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겐 “친구”라며…中, 기업엔 “美에 협조 말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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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중국 정부가 외국 IT기업에 ‘심각한 결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

중국의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일까. 중국 정부가 세계 주요 IT기업을 상대로 미국의 대중 보이콧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화해 의사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6월5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코바 브누코브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6월5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코바 브누코브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6월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달 4~5일에 중국 정부는 회의를 열어 “미국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는 걸 막은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dire)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기업은 삼성과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 등이라고 한다.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화웨이와 직·간접적으로 거래관계에 있는 업체들이다. 다만 회의에서 화웨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이외에도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게 “중국 내 설비시설의 철수가 보안 목적의 다변화 전략 차원이 아니라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협약 파트너로 다른 국가를 찾는 것에 대한 조치라고 뉴욕타임스는 해석했다. 

또 미국 기업과 미국 외 기업들에 대한 경고 수준이 달랐다고 한다. 미국 외 기업에겐 “현재 관계를 유지할 때 무역을 개방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주겠다”며 독려했다. 반면 미국 기업은 중국의 경고를 어길 경우 ‘영구적(permanent)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주의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을 막을 로비까지 은연중에 요구받은 걸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로비까지 요구해

그런데 시 주석은 곧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회의 이틀 뒤인 6월7일 러시아 국제경제포럼 총회에서 “미·중 관계가 무너지는 건 상상하기 어렵고, 우리는 그럴 의향이 없다. 우리의 파트너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이다. 이어 “내 친구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한 의향이 없다. 나는 그에 대해 확신한다”고 했다. 시 주석이 공식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른 건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시 주석의 이같은 화해 제스처는 엉켜있는 미·중 관계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았다. 하지만 앞서 기업에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또다시 양국 관계를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중국은 이미 5월에 국가안보를 내세워 외국기업의 자국 내 투자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한편 기업에 대한 경고조치가 내려진 이번 회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산업정보기술부 등 3개 부처가 이끌었다. 회의 사정을 잘 안다는 소식통 2명은 뉴욕타임스에 익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자신들은 내부 정보를 알릴 권한이 없는데다,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의에 불려갔다는 기업들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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