잘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성도는 “우리 교회 사람들은 황 전도사님을 매주 봐왔기 때문에 만나도 전혀 어렵거나 어색하지 않다”며 “오히려 TV에 나오는 게 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구민주 기자
 

※ '황교안과 기독교' 특집 연관 기사

[황교안과 기독교②] 黃 취임후 한국당 기독인모임 가입 늘어나

[황교안과 기독교③] “가뭄 심해 기도했더니 하늘문 열렸다”

[황교안과 기독교④] ‘한국판 트럼프의 기적’ 꿈꾸는 기독교계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