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기독교 대표?…대형교단 떠나버린 ‘정치적 소수집단’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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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하야” 외치는 전광훈 목사 이끄는 한기총…내홍 속 ‘외화내빈’ 전락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연달아 외치고 있는 전광훈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세우고 있다. 한기총 홈페이지엔 그의 명의로 된 ‘막말 성명’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한기총의 입장을 기독교계의 일반적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한기총의 대표성이 계속 흔들리고 있어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7년 1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방문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7년 1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방문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한기총에 속해 있는 교단은 현재 총79개다. 이 가운데 행정이 보류되거나 회원권이 제한된 교단은 10개. 즉 실질적인 회원 교단은 나머지 69개다. 교단 수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등 다른 개신교 단체에 비하면 여전히 많다. 하지만 그 내실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한기총 교단 중 20여 곳이 소속 교회 수가 200개를 넘지 않았다. 반면 2013년 한기총을 탈퇴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에 소속된 교회는 1만2000개에 달한다. 이 외에도 수백만 명의 교인을 거느린 예장 백석대신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굵직한 교단들이 한기총에서 떨어져 나왔다. 때문에 한국 기독교인의 약 70%는 한기총과 무관하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2010년대 초까진 한기총이 한국 기독교 교단과 관련 단체들이 가장 많이 소속된 최대 연합단체였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2011년에 대표회장 금권선거 사태가 터지면서 내홍이 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6월7일 논평을 통해 “한기총은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교회연합 조직으로서 대표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며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개인적인 정치 욕망이나 극단적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 이름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기독교계 원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는 6월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기총 해체 운동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주요 교단들이 모두 탈퇴했다"며 ”지금은 실제로 한국 기독교를 대표할 수 없는 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지위·정통성 유지하고 있어

그럼에도 한기총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법적 지위와 정통성 때문이다. 한기총은 문체부가 관리하는 개신교 비영리법인 8곳 중 하나다. 이처럼 종교법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대화하는 데 있어 비법정(非法定) 조직보다 유리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후보 시절 한기총을 방문한 적이 있다. 

또 1989년 창립돼 국내 불우이웃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해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비판은 있지만, 한기총은 이단 세력을 배척하고 정통 교단을 판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의 최대 집단이란 점도 문재인 정부로선 마냥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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