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과 기독교④] ‘한국판 트럼프의 기적’ 꿈꾸는 기독교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7 11: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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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정치세력화에 교계 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 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한기총의 보수화는 기독교계 내부에서조차 뜨거운 논쟁거리다.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한기총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이 ‘1200만 성도,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을 대표하는’ 기독교 단체라고 주장한다. 현재 한기총에는 국내 기독교를 대표하는 교단 상당수가 들어가 있다. 한기총은 표면적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강조했다고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 동맹 △기독교 입국론을 4대 국가 건립 이념으로 본다. 기독교 정신을 국가 이념으로 집어넣자는 이러한 주장은 다른 종교들과 갈등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기총의 정치 중립성 논란은 올 2월 제25대 회장으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담임)가 취임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해 보수진영에서는 ‘애국목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전 목사는 2017년 대선에서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교인들에게 보냈다는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전 목사는 현충일 바로 전날인 6월6일에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대통령선거와 개헌헌법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왼쪽)이 지난 3월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왼쪽)이 지난 3월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년 총선에서 500만 표 획득이 목표

한기총이 올해 역점을 두는 일 중 하나는 정치세력화다. 이를 위해 한기총은 기독자유당과 연대를 맺었다. 공교롭게도 기독자유당의 당 사무실은 전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 있다. 이렇다 보니 교계에서는 전 목사가 기독자유당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4월 전당대회를 열고 고영일 변호사를 당 대표로 선출한 기독자유당은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 5월20일 발표된 성명서 제목은 ‘MBC의 기독교와 황교안 대표 죽이기 프로그램 방영 규탄’이다. 한 달 전인 4월29일 발표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관한 기독자유당 성명서’는 자유한국당 논리와 판박이다. 자신들의 원내 진입에 물꼬를 터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야당의 개헌저지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독자유당 홈페이지를 보면 첫 화면에 앞으로의 계획이 분명하게 나와 있다. 내년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500만 표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기독교 계열 정당들은 비례대표제가 시행된 17대 총선부터 꾸준하게 후보를 냈다. 17대(2004년) 총선에서 1.07%의 득표율을 기록하더니 18대(2008년) 때에는 2.59% 득표율을 기록했다. 바로 직전인 20대(2016년)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은 전국적으로 62만6853표를 얻었다. 득표율로는 2.63%로 의석 1석이 주어지는 3%에 거의 근접한 결과를 낳았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보다 득표율이 많았던 정당은 7.23%를 기록한 정의당이다.

선거구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금보다 비례대표가 늘어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될 경우 기독자유당의 원내 진입은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 혼자 3%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같은 기독교 계열 정당인 기독당의 득표율(0.54%)까지 합쳐졌다면, 비례의원 1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는 18, 19대 국회에서 전남 무안·신안을 지역구로 둔 이윤석 전 의원이었다. 이 전 의원은 총선 이후 기독자유당을 탈당해 현재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 기독자유당 대표인 고영일 변호사는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4번으로 나왔다.

2011년 9월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독교 정당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찬반토론회에서 찬성 측 패널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맨 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 9월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독교 정당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찬반토론회에서 찬성 측 패널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맨 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내 진입 통해 기독교 이념 법제화 추구할 듯

전 목사는 기독자유당의 원내 진입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이를 위해 ‘지역연합’이라는 당협 성격의 조직까지 만들었다. 지역연합 대표로는 TV 출연으로 유명한 장경동 목사가 활동하고 있다. 장 목사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시무하는 대전 중문교회에서 ‘기독자유당’ 홍보 영상을 틀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물었다.

비례대표 후보를 이미 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독교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전 목사는 5월14일 청교도영성훈련원 설교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승규 변호사(전 국정원장), 북핵 전문가 이춘근 박사, 송영선 전 의원, 고영일 변호사를 비례대표 1~5번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와 송 전 의원은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교인이다.

한기총의 이러한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다. 교계의 시각조차 곱지 못하다. 당장 한기총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임원, 교단장 비상대책위원회’는 5월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광훈 목사와 일부 인사들이 기독자유당을 창당해 한기총과 MOU를 맺고, 기독당의 하부기관인 253개 지역연합을 구성하는 등 한기총을 극단적인 정치집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자신들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근본적 원인을 지금의 정치체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기총 고위 간부는 “현 국회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진보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원내 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화당 대선주자 중 최하위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캠프에 기독교인들을 대거 합류시킨 후 보수라는 기본노선을 강조하자 기적이 일어났다”면서 “청교도 정신에 입각한 건전한 사회 구현이 기독교 정당이 추구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한기총 등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 단체들은 보수 성향의 미 저널리스트 스티븐 스트랭이 펴낸 《하나님과 트럼프》(원제 《God and Donald Trump》)를 한국에서 실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6월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책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도널드 트럼프를 일으켜 세워 위기의 때에 나라를 이끌어 가게 하셨다”고 강조한다. 한기총과 같은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황 대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한국판 트럼프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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