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동안 굳게 닫혔던 낙동강 하굿둑이 열렸다”
  • 김완식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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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 수문 1기 40분간 개방…“해수 50톤 유입·3㎞ 이내 영향”
‘수문 개방 실증 실험’ 정상 진행…환경단체 “환영” vs 농민 “반대”

1987년 건설된 이래 수십년간 굳게 닫혔던 낙동강 하굿둑 수문이 6월6일 밤 32년 만에 문을 열었다. ‘하굿둑 완전 개방’을 대비해 수생태계 변화와 기수 생태계 복원 가능성 연구를 위한 일종의 시범 개방 형태였다. 

이날 바닷물을 강 상류로 유입하기 위해 하굿둑 옆 상황실에서 실시간 중계되는 장면을 지켜 보고 있던 ㈔낙동강공동체 회원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 대표들은 이날 밤 10시40분께 수문 개방을 시작하자 “와~”하고 환호했다. 

6월6일 오후 10시41분부터 38분 동안 낙동강 하굿둑 좌안 수문 10기 가운데 8번 수문 1기가 시범 개방됐다. 관계자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시
6월6일 오후 10시41분부터 38분 동안 낙동강 하굿둑 좌안 수문 10기 가운데 8번 수문 1기가 시범 개방됐다. 관계자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시

이날 부산시,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로 구성된 ‘낙동강 하굿둑 운영 실증 실험’ 기관 협의체는 이날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 2층 회의실에 모여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수문 개방 실험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6년간 이론상의 시뮬레이션 연구만 진행된 이래 첫 실증 실험으로, 낙동강 생태 복원에 첫발을 디뎠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환경부 등 관계기관은 2013년부터 4차례에 걸친 연구로 기수 생태계 복원 방안을 검토했다.

낙동강 하구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독특한 생태 지형을 이루는 곳)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실증 실험이 이날 밀물 때 시행된 것이다. 40분간 개방 이후 수문은 다시 폐쇄됐고 환경부는 6월7일 새벽 1시부터 하굿둑 하류로 방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부산시와 환경부 등은 수문 개방으로 얼마나 많은 바닷물이 어디까지 유입되는지 예측하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환경부는 이 과정에서 바닷물 유입으로 인한 지하수위 염분침투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낙동강 하굿둑 일대 31개 지점에서 염분 측정 작업을 진행한다. 

부산시와 환경부 등은 내년 말까지 연구 용역을 하면서 실증 실험을 세 차례 정도 더 진행해 기수역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살핀다. 또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하굿둑 수문 완전 개방 여부를 결정한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공약 사항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농민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이다. 하굿둑을 시험 개방한 이날 오후에는 ‘낙동강하구 기수 생태계 복원 협의회’ 등 60여 개 환경·시민단체는 하굿둑 인근에서 ‘시민 선언’을 발표하며 개방을 환영했다. 반면 한국농업경영인 강서구연합회 소속 농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 건물 앞에서 200여 명이 트랙터 13대를 동원해 수문 개방 반대 집회를 열었다.  

완전 개방을 앞둔 이번 제한적인 시범 개방이지만, 농지로 염분이 침투할 것을 우려한 농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완전 개방되기까지는 진통을 예상된다. 

한국농업경영인 강화식 강서구연합회장은 “농민 의견을 무시하고 수문 개방 강행을 결정한 부산시와 환경부가 실망스럽다”며 “염분 침투로 인한 농업용지 훼손 등을 주장하는 농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이후에도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수계 취수도. ©부산시
낙동강 수계 취수도. ©부산시

부산시 송양호 물정책국장은 “이번 실증 실험 결과를 낙동강 수문 개방 방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바닷물 유입에 따른 염분 침투 모델링의 정확성 검증을 목적으로 실증 실험을 했다. 하굿둑 위쪽 취수원의 안전을 지키는 건 물론 인근 농·어업에 피해가 없도록 하굿둑 부분 개방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낙동강 하굿둑은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를 있는 길이 2400m, 높이 18.7m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1983년 9월 착공해 1987년 11월 준공됐다. 유역면적은 2만3560㎢, 총 저수량은 500만t, 용수공급량은 6억4800만t이다. 둑의 상부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하굿둑은 그동안 바닷물의 역류현상을 막아 낙동강의 하류지역과 부산시민의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울산시와 경남 창원시·김해시‧양산시 등 공단에 공업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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