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여수 거북선 추락사고,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 정성환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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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데크 ‘와르르’…일가족 여행객 추락, 5명 부상
주먹구구식 부실시공·형식적 안전점검 등이 화 불러
여수시, 사고 부상자에게 엉뚱한 구호품 보내 ‘구설’

지난 6월 8일 오후 8시 44분께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의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 출입구 쪽 2층 데크가 붕괴되면서 가족 여행객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바다 쪽을 바라보는 계단 중간 데크 부분에서 일어났다. 관광객들이 가로, 세로 1.5m의 좁은 공간에서 거북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이 3m 높이의 나무 데크 바닥이 무너져 여행 온 일가족 7명이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져 5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60살 김 모 씨 등 2명이 머리와 허리를 크게 다쳤고 나머지 3명도 부상을 입고 서울, 인천, 광주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흘 전 형식적 육안검사, 사고 예방기회 놓쳤다…“송곳으로 쑤셔만 봤어도...”

6월 8일 오후 8시 44분께 여수시 이순신광장 내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 데크 한쪽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해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여수 거북선’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6월 8일 오후 8시 44분께 여수시 이순신광장 내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 데크 한쪽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해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여수 거북선’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사고 다음날인 9일 오후에 찾은 이순신광장의 이른바 ‘여수 거북선’ 사고 현장. 이곳은 여수 밤바다 관광으로 유명하다. 이날은 평소 관광객으로 붐비는 휴일 낮 모습과는 달리 삭막한 분위기였다.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가로, 세로 1.5m의 데크 바닥 중 1/4 정도만 남긴 채 뻥 뚫린 구멍 사이로 하늘이 빤히 보였다. 아래 땅바닥에는 무너진 나무 계단 파편이 널 부러져 있었고, 피해자들의 혈흔이 낭자해 사고당시의 참혹함을 보여줬다. 일부 관광객들은 “저기야!”며 사고 장소를 가리키면서 추락 당시 피해자들이 황망하게 겪었을 장면을 떠올리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여수시는 민선 5기인 지난 2014년 2월, 이순신광장에 26억원을 들여 길이 26.24m, 높이 6.56m, 폭 10.62m 크기의 전라좌수영 조형물을 설치했다. 배 내부에는 밀랍인형과 무기류, 체험복 등이 전시돼 있다. 원래 광장 앞 해상에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여수시와 항로를 이용하는 선주들 간의 보상 협상이 결렬되면서 현재의 위치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폭우로 나무 약해져 붕괴한 듯”…전문가 “황당”

실물 크기의 이 거북선 조형물은 지난해 6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이순신광장의 명물이다. 관광객들은 주로 거북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내부 전시물도 관람한다. 여수시는 이날 사고가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면서 하중이 쏠린 데다 최근에 내린 폭우로 나무가 약해져 무너진 것이 아닌가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추락사고 뒤에는 ‘인재(人災)’가 숨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불감증과 안이한 시설물 관리감독 등으로 인한 예견된 ‘인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구조물 부실시공 의혹이 사고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무너진 가로 1.5m 데크는 75cm 가량의 널빤지 두 개가 대못과 볼트로 연결됐고, 심하게 상한 연결 부위가 부러졌다. 특히 데크와 거북선 모형물 본체를 연결하는 부분은 마치 절벽의 단층면처럼 아예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에 대해 부실시공에 무게를 두면서 “며칠 전 내린 폭우 때문”이라는 여수시 해명에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본 한 전문가는 데크와 거북선 모형물을 연결하는 부분이 썩은 것이 데크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BSI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은 시사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데크와 거북선 모형물을 연결하는 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부후(나무가 썩는 것)가 발생해 발판을 버텨주지 못한 상태에서 한꺼번에 관광객이 몰리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위가 빨리 상하는 것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들어 간 습기가 제대로 건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6월 8일 오후 8시 44분께 여수시 이순신광장 내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 데크 한쪽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해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무너진 데크 모습. 기둥을 세워 본체로부터 데크를 분리시켜야 하는 데 맨 마지막 부분에 기둥이 없다. ⓒ시사저널 정성환
6월 8일 오후 8시 44분께 여수시 이순신광장 내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 데크 한쪽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해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무너진 데크 모습. 기둥을 세워 본체로부터 데크를 분리시켜야 하는 데 맨 마지막 부분에 기둥이 없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문가 “간격 떼지 않은 채 기둥 세우지 않은 부실시공이 사고 주범”

김 소장의 얘기다. “데크는 워낙 사고가 많아 주택 안전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안전한 데크 시공을 위해서는 데크와 거북선 간에 간격을 두고, 기둥을 모두 세웠어야 했다. 여수 거북선 사고 사진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기둥 두 개만 더 세웠어도 그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껏 기둥을 잘 세워오다가 왜 맨 마지막 부분에서 기둥을 빼 버렸는지 모르겠다.” 기둥을 세우 독립 구조로 만들지 않고, 데크를 거북선 모형물 본체 벽에 바짝 붙여 한 부실시공이 이번 사고의 주범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구조물이 부실한 상황에서 당국의 안이한 시설물 관리감독으로 인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기회마저 놓쳤다. 여수시는 계단을 설치한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다. 시는 1년에 두 번 정도 보강공사를 하고, 사고 나흘 전인 지난 4일엔 폭우에 따른 누수 제보를 받고 현장 점검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형식적인 육안검사에 그쳐 계단에서는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6월 8일 오후 8시 44분께 여수시 이순신광장 내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 데크 한쪽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해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무너진 데스크 모습. 거북선에서 떨어져 나간 데크 자리가 습기가 차 상해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6월 8일 오후 8시 44분께 여수시 이순신광장 내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 데크 한쪽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해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무너진 데크 모습. 거북선 본체와 데크 연결 부위에 습기가 차 상해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건물보다 데크붕괴로 인한 사상자 많아져…데크 시공·안전점검에 세심한 주의 필요”

전문가들은 이 순간이 추락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로 꼽는다. 이때 만약 모든 출입을 통제하고 구조물에 대한 안전 정밀 검사를 충실히 했으면 황당한 추락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아쉬움이 남는 시점이다. 김 소장은 “안전점검 당시 송곳 등으로 쑤셔보면 상한 곳은 푹 들어가 연결부위의 부후 정도를 알아 챌 수 있었을 텐데 이를 놓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도상 허점도 드러났다. 거북선은 전시시설이기 때문에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고 관련 규정도 없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만난 한 지역신문 기자는 “지난해 장마철 폭우 당시 거북선 내부에 물이 차 양동이로 퍼내기도 했다”며 “(이를) 여수시에 알리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아왔다”고 여수시의 안전 불감증을 성토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여수시는 추락사고가 발생한 거북선은 임시폐쇄하고 전문가를 불러 정밀 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부서진 나무 계단은 철제 구조물로 바꾸는 등 보수공사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도 현장 감식 등 정밀 조사를 하는 한편 여수시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고경위와 안전관리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2014년 설치된 이후 누수 등 일부 보수 작업은 했지만, 계단 쪽은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의 김정희 소장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건물 자체보다 데크 부분에서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데크 시공과 안전 점검에 보다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무너진 데크 모습. 거북선에서 떨어져 나간 데크 자리가 습기가 차 상해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무너진 데크 모습. 전문가들은 본체와 데크 연결부위에 습기가 차면서 부후(나무가 썩는 것)가 발생한 점을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3m 추락했는데 ‘손전등·목장갑’ 등 구호품 전달…“이재민도 아니고...”

추락사고 이후 여수시의 부적절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수시가 부상당해 입원한 관광객에게 사고 성격에 맞지 않을 뿐더러 수년 전 만들어진 긴급구호품을 보내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피해 가족들에 따르면 여수시가 피해자들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가져다준 긴급구호품에는 목장갑, 손전등, 옷가지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또 여수시는 부상자 긴급구호와 가족 심리서비스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생뚱맞은 자료를 발송하기도 했다. 추락 관광객 가족 이 아무개(50)씨는 “여행 중 다친 사람에게 이재민들에게나 나눠주는 구호품과 심리치료 자료를 보내 황당하고 우롱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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