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김원봉 언급’…통합 말하려다 갈등 촉발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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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대통령이 이념 갈등 부추긴다”…靑 “이념 공세 납득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에 대해 높이 평가한 걸 두고 야당이 공격 전선을 구축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통령이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충일을 맞은 6월6일 서울 동작구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현충일을 맞은 6월6일 서울 동작구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6월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의 정치로 정치권과 국민에게 누구 편이냐고 다그치고 있다"며 "결국 내 편, 네 편을 갈라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 가르기’ 주장은 계속됐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에 대해 독재자의 후예라고 편 가름에 앞장섰던 대통령이 이제 통합으로 말을 바꿨다”며 “김원봉을 서훈하기 위해 통합을 강조했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단어는 잘못된 것이고 진실하지 않다”고 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따로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허무는 일에 골몰하더니 이제 아주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냐”라고 조롱했다. 

바른미래당도 가세했다. 손학규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문 대통령이 진정한 국민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사회통합을 말하려다 오히려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더는 이념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역사 인식을 바로 갖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제 보훈처가 김원봉에게 서훈 시도할 것"

갈등의 단초가 된 문 대통령의 발언은 6월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며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의열단 출신의 김원봉은 1944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을 지냈다. 하지만 광복 이후 1948년 월북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됐다. 나중에는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까지 거쳤다. 

이처럼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탓에 김원봉은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국가유공자 목록에서 제외된 바 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 보훈처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원봉에게 대한민국의 ‘건국훈장’을 주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쏟아지는 비판에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애국을 위해 낡은 이념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얘기”라고 해명했다. 이어 “거꾸로 이를 문제 삼아 다시 이념 공세에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맥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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